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 따위 없어도 괜찮아
아주 예전에,
그러니까 아버지와 낚시를 자주 가던 시절 종종 느끼던
오늘 같은 날씨의 특징이 있다.
우선 비가 내린 후 개면서 쌀쌀해진다.
추위 때문에 팔을 쓰다듬다보면 물비린내가 코를 툭툭 친다.
강물에 빠끔히 머리를 내놓은 찌의 야광이 선명해질 때 쯤
건너편 산 사이로 떠다니는 안개와 어둠이 겹친다.
추위와 시간의 흐름 때문에 출출해지면 집에서 삶아 온 감자 같은 것을 꺼내어 먹는다.
난 낚시 자체보다는 이런 것들이 좋아서 아버지를 자주 따라다녔다.
조금 전 어머니께서 간이 안 된 삶은 감자를 두 알 주셨다.
한 입 베어 물었는데,
감자 향과 밤 냄새가 순간 어우러져
나를 예전 그 시간으로 옮겨놓은 듯하다.
문득 타임머신 따위 없어도
사람은 이런 식으로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