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같이, 언젠가, 약속.
처음 봤을 때 호감이 가는 사람, 그리고 이내 사랑 비슷한 설렘을 느끼는 사람의 얼굴은 보는 순간 혹은 하루의 시간이면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보고 또 볼수록 사랑하게 되면서 더 오랜 시간을 같이하며 보고 싶어 지는 법이다. 그런 과정에서 사랑도 깊어진다.
호이안은 다낭에서 하루짜리 코스로 둘러봐도 되는 곳이다. 택시로 30분 거리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올드타운을 충분히 다 돌아도 반나절이다. 하루 동안 볼 거 다 봤다고 할 수도 있는 곳이다.
그러나 나에겐 그렇지 않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도저히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을 마주한 것처럼, 이 도시를 마주하며 마음속에 아지랑이가 피어나는 것 같은 설렘이 느껴졌다. 그 설렘은 호이안에 머무는 날이 이어질수록 사랑으로 확연해졌다. 호이안은 사랑하게 되면서 더 오래 머물고, 더 오래 보고 싶어 지는 곳이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이곳에 대한 사랑이 더 깊어진다.
호이안의 낮, 나비 놀이터
골목골목마다 노란색 집들이 아기자기하게 이어져 있고, 담장이나 발코니에는 분홍색 꽃들이 거리를 향해 피어나 있으며, 여기저기 숨어있는 사원들은 빈티지한 느낌의 빨강 파랑 빛을 뽐내고 있다. 아무도 뛰어다니지 않으며, 살살 부는 바람에 오래된 나무 냄새가 실려 온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 나비들은 거리를 걷는 사람들 사이를 나풀거리며 오간다.
호이안의 밤, 언제나 축제
밤이 되면 골목마다 각양각색의 등을 전시해 발걸음을 옮기는 모든 곳이 축제장 같다. 올드타운의 곁을 흐르는 투본강에는 다리의 아름다운 조명과 강 양 옆의 건물들에서 내는 빛이 비친다. 강물에 띄워지는 소원을 비는 촛불은 밤하늘의 별이 된다. 그 모든 풍경이 어우러져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과 같은 느낌을 준다.
삼각관계
사랑스러운 호이안을 떠나게 된다면, 그것은 이별이 아니라 기약이 될 것이다. 언젠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반드시 같이 돌아올 것이라는 다짐을 했다. 다시 와서 내가 사랑하게 된 호이안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보여주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가 사랑했던 호이안을 보여줄 것이다. 그리하여 셋만의 삼각관계를 만들 것이다. 이곳은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
어떻게 호이안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죠?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허기를 채우려 들어간 식당에서 어느 커플의 대화를 엿들었다. 남자는 여자에게 ‘호이안에 하루 이상 머물 필요가 있냐’고 물었다. 그에게 난 이렇게 묻고 싶었다. "어떻게 호이안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