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는 안 되지만, 와이파이는 잘 됩니다.
신입생 모집 시즌이 돌아오면 학교로 문의 전화가 많이 온다. 대체적으로 비슷한 질문들이지만, 그중에서 단연코 1위는 방과 후에 주요 교과인 국어, 영어, 수학 공부를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다.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방과 후 수업에 참여하는 것, 두 번째는 컴퓨터실에서 인터넷 강의를 듣는 것, 세 번째는 자습실에서 혼자 공부하는 것, 네 번째는 학원에 다니는 것이다.
차례로 자세히 설명하겠다.
1. 방과 후 수업 참여
방과 후 수업은 월요일에서 목요일까지 사흘간 정규 수업 후인 8-10교시에 이루어진다.
어떤 수업을 듣는지는 각자 선택이 가능한데, 매일 같은 시간표로 운영되는 것은 아니다. ‘월요일과 화요일’, ‘수요일과 목요일’ 이렇게 짝을 지어 같은 시간표로 운영된다. 사흘간 동일하게 운영될 경우, 학생들이 지루함을 느낄 수 있고 조금 더 다양한 기회를 주고자 하는 마음에 이렇게 편성되었다. 8교시에는 주로 교과 수업을 운영하고, 저녁 식사 후인 9-10교시는 예체능 수업이 주를 이룬다. (이번 편은 교과 공부에 대한 내용이니 예체능 수업은 다음 편에 다루겠다.)
현재 8교시에 개설되어 있는 주요 교과 수업은 다음과 같다.
-국어 독해반: 무학년제/ 교과서에 실린 주요 문학 작품들을 제대로 읽고 해석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영어 심화반: 무학년제/ 고등학교 영어 기출문제집으로 수업이 진행되며, 문제를 풀고 지문을 해석하며 정답을 찾는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
-수학 심화반: 학년별로 개설/ 시중에 문제집으로 수업이 진행되며, 신청 인원이 많은 경우 이전 시험 점수를 기준으로 삼아 상위권 순으로 선발하고 있다.
-과학 실험반: 무학년제/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바탕으로 과학 실험을 진행한다.
-한국사반: 무학년제/ 시중 문제집으로 수업이 진행되며, 한국사 능력 검정 시험 대비를 위한 한국사 수업이다.
교과 수업은 대게 시중 문제집을 교재로 사용하는데 그해 지원받은 예산이 여유가 있으면 학교에서 교재를 일괄적으로 구매해 제공하고, 여의치 않은 상황이면 학생이 사비로 구입하게 된다. 그래 봤자 3만 원이 넘어가는 교재는 없으니 부담 갖지 말길 바란다.
이 외에도 국어 기초 학력반과 수학 기초 학력반을 무학년제로 운영하고 있다. 기초 학력반이란 난독증이 있거나 성적이 지나치게 떨어지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것인데, 학교 자체적으로 개설한 수업이 아니라 이러한 학생이 있는 학교에서 수업을 할 수 있게끔 국가에서 예산을 지원해서 운영하는 것이다.
모든 학년의 학생들은 학년 초에 국가에서 시험지를 제공하는 기초 학력 테스트를 치른다. 수학과 영어만 진행하는데 일정 점수에 도달하지 못하면 재시험을 보고, 그 또한 통과하지 못하면 기초 학력 미달로 판정되어 기초 학력 수업을 듣게끔 권유하는 것이 매뉴얼이다. 하지만 이 학생들 외에도 본인이 기초가 모자란다고 생각해서 기초학력 수업을 듣고 싶다면 수강 가능하다.
2. 인터넷 강의
미리 신청만 하면 자습시간에 학교 내에 있는 컴퓨터실을 이용할 수 있다. 주로 EBS나 강남구청 인터넷 강의를 듣는데, 가끔 과제를 위한 자료를 검색하거나 발표 자료를 준비하기도 한다.
