부모가 90% 영향을 준다.
우리나라는 만 3세(5세), 만 4세(6세), 만 5세(7살) 이렇게 3개의 연령은 유치원에서 교육한다. 유치원은 현재 교육부에서 관할한다. 그리고 만 0세(2살), 만 1세(3살), 만 2세(4살)는 어린이집에서 보육한다. 어린이집은 만 12세까지 보육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대부분 만 0세-만 5세까지 보육한다.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관할이라 복지개념에 속하고 유치원은 교육부에 속하기에 교육이 더 중요시된다고 할 수 있다.
2023년 이전은 만 나이가 아닌 연나이로 우리나라에서 불리던 나이였다. 지금은 만 나이로 통일했다고 하지만, 아직도 위처럼 쓰는 경우가 많다. 뭘 이렇게까지 ToMuchInformation(TMI)를 하느냐 하면 “유아”에 대한 개념을 말하고 혼란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만 3세부터는 ‘유아’라 칭하고 그 이전나이는 ‘영아’라 칭한다.
2015 개정누리과정의 해설서에 의하면, 유아기의 인성은 만 3세에서 만 5세까지 그 기초가 완성된다. 그래서 유아기 인성교육은 유아교육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며, 모든 지도에 인성교육이 들어간다. 기본생활습관 형성과 더불어 인성교육은 계속 교육트렌드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유아교과과정이다. 책을 읽어줘도, 교사가 기획하는 활동에도, 체험학습에도, 부모교육에 이르기까지 인성교육이 들어가지 않은 것이 없다.
지금 시행되고 있는 2019 개정누리과정은 완전판 놀이중심 및 유아중심 교육과정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학령기 초등학생과는 달리 유아기는 형식적인 교육이 아니라, 유아가 흥미가 있는 주제들로 놀이를 할 때 진정 스스로 학습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덧붙여 인성교육과 함께 민주시민의 기초자질을 기르도록 하고 있다. 인성교육은 유아교육과정에 바탕이며, 인성교육을 위해 교육부가 제작한 교육자료집도 유아교사를 도와줄 2012년 12월 배포한 「유아교육인성을 위한 부모 훈련프로그램』 내놓은 바도 있다.
2012년 3-5세 연령별 누리과정 및 2015 개정누리과정에서는 유아중심놀이과정을 표방했지만, 그래도 기본생활습관과 인성교육을 매우 강조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이번 2019 개정누리과정은 기본생활습관 및 인성교육은 모두 기본으로 장착된 형태라고 치고, 유아교육에서 유아를 중심에 두고 교사는 유아의 놀이를 지원한다는 취지로 변혁을 꾀했다.
잘 운영된다고 단언할 수 없다.
이 교육과정은 적어도 두 가지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한 실정이 되었다.
첫째, 우리나라의 실정에 많이 맞지 않다. 유아교육은 외국학문에서 온 것이다. 유아교육사상가 중 한국인은 방정환 선생? 정도이다. 유아교육에 관심 있는 부모들은 ‘루소, 로크, 페스탈로치, 프뢰벨, 몬테소리, 듀이, 니일’ 등 많은 학자를 알 것이다. 하지만 이는 모두 외국학자다. 우리나라는 대대로 장유유서를 기반으로 아동은 거둬들여 사회구성원으로 ‘키우는’ 관점이었지, 유아에게 선택권을 주고 뭘 어쩌는 문화가 애초에 아니다.
특히 인권에 민감한 서유럽국가에서 발달한 이론이기에 우리나라에 적용하기 매우 힘들다. 그래서 따로 ‘부모교육’에서도 유아인성교육에 대한 해설을 해 주는 것이다. 핀란드나 독일은 이미 학부모들과 교육부가 암묵적인 약속이 되어 있기에 그냥 유아학교나 초등학교에서 굳이 ‘부모교육’따윈 안 한다. 그냥 ‘안내’ 정도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유아교사가 부모도 교육해야 한다. 왜냐? 유아인권을 지키면서 유아가 놀이하면서 깨우치도록 하려면 부모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핀란드는 교육부장관이 대놓고 유아교육에 대해 놀이중심을 표방하니, 부모가 유아학교에서 시행하는 지침을 따라줄 것을 국민들에게 요구했다. 국민들은 그의 말에 전적으로 따랐고, 핀란드는 학습자가 스스로 평생동안 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었다. 평생학습의 가장 중요한 동기를 인생초기에 태도를 설정하는 방향으로 정하자는 것이다. 이 기획은 성공을 거두어 PISA에서 항상 1위를 하면서도 학생들의 행복지수가 높도록 만들었다.
