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후, 반응을 기다리는 심정
호이안에서의 마지막 밤, 첫날부터 매일 가던 루프탑 카페에 앉아서 조용한 동네의 밤을 가만히 바라봤다. 이 도시를 떠난다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잠깐 생각 후, 하루 더 머물기로 했다. 거리의 모든 상점이 문 닫을 때까지 거리를 배회하다가 숙소로 돌아와 체크아웃 일정과 마지막 날 예정된 투어 및 지역이동 야간버스 일정을 하루씩 늦춰도 되겠냐고 물어봤다.
영어가 좀 되는 주인집 딸은 무척 기뻐한다. 첫날부터 매일 나에게 '오늘 무엇을 할 예정이냐'고 물어보던 그녀에게 '이 도시가 마음에 들어서 그냥 여기저기 걸어 다닐 계획이다'라는 말을 반복해서 답했다. 그녀는 그런 나를 보고 참 기분 좋아했다. 영어가 짧은 그녀의 엄마도 옆에서 내 이야기를 번역해서 들려주는 딸의 말을 듣고 기뻐한다. 그럴만하다.
어제 숙소에서 아침 식사로 치킨 누들을 주문했었다. 듬뿍 들어있던 고수 탓에 실례인 걸 알면서도 많이 남겼다. 그리고 온종일 뭔가 그동안과는 다른 느낌의 소극적인 인사만 주고받았다. 아마 남긴 음식을 보고 속상했던 것은 아닐까. '내가 만든 요리가 별로인가, 이 숙소가 마음에 들지 않나'라는 걱정 비슷한 것 때문에. 그런 와중에 내가 '이 도시가 너무 좋고, 이 숙소(전통 가옥 홈스테이)가 너무 사랑스럽다'는 말을 하며 하루 더 머물겠다고 하니 기뻐하는 것이 당연하겠지.
상대방을 위해 무언가 준비했을 때, 상대방이 기뻐할지 싫어할지 걱정하는 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마음이다. 그것이 물건이 됐든 마음이 됐든 마찬가지다. 마음을 고백한 후 상대방의 반응을 기다리는 사람의 심정을 누구나 다 겪어봤을 테니 이 숙소 주인과 직원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공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제, 아래층에서 요리할 때마다 올라오는 고수 냄새가 정겹다. 그 냄새를 맡으면 숙소 주인의 기뻐하는 표정이 생각난다. 이 집이 내 집 같아서 창문을 열어놓고 마냥 뒹굴뒹굴하기도 한다. 아마도 베트남 여행 중 호이안에서 보낸 날들이 가장 기억에 남지 않을까. 사람의 마음을 주고받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