학교 IP는 온라인 게임 접속이 불가능하도록 교육청에서 설정을 해 놓았지만 포털에서 온라인 서핑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다. 하위권과 중위권 학생들은 중간에 다른 길로 빠지기 쉽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자기 주도 학습능력을 가진 상위권 학생들만 이 학습방법을 추천한다. 또한 강의라는 것은 말 그대로 지식을 전달해주거나 공부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기 때문에 복습하고 문제에 적용해보는 시간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이전에 세 교시 모두 인터넷 강의만 듣던 학생이 있는데 졸업할 때까지 결국 중위권에서 벗어나지를 못했다. 유튜브에서 아이돌 영상을 보다 걸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 선생님들이 강의 그만 들으라고 아무리 타일러도 소용없었다. 그렇게 자꾸 샛길로 빠져서 시간을 버릴 바에는 혼자 문제집을 풀며 공부하는 게 나을 것 같다.
3. 자습실에서 혼자 공부
저학년일수록 세 교시 모두 방과 후 수업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지만, 고학년이 될수록 자습시간을 늘려 나간다. 그래도 세 시간 모두 자습을 하는 것은 말리는 편이다. 중학생이 세 시간이라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란 쉽지가 않고 뒤로 갈수록 집중력이 떨어져 책상에 엎어져 잠을 자는 경우가 많다.
최상위권 학생들은 본인의 부족한 부분을 혼자 문제집을 풀며 보충하고, 주말에 과외를 받거나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이 시간에 과제를 한다. 다음 날 쪽지시험이나 수행평가가 있으면 관련 공부를 할 때도 있고 교내 대회나 공모전 참가를 위해 팀별로 빈 교실에서 뭔가 준비할 때도 있다. 최하위권 아이들은 만화책을 읽는데,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잠을 자거나 친구에게 장난을 걸기 때문에 웬만하면 건드리지 않는다.
4. 학원 다니기
기숙학교에 보내는 것을 망설이는 대표적 이유는 ‘학원’ 때문이다.
예비 신입생 학부모님들이 학원 관련 질문을 하면 방과 후 수업이 우리 학교의 강점인데, 이 수업을 포기한다면 우리 학교에 굳이 보낼 이유가 없다고 정중히 말씀드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과 과목의 사교육을 꼭 받게 해야겠다 싶은 분들은 어떻게든 방안을 찾아낸다. 기숙사 학교에 다니면서 학원에 다니는 몇 가지 유형을 소개하겠다.
1) 평일에 시내에 있는 학원 방문
아이 성적이 너무 낮아서 일주일에 3번은 학원에 보내야 중간이라도 가겠다, 싶을 때 이 방법을 선택한다. 시내에 있는 입시 학원을 전부 알아봐도 워낙 낙후된 곳이라 흡족한 곳은 없지만 그래도 방안이 없으니 가장 큰 학원에 보낸다.
기존에 개설되어 있는 일반 반에 보내기도 하지만, 조급한 어머니가 있다면 우리 학교 학생들을 몇 명 모아서 반 하나를 따로 만들어 시험에 특화된 수업을 하게 하기도 한다. 사람이 모이지 않을 경우에는 친한 엄마 몇 명이서 2-3명 그룹 과외를 시키기도 한다.
우리 학교가 있는 지역은 워낙 시골이라서 시내까지 나가는데 버스로 20분은 걸린다. 4시 30분에 정규 수업이 끝나고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갔다가 8시에 기숙사로 다시 돌아오고 하는 시간까지 다 하면 하루에 이동 시간만 1시간은 족히 넘는다. 이렇게 고생을 할 바에는 차라리 학원 가까이에 있는 시내권 학교에 다니는 게 났겠다 싶다. 물론 성적이 많이 오르면 헛수고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대체로 그렇지 못한 결과로 이어져서 교사들이 많이 말린다.
