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그에게 있어 사랑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내가 요즘 읽는 책에서는 사랑을 죽음과 비교하며, 나의 자아가 삭제될 수 있을만큼 다른 이에게 이입할 수 있을 때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그는 자신이 사랑이 뭔지 잘 못느끼는 사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오히려 사랑은 자아를 버리는 것이 아닌 새로운 자아를 받아들이는 과정이 아닐까 라고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J와 내가 함께 한 8년의 시간을 지나오며 사랑은 두 종이가 젖어들어 하나가 되는 과정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쉽게 젖지 않았던 두 장의 종이가 만나 서서히 젖어들었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누가 나이고 누가 너인지 알 수 없게 되었다. 아주 교묘하게. 나는 내 자아를 지키고 있다고 거만히 생각하고 있다가, 어느덧 너의 작은 불행에도 웅크리고 누워 눈물을 흘리고 있는 나를 발견하는 순간처럼.
그리고 오늘 네게 말은 하지 않았지만, 사랑을 잘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던 너의 생각과는 달리 너는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사랑을 잘 실천하는 사람이다. 네가 행복하면 좋겠다. 그래서 나는 아주 조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