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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명 Dec 21. 2015

신입 PR AE 홍보 군, 쫄지마!

#1 “누가 나를 위로해줄까”

이 글은 저와 후배 직원들의 경험을 토대로 꾸며본 픽션입니다. 신입 직원들이 실무에 부딪히면서 겪게 되는 고민들에 대해 풀어보았습니다. 홍보 업계에 취직하려는 분들이나 이제 신입 직원이 되신 분들께 작은 위로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PR만큼은 자신있다!


홍보 군은 대학시절 언론홍보학과와 경영학과를 복수전공하면서 PR 분야에 큰 흥미를 느꼈다. 눈에 다 보이는 광고가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람들의 인식을 지배하는 홍보 일이 정말 멋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각종 공모전에서 상도 타고 교수님에게 칭찬도 받는다. 이건 완전 자기분야라고 생각했다. 졸업이 가까워오자 홍 군은 PR업계에 발을 내딛겠다고 결심한다. 이력서의 칸은 화려하게 채워졌고 자소서도 기가 막히게 썼다. 면접을 위해 말하는 연습도 열심히 했고 각종 PR상식, 마케팅 상식도 열심히 공부했다. 드디어 합격. 그는 꿈에 그리던 홍보대행사에 취업하게 되었다.


작은 회사이지만 열심히 해보겠다고 마음먹은 홍 군.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출근 시간보다 2시간 먼저 나와서 꼼꼼하게 뉴스클리핑을 할 정도로 열의에 차 있다. 회사에서 새로 계약한 클라이언트의 언론 홍보를 위해 각 언론사별 관련 부서 기자 리스트를 만드는 임무를 받았다. 클라이언트 관련 키워드를 뉴스 검색하고 이메일 리스트업을 한다. 그리고 전화 연락처를 알아내기 위해 언론사에 전화를 건다.


그냥 이메일로 보내세요


A일보 담당 부서에 첫 전화를 걸었다. 공손하고 자세하게 클라이언트도 설명하고 기자 연락처도 알아낼 요량이었다. 그러나 이게 왠일인가. 자신이 전혀 상상도 못했던 반응이다. 그가 클라이언트에 대해 다 설명하기도 전에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대답은 “그런거 저희는 안 다룹니다. 다른 부서에 전화해보세요”. 다른 언론사는 괜찮겠지 라고 생각한 홍 군은 계속 난감한 상황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냥 이메일로 보내세요”, “연락처 알려드리지 않는게 원칙입니다”, “그 기자는 출입처에 있으니 나중에 연락하세요”, “뚜뚜뚜.....”.


내가 무엇을 잘못한걸까


홍 군은 하루 종일 전화기만 붙잡고 있었지만 리스트에 적어놓은 기자들의 연락처 10분의 1도 알아내지 못했다. 홍 군은 ‘내가 무엇을 잘못한걸까’를 생각하며 퇴근길에 전화로 받은 상처(?)를 계속 되뇌인다. 다음날 출근해서 홍 군은 또 다시 전화를 돌린다. 이번엔 짜증 섞인 목소리도 들려온다. 언론사에 전화하는 것이 두려워진다.


그러나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홍 군은 며칠이 걸려서 겨우겨우 기자들의 연락처를 거의 다 알아내었다. 이제 클라이언트의 첫 보도자료를 릴리즈(기자들에게 메일로 보내는 행위) 하면 된다. 메일을 보내고, 기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해서 확인 부탁을 해야 한다.(이 행위를 누군가는 follow up, 누군가는 RSVP라고 한다) 홍 군은 좀 두려운 마음이 있지만 전화를 돌린다. 아니나다를까 역시나.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차가운 목소리들, 제대로 듣지도 않는 사람들 혹은 그냥 끊어버리는 사람들.... 홍 군은 첫 릴리즈에서 많이 위축되었다.


억울하다...


그 날 퇴근길은 무척이나 발걸음이 무겁다. 자신은 정말 이 일을 잘 알고 잘 한다고 생각했는데, 하루아침에 이렇게 기본적인 부분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바보가 되어버린 것 같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일이 텔레마케터 같다는 생각도 한다. 자신이 생면부지의 기자들에게 그런 취급을 받는 것이 억울하다. 정말 잘나가던 자신이었는데, 정말 잘하고 원하던 분야였는데. 원하던 일이 이게 아닌가 싶다. 흔들린다. 취업 몇 개월 만에 흔들리는 홍 군. 누가 그를 위로해줄까.


 - 다음 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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