유아기에는 정말 밖에서 뛰어노는 게 전부이고, 집에서는 엄마가 책을 읽어주는 것이 끝이며 밤 9시 잠자리에 들어 10시에 잠들도록 한다. 굳이 집에서 학습지로 글자나 숫자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핀란드의 학부모는 공부는 학교에서 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아이가 알려달라고 하면 알려주지만, 부모가 나서서 이끌지는 않는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부모들이 아이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아이 스스로 충분히 해 나갈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 이런 점이 문화차이인 것 같다. 우리나라는 부모가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분위기인 반면, 핀란드와 같은 서유럽국가 들은 아이들의 성장에 도움을 주지만 미래까지 '간섭'하지는 않는다. 이런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생각한다.
독일은 아예 선행학습법을 만들어 선행하여 학급에 들어오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근신하도록 하는 법까지 있다. 선행으로 인해 학습분위기를 경쟁하도록 만들고, 학습자의 흥미를 떨어뜨려 학습의욕을 낮춘다는 것이다. 또한 함께 해결해야 하는 모둠과제에서는 무임승차나, 특출 난 한 사람이 모든 걸 하는 폐해가 없다. 같은 수준의 아이들이 서로 자극하면서 함께 성장하도록 격려하는 것이다.
둘째, 2019 개정누리과정이 2020년에 시행되기로 했는데 아시다시피 전 세계적 팬데믹 ‘코로나’가 덮쳤다. 놀이중심교육과정은 특히 유아들이 함께 놀이하면서, 협력, 존중, 책임, 배려, 나눔 등과 같은 인성을 기르는데 아이들을 붙지 못하게 하려니 교육과정이 운영될 턱이 전혀 없었다. 2년간 코로나를 거친 유아 및 아동들은 유튜브영상시청자가 되고, IT산업최대강국이며 소비자가 몰려있는 한국이 더욱 굳건한 자리를 매김 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 결과 학습결손이 심각하게 일어난 계층은 고등학생뿐만이 아니라, 초․중학생도 비껴가지 않았다. 오히려 연령이 낮을수록 그 피해는 엄청났다.
바로 영유아이다.
기본생활습관과 인성교육을 책임지던 유아교육기관을 다니지 못해 아이들은 이제 만나기만 하면 자기주장만 해댄다. 그래서 생기는 갈등으로 아이싸움이 어른싸움까지 번졌다. 줄 서는데 새치기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것이 왜 잘못되었는지 모르는 아이도 부지기수다. 잘못된 것을 알아도 자신의 욕구를 먼저 챙기는 아이들도 많아졌다. 만 5세 유아의 한 반 법정인원은 25명 정도로 예전보다 조금씩 인원이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지자체마다 다르기 때문에 저보다 더 많은 과밀학급도 많다. 교실 겨우 20평에서 25평 안에 교구와 화장실 및 자료실 등이 차지하고 나면 아이들이 영역을 잡고 충분히 놀이할 공간은 그다지 많지 않다. 교사의 자리는 당연히 책상과 그 위에 있는 컴퓨터가 끝이다.
