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우는 잘생기지 않았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키. 탄탄한 어깨. 큰 얼굴. 덥수룩한 머리. 불그스레한 피부. 검은 뿔테.
중학교 시절 견우는 내 단짝을 짝사랑했다. 내게 그녀에 대해 이것 저것 물어봤다. 어떻게 고백을 하면 좋을까. 그녀는 날 받아줄까? 나는 촛불을 놓고 드라마에서나 봤을 법한 화려한 고백을 하면 받아주지 않을까라는 어리석은 대답을 했다. 그때의 내게 사람 마음은 촛불 몇십개로 얻을 수 있는 것처럼 보였나보다. 견우는 낡은 학원 상가의 비상계단에 촛불들을 소중히 놓아 꼭대기층에서 고백을 했다. 견우의 공주는 유리계단을 올라갔지만, 왕자는 없고 견우만 있었다.
고등학교에 올라가 견우와 나 사이는 뜸해졌다. 평소 친하던 친구들과 관계를 끊고 잠적했다는 소식만이 들렸다. 고삼이 되어서야 근근이 연락이 왔다. 수능이 끝나고 내 대학 발표가 나기 전날 우린 만나서 밤을 새웠다. 아마 몰래 맥주 같은 것을 마셨던 것 같다. 눈이 새하얗게 덮인 놀이터에서 벌벌 떨며 밤을 새고 기억도 나지 않을 대화를 짓걸였다. 아침이 되어서도 발표가 나지않자 집에 돌아와 목욕을 했다. 차가운 놀이터는 없고 따듯하고 노곤한 물만 있었다. 기분이 좋았다. 띵동. 문자가 왔고, 나는 대학에 가고 견우는 재수학원에 갔다.
나는 신입생활에 홀딱 빠져 지냈다. 휘황찬란한 신입생활. 우릴 위해 펼쳐지는 행사와 쇼들, 흠흠거리는 것 조차 반짝여 보이는 선배들, 그 속에 마냥 신기하고 기쁜, 주목받고 싶은 내가 있었다. 누가 멋지고 누가 별로네, 라고 앵앵대던 그 시절 견우는 내 머릿속에 없었다. 정신 없이 보낸 그 해 겨울의 어느 날,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견우는 이상해져 있었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견우의 목소리는 웃는 것 같기도 우는 것 같기도 했다. 자꾸만 이상하게 웃는 네가 무서웠다. 견우는 마음이 너무 아파 약을 먹어서 그렇다고 말했다. 약을 먹지 않으면 전화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마 그때의 너는 절벽에 있었을텐데, 나는 또 다시 어리석게도 아무것도 몰랐다. 그 후로부터 한달에 한 번, 그 다음엔 두 달에 한 번 전화가 왔다. 그리고 또 1년이 지난 후, 너는 그 이상해진 목소리로 자살을 시도했었다고 말했다. 사는 것이 더 두려워져 죽을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언제나 타인에게 바보같은 나는 너의 깊숙했을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랐다. 그저 걱정이 되어 메세지를 하고, 가끔은 전화를 했다. 너는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았다. 전의 이상한 웃음이 없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3학년이 되어서야 견우는 대학교를 갔다. 마지막으로 어디 먼 곳에서 함께 라볶이를 먹으며 견우는 군대를 간다고 말했고, 그것을 마지막으로 너는 영영 사라져버렸다.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고, 군대에 가면 종종 올만한 전화도 오지 않았다. 밋밋하게 남아있는 카톡이 너인지 아닌지도 여전히 알 수가 없다.
견우야. 오늘 밤 네가 그리워져 너를 글로 남겼다. 우리가 밤을 샜던 날 내가 마냥 따듯한 목욕물에 있을 때, 너는 혼자 춥게 집으로 돌아갔을 생각에 마음이 아프다. 기억나지 않아도 다시 어리석게 행동했을 그때의 나에게 전화해줘서 고맙다. 가끔 내가 생각난다면 연락해주면 좋겠다. 그러면 촛불같이 동화같은 이야기들은 이제 그만 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