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도 다들 나름의 사연이 있다.
집 앞 5분 거리의 학교를 두고, 매주 다른 지역을 오가는 수고를 감수할만한가?
이곳은 주변에 편의점 하나 없는 시골에 있고, 교통은 당연히 불편하며 일타강사도 없을뿐더러 명문고 진학률이 유별나게 높지도 않다. 고등학생이라면 속세와 단절하고 공부에만 몰입하겠다, 라는 수도승의 마음으로 올 수도 있겠지만 이제 막 초등학교 졸업한 13살짜리 얘들이 무슨 연유로 여기까지 찾아왔을까.
다들 나름의 사연이 있다.
▶ 부모와 자녀가 갈등이 심한 경우
초등학교 고학년이면 슬슬 사춘기가 시작된다. 말 잘 듣는 우리 아이가 어느 순간부터 짜증이 늘어나고 툭하면 화를 내고 신경질적으로 변한다. 명확한 원인이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부모 자식 간에 고성이 오가는 것을 시작으로 결국에는 한 공간에서 서로를 마주치는 것조차 스트레스가 된다.
부모 입장에서는 이 나이에 벌써부터 이러는데 앞으로는 어떨지 더 감당이 안 될 것 같고, 자녀 입장에서는 잔소리하는 부모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충만하다.
이런 상황에서 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기숙형 중학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모두에게 꽤나 매력적인 선택지이다.
▶ 동네 친구들과의 분리가 필요한 경우
초등학생 때 사춘기가 세게 오는 아이들이 있다. 어느 순간부터 주변 중학교에 다니는 불량한 언니, 오빠들과 어울리기 시작한다. 나중에는 밤늦게 연락을 받고 나가거나 학원 끝날 시간이 지나고 느지막이 들어오는 일이 반복된다. 그러나 어느 날, 담배 냄새까지 끌고 들어온다면? 부모는 미쳐버린다. ‘저걸 어떻게 할 수도 없고. 이사라도 가야 쟤들이랑 안 어울릴까? 핸드폰을 없애야 되나?’ 둘 다 말처럼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그런 노선을 타고 있다면 이미 주변 중학교 선배들과 어느 정도 관계가 형성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중학교 가면 조금은 철이 들겠지’라는 생각은 오산 중 오산이다. 주변 중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그 세계에 물들어가며 이성 친구까지 활발히 사귈 것이다. 심하면 더 심해지니 차라리 다른 지역의 기숙학교에 보내는 것이 괜찮은 해결방안이 될 수 있다.
반면, 의외로 아이가 먼저 질 나쁜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끊고 싶어 할 수도 있다. 처음에는 뭣도 모르고 친해졌지만, 나중에는 거리를 두고 싶어도 주변 시선 때문에 끊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오히려 아이가 반길 수도 있으니 고려해보길 바란다.
▶ 맞벌이 부모님
학부모님 중에서 부부가 같이 식당을 운영하는 경우가 있다. 일이 바빠서 최근 5년간은 부부 모두 평일에 새벽 5시에 집에서 나갔다가 밤 9시에 돌아오신다고 하셨다. 그래서 아이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혼자서 아침, 저녁을 챙겨 먹으며 자랐다고 한다. 감사하게도 큰 문제없었지만, 이제 중학생이 되니 아무래도 학업적인 부분이 신경이 쓰이셔서 보내셨다고 하셨다.
그렇다. 기숙학교에 오면 싫으나 좋으나 하루 종일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그 누구라도 정규 수업이 끝나고 45분의 방과 후 수업(혹은 자습을) 3번을 거쳐야만 기숙사로 들어갈 수 있다.
학교 끝나고 방에서 핸드폰이나 만지며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훨씬 영양가 있는 생활양식이니, 아이를 케어하기 힘든 가정이라면 기숙학교도 괜찮은 선택지이다. 대책 없이 방치하는 것보다는 훨씬 났다.
▶ 해체된 가정
여기에는 가정 폭력, 이혼 가정, 재혼 가정, 한 부모 가정, 조손 가정 등 어른들의 문제가 엮긴 경우이다.
1) 가정폭력
아버지가 술을 마시고 가족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어머니가 언어적으로 아이에게 정서적인 학대를 한다면, 아이는 분리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남편의 폭력 때문에 이혼을 하고 싶어도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못 할 수도 있고, 어머니 본인도 그러한 스트레스를 말로 아이에게 풀 수도 있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피해 보는 것은 당신의 자녀이다. 아이가 괴물로 자라게 하지 말라.
이런 배경을 가진 아이들은 실제로 집보다 기숙사에 있는 게 차라리 났다고 말을 하니, 고려해보길 바란다.
2) 한 부모 가정(이혼 및 사별)
시대가 아무리 좋아졌어도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것은 쉽지 않다. 기타 경제적 도움 없이 외벌이로 일을 할 경우, 사교육비 감당하느라 저금은 꿈도 꾸기 힘들고 퇴근 후에는 아이 밥 차려주느라 피곤해서 짜증이 늘어간다. 아이가 학원에 가지 않고 집이나 도서관에서 혼자 EBS 강의를 듣거나 방문 학습지를 풀며 시간을 보내면 좋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다 미술이나 음악이라도 배우고 싶다고 하는 날에는 가세가 기우는 수준으로 갈 수 있으니 예체능부터 교과 방과 후 수업이 다수 개설된 기숙학교도 괜찮은 환경이다.
