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처음이야

by 렙쿤

나의 첫 아이 여름이가 이제 곧 초등학교에 입학을 한다.

’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졸업하고 이제 새로운 기관을 들어가는구나 ‘ 정도로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던 나는 예상치 못한 큰 벽을 만났다.

바로 아이의 하원 시간이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는 보통 4-5시 사이 하원이었고, 그 시간에 맞춰 계획한 삶을 나는 몇 년째 살아오고 있었다.

그런데 초등학교는 달랐다.

점심을 먹고 1-2시면 정규수업이 끝난다는 것이다.

그 말인즉슨 그 시간에 애가 집에 와야 한다는 사실이다.

늘봄학교라고 아이를 꽤 늦은 시각까지 케어해 주는 맞벌이 부부를 위한 제도도 있다.

근데 우리 학교는 프리랜서의 자격요건으로는 늘봄학교 지원이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건 학교들마다 성격이 다른 것 같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물론 방과 후. 활동이라는 프로그램도 있다.

근데 이것도 선착순이란다. 내가 선착순에서 밀리면 우리 애는 점심 먹고 곧장 집에 오는 것이다.

게다가 이 방과 후 신청이 담당 선생님께 ‘문자 빨리 쏘기’로 선착순을 가리는 건데, 나 같은 디지털 똥손은 벌써 겁이 난다. 예약문자라는 것이 있지.. 근데 것도 운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니 큰 위로가 안된다.


그럼 이제부터 플랜비를 작성해 봐야 하나..?

아이가 점심에 오면 나는 점심 차려주고 어떻게 작업하지?

작업실 왕복 40분인데 작업실에 오전에 가서 한두 시간 있다가 오는 건가?

방과 후에 떨어지면 지역행정복지센터를 이용하거나 지자체 공동육아 같은 대안도 있긴 하다고 들었다. 그거 픽드롭은 또 어떻게 되는 거지?

공연이라도 있는 날엔 어떡하지? 결국 사교육 말곤 도리가 없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아이 아빠는 작년에 이직 후 너무 바쁘다.

일주일에 두세 번은 밤샘을 하고 온다.

이번학기도 육아분담을 요청할 수가 없다. 아빠도 아빠 나름 최선을 다해 살고 있음을 안다.

그 와중에 또 문자가 왔다.

학기 초에 막내가 새 반 적응주간을 갖는데 이른 하원이 가능한 지 묻는 문자다.

아뿔싸.

그리고 그때 생각났다.

우리 둘째도 유치원 첫 적응기간이다.

즉 아이 셋이 동시에 세 기관에서 적응기간을 시작하는 것이다.

선생님께 솔직하게 내 상황을 설명드리고, 정말 필요할 시엔 이른 하원을 하는 것도 고려해 보겠다고 말씀드렸다. 이러다 우리 아이만 늦게까지 남는 건 아닌가 마음 한 편 새로운 불안함이 올라왔다.

이럴 때 나는 깊은 우울감이 몰려온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에 무력함이 드는 것이다.

아이는 여럿인데 엄마는 하나라 늘 손이 딸린다.

부족한 엄마가 제대로 뭘 못 챙기는 것 같아서 마음 한편이 아둥바둥이다.

잘 챙기고 야무진 엄마들을 보면 부럽다.

나는 가끔 ’ 야무진 엄마‘ 가 되려고 애쓰다가 오히려 그 마음이 나를 늪으로 빠트리는 경험을 한다.

왜냐면 나는 실수가 너무 많은 엄마기 때문이다.

잘하려는 마음이 크면 실수 하나가 곧바로 자책으로 이어진다..

‘내가 뭐 하느라 이걸 놓쳤지? 나는 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걸까?‘


완벽한 엄마라면 좋겠다.

정말 좋겠다,

근데 어쩌겠나, 이게 난걸.

내 경험상 이럴 때는 마음을 바꿔먹어야 한다.

잘하고 싶은 마음은 잠깐 내려놓고 할 수 있는 것들부터 하나씩 하는 쪽으로 가는 것이다.

부족해도 괜찮아 나 자신. 실수해도 괜찮아 나 자신.

아이들에게도 말한다. 엄마도 최선을 다할 테니 너희들도 최선을 다해보자.

우리는 한 팀이니까 우리 아가들 엄마랑 같이 이번 학기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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