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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써니 Jan 16. 2024

공공기관에서 원칙이란.

점점 방어적이 되는 이유.

원래 원칙이란 공정함을 위해 누구나 적용되는 것이다. 


이런 원칙을 예외로 하는 경우가 있다. 버스에 자리는 누구든 앉을 수 있지만, 임산부, 노약자, 신체가 불편한 사람, 영유아 등 사회적 합의에 의해 예외를 두기로 하는 경우이다. 


예외가 있다고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어 그게 문제다. 


나는 일하는 부모들의 수고를 조금이나마 덜고 함께 아이를 키우고 싶었다. 


유치원에서의 원칙이란 아주 단순하며, 사회에게까지 적용되는 원칙이다. 등하원시간은 부모가 데리고 와야 하는 것, 놀이하는 친구에게 실수했을 때는 미안하다고 이야기하고 다시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기로 약속하는 것 이런 것들 말이다. 


그런데, 원칙을 쉽게 무너뜨리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이런 사람들 때문에 힘이 든다. 


하원할 때, 부모가 데리러 유치원에 오거나 부모가 지정하는 성인 보호자만 가능하다. 형제자매는 데리러 오면 안 된다. 원칙상, 안전상 그렇다. 

그런데 갑자기 하원시간이 바뀌는 것이다. 학부모운영위원회원인 부모가 자녀의 하원시간을 바꾸고 싶어 하는데, 유치원 방침상 불가하다고 하니, 바로 원장님에게 전화한다. 원장남은 하원시간을 바꾸라고 하신다. 방과후를 맡은 부장님이 그동안 짜놓은 시간표가 그냥 무용지물이 되었다. 


또다른 경우가 있다.  부모가 직장에 다니는 경우 유치원의 유아들의 손위형제자매가 더러 하원시키러 온다. 이럴 때, 아무 문제가 없으면 다행이지만, 아이들끼리 하원하다 사고가 나면 책임소재가 모호해진다. 


학부모가 지정한 성인이 오지 않아도 유아를 하원시킬 수 없다. 이게 원칙이다. 하지만 부모가 모두 직장에 매여 오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원아의 부모가 늦게 끝나서 혼자서 남아 유아의 부모가 올 때까지 기다린 적도 있다. 우리 집 애는 나를 기다리는데 나는 나의 아이에게 가지도 못한다. 나의 퇴근 시간은 오후 7시인데, 나의 퇴근시간은 지켜지지 못했다. 이 원칙은 어떻게 되는 걸까. 그렇다고 수당을 더 주는 것도 아니고, 알아주지도 않는다. 관리자는 그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한다. 그저 "어쩔 수 없네. 수고가 많아요."이런 말 한 마디로 끝이다. 아, 가끔 커피를 쏘시는 걸로 위로해주시기도 한다(그냥 원장님이 대신 있어주시면 안 되나요.).


이렇게 말하면, 다른 민간영유아기관에 종사하는 사람은 배부른 소리를 한다고 뭐라고 할 것 같다. 


하지만, 공공기관이 이런 것이 지켜져야 이와 유사한 직종에서 이런 원칙이 운영의 기준이 된다. 


다른 건 다 제쳐 두고, 직장 때문에 형제자매가 하원하는 것을 허용했다고 치자. 


안전상의 이유로 민원을 제기하면,


이제 모든 예외는 없어진다. 


약속한 시간에 와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문을 개방하지 않는다. 


일찍 오든 늦게 오든 협의회에서 서로 약속한 사항에서만 그대로 실행할 것이다. 


그러니 융통성 없는 게 당연하고 


그런 민원을 아예 원천봉쇄하려면


어쩔 수 없다.


방어적으로 모든 매뉴얼대로, 원칙대로 하는 수 밖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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