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반에서 놀이했던 물품, 만들었던 작품 그득이고 지고 오면 그걸 또 정리해 줘야 한다. 한두 명도 아닌데.
그렇게 우여곡절 아이들의 가방과 짐을 자리에 잘 정리하는지 봐주고 나서,
출결확인을 한다.
오후에 약을 먹여야 하는 유아도 체크한다. 한 10분 간이 정신이 없다.
소망반 교실에 들어오는 사랑반 유아들과 서로 인사하느라 또 부산하다.
자리 때문에 티격태격 다투기도 한다.
갑자기 소망반 유아가 화장실 가고 싶다고 말한다. 갔다 오라고 말하니, 다른 유아도 가고 싶다고 말한다.
이제 모두 앉았다 싶었더니, 맨 뒷줄에 앉은 유아가 코피가 난다고 한다.(이 시기 유아들은 자주 코피가 난다. 혈관이 가늘고 피부가 얇기 때문에 가벼운 타박상에도 코피가 나기도 하고, 신체활동이 너무 활발하게 한 직후도 그렇게 코피가 난다.) 그러면 방과후 시작인사도 못 한채, 황급히 약통을 찾아 약솜을 찾는다. 코피가 심하게 날 때는 일단 휴지로 막고, 유아더러 잡고 있으라고 한다. 아이들은 구름같이 몰려들어 더 정신 사납게 군다. 약품통에 약솜이 없다. 탈지면을 조금 뜯어서 작은 상처용 멸균붕대로 돌돌 말아 작게 만든다. 솜으로만 막으면 혹시 피떡이 된 솜이 목구멍으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성인이면 그냥 탈지면으로 막아도 되겠지만.)
한바탕 소동이 일어난 후 제자리에 앉아보자고 하니, 자리가 좁다며 유아들이 티격태격거린다. 분명히 자리를 정해주었건만, 자리 가지고 마음에 안 든다고 자꾸 핑계를 댄다. 오전반 아이들은 5명씩 3줄로 앉는 자리를 6명씩 3줄로 앉으려니 당연히 좁다. 소망반과 사랑반 친구들이 섞여있기에 서로 더더욱 양보와 배려는 없다. 오전반선생님께 이 문제를 말했지만, 나를 이상하게 볼 뿐이다.
겨우 손유희와 간단한 게임으로 주의집중을 시켰다.
하지만, 말하기를 좋아하는 유아들이 서로 자기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선생님, 오늘 사랑반에서 만들기 한 거예요. 잘했죠?
-선생님, 어제 엄마랑 키즈카페 갔다 왔는데 너무 재밌었어요.
-선생님, 오늘 뭐 해요?
이런 얘기를 마구 한다.
서로 얘기를 하다 보니, 시장통이 따로 없다.
다시 노래를 부른다.
그러면 같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이 모든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물론, 방과후 처음 시작할 때, 항상 말한다.
선생님이 말씀하시고 나서 친구들의 이야기를 같이 들어볼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오늘의 주제에 대해 말하고, 방과 후의 일과에 대해 아이들에게 간단히 소개한다.
소개하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질문을 한다. 주제와 관련이 없는, 자신의 머릿속에 생각나는 말을 계속 꺼내는 것이다.
사실 이 시기는 말을 마구잡이로 하는 시기는 조금 지나, 상황에 맞는 말을 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러려면 상대방의 말을 먼저 주의 깊게 듣고, 그에 맞는 대답을 생각한 후에 그런 후에야 말을 해야 한다.
그런데, 그것이 잘 되어가는 유아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유아가 있다.
일대일 상황이면 조금씩 대화주제에 대해 환기를 시키면서 기다려주면서 할 수 있다.
하지만, 선생은 한 명이고 20명이 넘는 유아들의 한 마디 한 마디를 어떻게 다 지도해 준다는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