3) 재혼 가정
이혼이 많아지는 요즘 학교에서도 재혼 가정 아이들이 눈에 띈다.
남편을 사랑하더라도 전처의 아이를 키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적으로는 낯설기 때문에 불편한 존재와 같이 살아야 하는 것을 감수해야 하고 청소년기 아이들과의 의사소통 법을 익혀야 하며 본인이 부모로서의 정체성이 없더라도 식사를 챙겨주거나 가끔 바람을 쐬러 같이 가는 등의 최소한의 역할 수행을 해야 될 것 같은 부담감도 있을 것이다. 아이가 하나라면 해볼 만하겠지만 두 명 이상이고, 게다가 성별도 다르다면 더 힘들어질 것이다.
남편 입장에서는 본인의 아이를 새엄마에게 맡긴다는 것이 미안한 일이고, 아이 입장에서도 불편한 집에 살기보다는 차라리 다른 곳에서 사는 게 속 편할 수 있다.
4) 조손 가정
부모님이 이혼을 하게 되면 그 아이들은 보통 할머니(할아버지) 집에 맡겨진다. 어릴 때부터 봐왔기 때문에 애정도 있고 밥도 잘 챙겨주시지만, 딱 거기까지이다. 학업을 위해 학원에 보내거나 학습지를 풀게 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핸드폰 좀 그만 들여다보고 공부 좀 해”라는 단발성 멘트가 전부인 경우가 많다. 이는 불규칙한 생활습관과 무기력을 키우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학업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아이에게 새로운 것을 경험시켜주기 위해 주말이나 방학에 여행을 가거나 근교로 드라이브를 나가는 일도 흔치 않다. 여기서 문화적 격차도 발생한다.
할머니들은 특성상 손자, 손녀들에게 듣기 싫은 말을 잘하지 않는다. 눈치를 보고 자라지 않은 아이는 상대의 기분을 살피거나 갈등 상황을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의사소통 기술이 무엇인지 익히기 힘들다. 사회성 있는 아이로 자라나기에는 아쉬운 환경이다.
할머니 집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면 친척 집을 전전하게 된다. ‘요즘 시대에 친척 집을 전전한다고? 옛날 드라마에나 나오는 얘기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현실은 항상 더 한 법이다.
친자식같이 대해주는 친척분에게 맡겨질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아닐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아이가 지나치게 눈치를 볼 수밖에 없으니 차라리 기숙학교에 오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 정서적으로나 교육적으로 모든 것이 말이다.
▶ 군인 가정
계속 지역을 옮겨 다녀야 하는 군인 가정의 경우 아이 학교 때문에 고민이 많을 것이다.
아버지가 발령 날 때마다 가족 모두 이사를 다닐 수도 있겠지만, 이는 당연히 아이 정서에 좋지 않다. 새로운 환경의 새로운 친구들과 친해질 만하면 떠나버리는 과정을 몇 번이고 반복하니 당연히 깊은 관계를 형성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 또 언제 떠날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스트레스 때문에 학업에 집중하기도 힘들 것이다. 학교마다 선생님마다 가르치고 시험을 출제하는 스타일이 조금씩 다른데, 그 미묘함을 포착하고 준비할 시간이 없으니 내신 성적은 좋을 수가 없다.
그래서인지 매년 한 그룹을 이룰 정도로 많은 군인 가정 자녀들이 소개를 받고 오고 있다.
▶ 거주하는 곳의 학군이 좋지 않은 경우
이렇게 말하면 우리 학교가 대단히 공부 잘하는 학군처럼 들릴 수 있지만, 절대 그런 뜻은 아니다.
현재 사는 곳 주변에 학원 하나 없는 농어촌이거나 진학 가능한 중학교가 한 곳뿐이라면 이사를 고려할 수 있다. 초등학교 친구들과 그대로 중학교에 함께 올라가 한 반이 되고 졸업할 때까지 같은 반이다.
아이는 초등학생 때 트러블이 있던 친구들과 계속 함께 지내는 것이 힘들 수 있고, 이와 별개로 조금 더 넓은 세상에서 새 출발을 하고 싶을 수도 있다. 부모 입장에서도 방과 후 수업 덕분에 사교육 문제도 해결되고 더 많은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으니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아이가 원하기만 한다면 못 보낼 이유는 없다.
▶ 공부보다는 다양한 활동
기숙형 중학교라고 모두 같은 분위기를 가진 것은 아니다. 어디는 각 잡고 공부를 시켜서 많은 학생들을 명문 고등학교에 진학시키기도 하지만, 우리 학교는 공부보다는 다양한 체험학습 위주로 운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지는 따로 다룰 예정이다.)
아이가 학업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서 공기 좋은 시골에서 여유롭게 학교를 다니며 성장하길 바란다면 괜찮은 선택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