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에 기숙사가 있습니다

저는 기숙형 자율중학교 교사입니다

by 지리박 선생님

“어제 야자 감독을 해서 그런지 피곤하네.”

“너 중학교에 있다고 안 했어? 중학생이 무슨 야자야?”

“밤까지 자습하고 기숙사 들어가.”

“중학교에 기숙사가 있어?”


마지막 질문은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 대해 말할 때면 항상 듣는 질문이다.

그렇다, 나는 대한민국에 몇 없는 기숙형 중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다.

우리 학교는 자율학교라서 전국 단위로 학생 모집이 가능하다. 그중, 통학이 불가능할 정도의 먼 거리에 사는 학생들을 위해 기숙사가 마련되었지만, 공석이 있다면 학교 주변에 사는 학생들도 입소할 수 있다. 서울, 경기도, 부산, 대구, 광주 등 정말 전국 각지에서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지고 온 아이들이 모여 산다.


중학교에 기숙사가 있다고 하면 자연스레 뒤따르는 질문이 있다.

“거기 대안 학교야?”


아니다. 여러분 집 주변에 있는 일반 중학교와 별다를 것 없는 학교이다. 다만 자율학교라서 몇 가지 과목의 시수를 늘리고 줄이는 것이 비교적 자유롭다고는 하는데, 실제로 별반 차이는 없다. 재학생조차도 본인이 자율중학교에 다니는지 모를 정도의 미미한 자율성이다.

노파심에 한 번 짚고 넘어가자면 출석 일수만 맞추면 졸업장 나오고 별도로 검정고시 안 봐도 원서 써서 고등학교 진학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다음 질문은 이것이다.

“그럼 공부 잘하는 얘들만 오겠네?”


꼭 그렇지는 않다. 공부에 집중하려고 이 시골 학교에 제 발로 찾아오기도 하지만, 집에서 지낼 수 없는 복잡한 사정으로 보내진 경우도 많다. 게다가 경쟁률도 세지 않아서 면접만 야무지게 보면 합격이다 보니 전체적인 수준이 높다고는 말하기는 조금 민망하다.


마지막 질문이다.

“학교 끝나면 얘들 뭐해? 혼자 야자만 해?”


아니다. 기숙형 중학교의 꽃은 방과 후 수업이다. 정규 수업이 끝나면서 20여 개의 프로그램이 그 진가를 드러내는데, 바로 이게 우리 학교의 주된 사업이다. 크게 두 가지 갈래로 나뉘는데, 첫째는 국·영·수 위주의 교과 수업, 두 번째는 음·미·체 위주의 예체능 수업이다. 자세한 프로그램 안내는 이후에 별도로 소개하겠다.

정규 수업이 끝나고 기숙사에 들어가기 전까지 8~10교시의 스케줄을 본인이 구성할 수 있다. 8-10교시 모두 방과 후 수업에 참여할 수도 있고, 한 개만 들을 수도 있고, 내내 혼자서 자습만 할 수도 있다.


기숙형 중학교 학생들의 일주일 일과는 이러하다.

-일요일 저녁에 기숙사에 입소한다. (원칙은 그렇지만, 월요일 아침에 직접 등교하는 것도 가능하다.)

-월요일에서 목요일까지는 정규 수업이 끝나고 방과 후 수업에 참여한다. 모든 방과 후 수업이 끝나고 원하는 경우 자습을 한 시간 더 하고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다.

-금요일은 정규 수업이 끝나고 방과 후 수업 없이 집으로 귀가한다.


원거리에 사는 학생들은 2주에 한 번씩 귀가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럼 귀가하지 않고 학교에 남는 주간에는 무엇을 할까?

토요일은 외부 강사님이 오셔서 오전은 미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오후는 체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저녁 식사 후에는 기숙사로 돌아가서 자유시간을 갖는다.

일요일은 학교 선생님들이 돌아가면서 프로그램을 준비해 운영한다. 보통 오전에는 외부 강사님을 초청해서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하고, 오후에는 학교 봉고차를 타고 근교 바닷가에 놀러 가거나 시내 영화관에서 단체 관람을 한다. (예외적으로 시험 기간 전 주에는 내내 자습시간을 갖는다.)


참고로 주말에는 교육청에서 식사비가 지원되지 않기 때문에 학기가 시작할 때 밥값을 별도로 걷는다. 지원이 안 되냐는 문의가 매년 있는데, 이건 불가능하다. 한 끼에 8,000원인데, 이 외에 주말 프로그램 참가비는 별도로 걷지 않는다.


실제로 주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전체 원거리 학생의 1/3 정도이다.

너무 멀리 살아서 교통비도 비싸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경우나 특수한 가정사를 가진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웬만하면 매주 귀가를 한다. 부모님이 2주에 한 번씩 집에 오라고 해도, 하고 싶은 것 많은 사춘기 중학생한테는 힘든 일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