그 속에서 가정에만 의지해 원격수업 및 가정교육을 받아 온 유아들이 초등학교에 진학했을 때 기초적인 인성교육이 전혀 되지 않은 애기들을 모아놓은 향연이었을 것이다. 22년 1학년, 23년 2학년이 바로 그 첫 세대겠다. 나는 22년 1학년 교실에서 협력교사를 했었다. 그리고 코로나진행시절 유치원에서 대체강사 및 교사, 초등학교 기초학력강사, 중학교 협력강사를 하게 되었다. 예전에도 이런 제도는 있었지만, 미미했다. 공고도 별로 나오지 않고, 있더라도 전관예우가 대부분이었다. 퇴임한 교원을 채용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교 내에서 그런 인성교육이 전혀 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무언가 학습을 시키기에는 무리였을 것이다. 초등1학년만 해도 벌써 수업시간이 40분이 된다. 그동안 화장실도 가지 못한다. 선생님만 봐야 한다. 책상도 일렬 배열이다. 때로는 디귿자 배열로 앉는다지만, 아직도 많은 학교에서 일렬배열이다. 유아기 때는 친구와 놀이하면서 알아갔던 지식과 배움을, 학교에서는 물리적 환경이 그러하다 보니, 담임선생님 1인이 모두 해주어야 한다.
학습이 자연히 될 턱이 있을까. 이미 유아기의 부모의 영향으로 수준이 천차만별이 되었을 텐데.
팬데믹을 겪은 아이들은 전적으로 부모의 영향으로 학습결손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였던 것이다. 그나마 사교육을 온라인으로 메울 수 있는 재력과 부모의 관심 및 시간이 그 차이를 이겨내고, 그런 부모의 학생들이 정상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유아기 때 했어야 했던 유아교육이 코로나로 무너지면서 도미노 현상이랄까. 우리 아이들도 그중 하나였다. 다행히 나는 유아기가 아니라, 그나마 조금 나은 사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시기에 유아기를 겪은 아이들은 그 정도가 학급 내에서 매우 심각했다.
이제 영아기를 보낸 유아아이들 차례이다. 현재 유아교육기관에 계약제로 근무하고 있기에, 영아기에 했어야 할 기본생활습관과 기초인성이 제대로 잡혀있지 않은 아이들을 보고 있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 뒤에는 부모가 있었다.
부모들도 아이의 잘못이 자신의 책임처럼 느껴 힘들어한다. 나도 부모였으니, 어떤 마음이었는지 잘 안다. 하지만, 아이의 잘못을 보면 내가 그랬었는지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괜히 교사양성 교육과정에 ‘부모교육’ 과목이 굳이 있겠는가. 부모도 함께 교육해야 하는 유아교사들(영아교사도 마찬가지다.) 매우 힘들 것이라 생각한다. 나도 학부모이면서 유아교사이다. 교사의 말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 부모들의 아이들은 교사도 어찌할 수 없다.
말했듯, 유아교육은 인성교육이 가장 바탕에 깔려있어야 하는데, 그것을 좌지우지하는 사람은 바로 부모이기 때문이다. 유아교육기관에서 아무리 신호등에 따라 횡단보도에서 건너라고 가르쳐도, 그 부모가 무단횡단을 하면 그 아이도 무단횡단을 한다. 어쩔 수 없다. 아이의 생사여탈권은 부모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유아교육기관에서의 교사의 역할과 책임은 막중하지만, 교사의 영향은 겨우 10% 영향을 끼칠까 말까이다.
하지만, 부모가 자신의 개조(?)하여 교사와 함께 교육하면
교육의 효과는 10%에서 100%로 바뀐다.
그래서 유아교육은 부모교육과 같다. 부모의 인성이 곧 아이의 인성이 된다. 낳기 전에는 몰랐으나, 이미 낳았다면, 그리고 아이가 영유아기 시기라면 기본생활습관과 인성교육에 힘쓰자. 그래야 공부도 알아서 하고 말썽도 피지 않을 확률이 높아진다. 더불어 아이들이 청소년기를 무난히 보낼 수 있는 역량까지 생기고 부모가 아이의 청소년기에 피가 마르지 않을 수 있다.
영유아기에 있는 부모들이여, 특히 7살 취학직전의 부모들이여,
기본생활습관과 인성교육을 할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꼭 실행하길 바란다. 그러면 초등1학년 적응이 훨씬 쉬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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