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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명 Jan 25. 2016

새삼의 시간들

새삼스러운 삶, '새 삶'이 여행이다

2015년 여름, 찌는 듯한 더위 속 거리를 걷다 만난 나무 그늘 아래에서 새삼스러운 시원함을 느낀 적이 있다. 나무 그늘이 뙤약볕보다 시원한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나도 마찬가지다. 습관적인 경험을 통해 알고 있는 일반적인 사실이다. 그러나 묘하게도 그 몇 분의 시간은 이전에 없던 경험이었다. 그늘 아래 시원해진 바람이 뺨을 슬쩍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땀방울이 차가웠다. 순간, 완전히 다른 세계에 온 듯했다. 그러한 기분을 느끼자, 내가 있던 그 자리는 즉시 쉼이 충만한 여행지가 되었다. 급하게 메모 하나를 남겼다.


익숙한 일상이 낯설게 보이는, 

우연한 기쁨을 마주치는,

새삼 경이로운 하루가 되길. 

그런 하루가 매일 매일 이어지길. 

여행이 별건가. 

하루하루가 낯선 새삼스러운 삶,

'새 삶'이 여행이지.


새삼의 시간들이 이어질 때 삶은 꾸준히 여행이 된다. 2015년 10월 여행을 떠날 계획이었던 나에게 이 순간의 경험과 느낌은 지도 같은 것이 되었다. 이 지도를 가지고 떠난다면,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그 여정 중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한국에 다시 돌아왔을 때, 그리고 일상을 살아가게 되었을 때에도 적용될 거라 생각했다. 


이 연재는 베트남, 태국, 인도, 일본을 거쳐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후의 삶에서 마주친 '새삼의 시간들'에 대한 기록이다. 일종의 여행기이지만, 여행지에 대한 이야기들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다. 다녀온 뒤 한국에서의 이야기들을 포함한다. 여행지의 낭만에 젖었다가 일상에 복귀한 후 허탈해하며 매일매일 시달리더라도 새삼의 시간들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면, 그리고 그것을 발견하려 노력한다면  하루하루 낭만적일 수 있을 테니까. 자리의 문제가 아니다. 일상이 아닌 여행지에서라도 새삼의 시간들을 놓치면 지겹고 힘겨울 수밖에 없다.


새삼의 시간들을 살아낸다면 일상 역시 여행이 될 수 있다. 일상과 여행 모두 현실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고 살아가느냐의 문제다. 나와 당신, 우리 모두에게 삶은 언제나 그래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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