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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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knownothing

나는 조금씩 희미해지다가 결국 투명인간이 되어 버렸다. 그 영화 탓인지도 모르겠다. 몸이 조금씩 조금씩 나무의자로 변해버렸던 그 여자를 본 탓일거다. 5년 전 그 영화를 보지 않았더라면 나는 투명인간까지 되지는 않았겠지.


투명한 인생도 나쁘지만은 않다. 외롭기는 하지만 보통인간일 때도 외로운 것은 매한가지였다. 내가 볼 수 없던 곳들이 보이고, 쑥쓰러워 입지 못했던 옷들만을 입게 된다. 나는 검정색 긴 치마에 흰색 실크 블라우스를 입는 것을 좋아한다. 보통인간이였더라면 지금이 구한말이냐고 놀림을 받았을 것이다.


투명인간은 투명할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곤 하는데, 다른 곳을 순간이동 할 수 있다거나하는 능력은 없다. 오히려 나의 삶과 모습은 도둑고양이에 가깝다. 가끔 눈에 띄지만 금세 사라지고마는, 도대체 어디서 뭘 하고 사는지는 가늠하기 힘든 고양이들 말이다. 흠흠대며 노래를 부르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놀래키는게 소소한 취미가 되었다.


언제부턴가 거짓인 것은 현실이 되었고 현실인 것은 거짓이 되었다. 그것들이 섞일 때 마다 나는 점점 더 흐릿해져만 갔다. 흐릿한 나는 결국 덩그러니 남아 투명한 돌멩이처럼 데굴데굴 굴러다닌다. 먼지와 노오랗게 시든 잎사귀들과 친구가 된다. 그리고 습관처럼 손을 뻗는다. 그 곳에는 항상 다섯개의 손가락이 있었지만 이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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