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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써니 Sep 23. 2023

초등학교 협력강사 공고가 급증한 이유

그럴 거면 개인비서를 붙이시던가요




요즘, 전국적으로 협력강(교)사라는 비정규직 공고가 3월 말부터 4월, 2학기는 7월 말에서 8월까지 각 학교에서 모집한다. 협력강사의 취지는 원래 코로나19로 인한 학습결손으로 기초학력 저하로 본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보조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일회성인 사업이다. 학생들이 기초학력에 대한 문제가 사라지면 없어질 수 있는 사업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예산이 확충되지 못하면 뽑지 않는다. 


예전부터 이 사업이 있긴 했으나, 그렇게 많이 있지는 않았다. 코로나로 인해 전국의 학생들의 기초학력이 확연히 떨어진 것이 교육현장에서 계속해서 나타나니 어떤 조치를 취해야 했을 것이다. 


또한 코로나로 인해 대면수업만 하던 선생님들이 안 해보았던 원격수업은 그 자체로도 버거웠을 것이다. 그래서 '디지털튜터'라는 명목으로 다시 예산이 내려왔어서 한시적으로 뽑기도 했다. 17개 시도교육청에서 각기 다른 이름으로 행해졌던 '튜터'와 '협력강사', '기초학력강사'는 현재 금쪽이들과 악성민원을 제기하는 학부모의 전담부서로 전락하기 일보 직전인 것 같다. 


새로 짓는 학교는 특수학급을 필수로 넣어 건물을 세운다. 특수학급이란 '심신의 장애를 가진 학생들을 위한 학급'으로 소정의 절차를 거쳐 판정된다. 문제는 특수학급에 배정되지 않았지만, 학습을 진행하기에 힘든 학생들이 일반학급에 있을 경우이다. 


1수업 2교사제라는 명목하에 본 수업을 맡는 선생님과 학습진행을 따라오기 힘든 학생들을 위한 강사나 교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물론 교원자격증이 있다면 수업을 나눠서 할 수도 있긴 하다.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 협력교사와 수업하는 초등학교 수업을 보면 경력교사와 저경력교사가 함께 수업을 하는 것이 유튜브로도 소개되어 있다. 하지만 여의치 않은 경우 소정의 자격이 있는 사람들을 협력강사로 위촉해 담임선생님이 수업할 때 학습에 도움이 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맡도록 한다. 


협력교사 모집공고 교육청에서 발췌



문제는 이제는 기초학력보다는 아예 수업을 따라오지 못하거나 방해하는 학생들이 더 많이 늘었다는 것이다. 중학교이상 학교급에서 나타나는 일들이 이제 초등학교까지 내려와 있는 상태이다. 그래서 협력강사들이 하는 역할은 점점 금쪽이들을 케어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는 추세이다. 선생님들은 그 아이들에게 어떤 기대도 하지 않고, 그저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그 학생들을 케어하기만을 부탁한다. 


협력교(강)사의 업무와 자격요건

담당업무는 위에 나와 있듯 교수 학습활동을 보조하고 기초학력향상 지원, 학교생활 적응을 지원하는 것 등이라고 추상적으로 나와 있다. 


자격기준은 상당히 높다. 임용대기인 새내기 교원, 명예퇴직 및 정년퇴직 교원으로 '교원' 출신인자, 초 중등교육법시행령 제42조제1항 관련 '강사'자격 기준인 자, 학습지원대상학생 지도, 방과후학교 강사 등 학생지도 관련 유경험자이다. 즉, 교원, 대학전공, 전문대학인 경우 실무 2년 이상, 고교졸업자는 담당과목 4년 이상 실무경험자, 학생지도유경험자가 지원자격이 된다.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제42조 제1항 관련강사기준: 별표 2. 1. 대학(유치원의 경우에는 전문대학을 포함한다.) 졸업자 또는 이와 동등 이상의 학력이 있는 자로서 담당과목과 동일 또는 유사한 과목을 전공한 자. 2. 전문대학 졸업자 또는 이와 동등 이상의 학력이 있는 자로서 담당과목과 관련되는 분야에 2년 이상 실무경력이 있는 자. 3. 고등학교 졸업자 또는 이와 동등 이상의 학력이 있는 자로서 담당과목과 관련되는 분야에 4년 이상 실무경력이 있는 자. 4. 제1호 내지 제3호 외의 자로서 교육감이 따로 정하는 자격기준에 해당하는 자.)




금쪽이들의 행태는 실로 어마무시하다. 담임선생님은 학생이 다른 학생을 괴롭히지만 않으면 수업을 받지 않아도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는다. 그런데 어디서 보지도 못한 사람이 협력선생님이라면서 자신에게 뭔가를 계속 요구하는 것이다. 수업 중 바로 화장실에 간다고 하면 갈 수 있었는데, 그런 걸 할 수 없다. 책을 펴라고 했을 때 펴지 않아도 어떤 제재가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하기 싫은 책 펴기, 수업 듣기, 수업 중 활동하기를 모두 해야 한다.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아예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초등학생들과 선생님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 지원했던 협력강사들은 회의적으로 말한다. 오히려 학원강사를 하는 것이 더 편안하고 좋다고 한다. 나 역시도 처음에는 기초학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을 위주로 보았지만, 점차 몇몇 학생의 전담이 되어 갔다. 


학습에 가장 기본 태도가 되어 있지 않아, 학습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있는 학생들이다. 학급규칙을 지키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화장실에서 제대로 뒤처리를 하지 못하는 학생이 부지기수다. 화장실에서 대변을 보고 난 뒤 자신의 용변처리를 하지 않는 경우, 화장실을 쓴 후 물을 내리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런 학생들의 실태를 학부모는 모르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것을 가정에서 지도해 주십사 하면 선생님이 좀 해달라고 한다. 


이럴 거면 학교에는 왜 보내는지 모르겠다. 

이 정도면 거의 개인비서가 있어야 하는 수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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