2) 평일에 학교로 학원 선생님이 방문
어머니가 학교 주변 지역에 사는 잘 가르친다는 강사분을 어렵게 수소문해서 섭외를 한다. 강사님은 아이가 본인이 근무하는 학원이나 집으로 오면 좋겠다고 하지만, 매일 실어 나를 사람이 없다 보니 결국 나온 대안이 강사님이 학교로 방문하는 것이다. 관건은 학교에서 배려 측면으로 빈 교실을 제공을 해주냐의 문제이다.
사실 학교에서는 이미 방과 후에 국어, 영어, 수학 수업을 학년별, 수준별로 운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사정을 이해하고 배려해주기 힘들다. 영재라서 수준에 맞는 수업이 없다 싶으면 과학고나 대학교에서 운영하는 영재교육원에 다니는 게 맞고, 학습부진아라면 이미 학교에서 그 아이들만을 위한 수업을 교과별로 진행하고 있으니 수강하면 된다. 학습부진아들은 수준 높은 강사의 가르침 이전에 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집중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활동을 시키는 게 우선이다.
설사 타당한 사정이 있어서 교실을 제공했다고 해보자. 다른 학부모들 귀에 이 얘기가 들어가고 점점 이런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 그럼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된다고 할 수 없고, 인증되지 않은 성인이 교내에 주기적으로 드나드는 것 자체가 괜한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 보수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그래도 정말 부득이한 사정이 있으면 허용할 수도 있으니 말은 꺼내보길.
3) 우리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주말반
이곳이 기숙학교이긴 해도 바로 옆 도시에 사는 아이들이 가장 많이 온다. 그 도시에 있는 대형 입시 학원에서 우리 학교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한 주말반을 운영하고 있다. 실제로 다니는 학생들이 꽤 있는데 꾸준히 성적이 밑바닥이라서 다니지 말라고 권유하지만 소용없다. 여기라도 안 다니면 이것도 안 된다고 하시는데, 그래도 0점을 맞을 정도면 의자에 앉아서 집중하는 연습부터 시키는 게 우선이 아닐까 싶다.
하위권 학생들은 누가 가르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공부 습관 자체가 안 들은 경우가 많아서 비싼 학원에 큰돈 들일 필요는 없다. 차라리 학교 선생님이나 주변에 공부 잘하는 학생 혹은 공부 컨설팅 전문가를 찾아가서 상담을 받는 게 나을 것이다.
4) 방문 학습지
구몬이나 눈높이 같은 학습지 선생님이 금요일 저녁에 가정으로 방문한다. ‘그런 건 얘들 때나 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분이 있을 것 같은데, 요즘은 유아에서 성인반까지 다양한 수업이 개설되어 있다. 중고등학교 과정으로는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중국어, 일본어, 한문 등 꽤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학습지 선생님이 학습지를 가지고 가정에 방문하시면 해당 과목의 기본 개념을 설명해주시고, 예시 문제 몇 가지를 함께 푼다. 그리고 매일 4장 정도를 풀어야 하는 일주일 분량 학습지를 한 번에 주고 가신다. 4장이라고 해도 A5 사이즈에 큰 글씨로 프린팅이 되어 있어서 큰 부담 없을 정도이다. 다양한 문제를 가지고 응용력을 키우기보다는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으면 풀 수 없는 기본 문제들을 다룬다.
*참고로 토요일 오전에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주말은 원래 근무 시간이 아니긴 하지만 사정을 봐주고 해주기도 하신단다.
크게 위의 4가지 방법으로 나눠봤는데, 이 외에도 주말에 개인 과외를 하거나 주말에 동네 아이들 몇 명을 묶어서 그룹 과외를 시키기도 한다.
팁으로 말하자면 1:2 그룹 과외는 얼마 가지 못한다. 한 명은 성적이 별로 오르지 않은 반면, 다른 한 명이 성적이 확 뛰었을 경우 부모 간, 학생 간에 미묘한 시기심과 불편함이 생긴다. 게다가 잘 가르친다는 과외 선생을 섭외해서 가격도 만만치 않은데 괜히 나만 손해 보는 느낌이다. 서로 win-win 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으니 이 방법은 정말 안 하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