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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학 전 최고의 선행학습

바로 효과는 안 나지만, 진짜 확실한 방법

by 배써니

취학 전 유치원 7살 친구들은 이제 두 달 조금 넘게 유치원을 다니면 유치원을 졸업한다. 유치원의 마지막 겨울방학을 지내면 정말 초등학생이 된다. 이 시기가 초등학교 6학년 생이면 중학교 1학년이 되고, 중학교 3학년 생이면 고등학교 1학년이 된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부모들의 마음도 조급해진다. 바로 닥칠 앞으로의 일들에 대해 불안하기도 하고, 뭘 더 해줘야 할지 모를 때이다.


그래서인지, 학원에 문을 두드리기도 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정보를 찾아 헤매기도 한다.


만일 학습에 대한 걱정이라면 일단 넣어두자.

학습은 아주아주 머나먼 마라톤이 될 테니까 말이다.


자기주도학습이 완성되는 시기는 없다.

하지만, 혼자서 시작할 수 있는 나이는 중학생정도 되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말하는 "혼자서 시작"의 의미는 사교육의 도움 없이 자신의 힘으로 학습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것을 말한다.


중학생 때까지 기나긴 마라톤을 해야 하기에, 벌써부터 뭘 하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취학 전에는 책을 읽어주는 것이 최고의 선행학습이다.


너무나 당연하고 모두 알고 있는 것이라서 식상할 수 있다.

하지만 책을 읽는 방법에 대해 제대로 배운 적이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나조차도 성인이 되어서 겨우 자격증을 따기 위해 책을 열심히 읽었지, 따로 인문학책을 읽거나 교양도서를 읽은 적이 아주 드물기 때문이다.


취학 전 아이들은 부모가 책을 읽어주는 것이 가장 좋다. 아이는 부모와 함께 책에 대해 탐구하고, 무엇보다 부모의 온전한 정신을 독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아이들은 처음 책을 접할 땐, 책을 좋아해서 읽는 것은 아니다. 부모가 좋아하니까 자신도 좋아하는 것이다. 유아기 발달상 그렇다. 그 시기의 부모는 아이의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리 훌륭한 교사라 할지라도 부모를 이길 수는 없는 것이다.


책을 읽어주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안 미디어업체는 성우가 목소리를 녹음해서 교훈이 담긴(어른들이 좋아할 만한, 또는 권장도서 등이 있는) 동화책과 함께 팔았다. 이것은 잠시 효과를 보겠지만, 그냥 흥미를 가지는 데 그칠 뿐 교육적인 효과는 거의 없다. 교육적 효과를 누리려면 부모가 함께 보고 이야기를 해야 한다.


책을 읽을 줄 알면 책을 안 읽어주어도 될까?


아니다.

[아홉 살 독서수업]을 쓴 저자 한미화는 '자녀가 원할 때까지'라고 말한다. 아마 사춘기이전까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래도 자녀가 원할 때까지 읽어준 아이는 그렇게 계속 부모가 읽어주는 동화를 듣는 사이 좋아하는 작가도 생기기도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책이 생기기도 할 것이다. 바로 책의 기호가 생기는 것이다.


한 가지 장르에 빠져 주욱 책을 읽은 아이는 다른 장르도 넓혀가기 쉽다. 부모는 아이가 자신이 읽어서 이해할 수 있는 책 이외에 좀 더 어려운 수준의 책을 읽어주면 된다.


초등학교 1학년 1학기까지는 그래도 교과서가 그림으로 되어 있고, 유치원에서 했던 활동들이 많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 하지만, 2학기가 시작되면 국어는 받아쓰기가 시작되고, 수학은 덧셈과 뺄셈의 여러 변형문제가 나온다. 교과서를 보면 이미 어느 정도 읽기가 학습되었다고 생각하고 '쓰기'에 점점 집중되어 가기 시작한다.


국어활동 중 가장 끝판왕이 '쓰기'인 만큼 그동안 동화책 '읽기'로 문장, 어법, 어휘 등 여러 가지를 습득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최고의 선행학습이 책 읽기라는 것이다. 책만 잘 읽는 습관, 태도, 책을 고르는 안목 등을 기르면 초등학교 4학년까지는 많은 노력이 들지 않는다.


초등학교 저학년을 지나 중학년으로 가면 영어를 배우기 시작하고, 사회나 과학에서 생소하고 어려운 어휘가 많이 나온다. 거의 한자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어휘가 많이 나왔을 때를 대비해서 많은 분야의 책을 두루 읽어두면 이해하는 데 매우 도움이 된다.


아직 유아이기 때문에 동화책을 소리 내어 읽어도 내용이해를 할 수 있는 수준이면 훌륭하다. 초등저학년은 소리 내어 읽는데 어려움을 겪고 그로 인해 책 읽기를 더 멀리하기 때문이다. 수학도 마찬가지이다. 1+1과 같이 수학식을 알려주는 것보다 '사과 한 개를 먹고 다시 한 개를 먹으면 몇 개 먹었을까요?' 이런 문제에 더 익숙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수학기호는 최대한 나중에 알려줘도 된다.


미취학 유아는 이야기를 통해서 지식을 습득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다. 수학식에 익숙해지면 가뜩이나 읽기와 내용이해가 힘든 아이들은 문장제 수학문제만 나오면 덮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취학 유아는 수학기호보다 이런 이야기를 더 좋아하고 이해하기 쉬워한다. 단지 글을 읽지 못하기 때문이지, 그 내용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이용해 수학문제든 그림책이든, 동화든 부모가 계속 이야기를 들려주고 들어주면 아이는 동화책 읽기를 꺼려하지 않는다.


이것이야 말로 최고의 선행학습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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