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Germany
가이드북을 썩 따르진 않지만 이번 장소는 가이드북이 없었다면 큰일 날 뻔했을 것이다. 바로 독일의 최고봉 추크슈피체다. 발길 닿는 대로 가는 걸 고수하다가 문득 바이에른 지방 쪽 계획이 너무 없음을 느낀다. 아무리 그렇다지만 그 많은 곳을 옥토버페스트 하나만 보고 가기에는 그렇겠지? 늦게나마 나는 가이드북에서 바이에른 지방 정보를 찾아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마음 한 구석 턱 하니 박히는 장소가 추크슈피체였다. 이곳에 꽂힌 나는 여행 내내 내 가슴 한편에 추크슈피체에 대한 기대가 자리 잡고 있었다.
마침내 드디어 출발 전날, 나는 다소 흥분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그때의 나는 첫날 한국을 떠날 때보다 더 들떠 있었을 것이다. 그럴 만도 한 게 모든 자금 계획은 이 곳을 위해 수정된 것도 많으니까. 행여 자금이 부족할 까 봐 조금 더 아끼고 아꼈던 여정이었다.
추크슈피체가 있는 가르미슈 파르텐키르헨 까지는 뮌헨에서 한 시간 반, 내가 있는 레겐스부르크에서는 추가로 한 시간 반으로 총 세 시간의 만만찮은 거리를 가야 했기 때문에 나는 해도 미쳐 뜨지 않은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곧바로 역으로 향했다. 뮌헨에서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행 열차로 갈아 탄 뒤, 아침 안개가 자욱하게 낀 바이에른 남부의 풍경을 바라보며, 그러면서 중간중간 꾸벅 졸면서 가다 보니 어느새 열차에서는 가르미슈 파르텐키르헨 도착 열차 방송이 나오게 된다.
도착한 후 그곳에서는 알프스 고지대에 위치한 가르미슈 파르텐키르헨의 풍경과 저 멀리서 보이는 만년설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여하튼, 난생처음 보는 새로운 풍경에 호들갑은 있는 대로 다 떠들고 나는 추크슈피체를 오르기 위한 등반열차에 타게 된다.
등반열차를 타고 약 한 시간여, 깊은 동굴 속을 나와 드디어 봉우리에 도착한다. 추울까 봐 단단히 껴입고 나왔지만 바깥은 의외로 따뜻한 공기다. 아니 정오가 다 되어 가는 시간의 강렬한 햇볕을 더해 오히려 덥기까지 하다. 날씨가 따뜻한데 눈이 녹지 않는다고 신기해하던 순간, 고개를 들어 내 눈앞에 펼쳐진 세상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 장엄한 풍경은 그 자체로 나 자신을 압도하고 있었다. 세상에 이런 곳이 있었구나, 나는 아무 말하지 않고 그저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생전 처음 바라보는 광경에 정말 들뜬상태로...
그곳에서 점심을 먹고 나는 케이블카 타고 정상에 오른다. 정상에 올랐더니 아래 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추크슈피체의 광경을 구경하기 위해 모였다. 그리고 역시 이 곳이 독일인만큼 환상적인 경치와 함께 맥주를 마실 수 있었다. 의외로 비싸지 않은 가격, 아 여기서 점심을 먹을걸.. 하며 후회하긴 했지만 맛있게 먹었으면 된 것 같다. 고도가 높고 바로 밑이 낭떠러지라 겁이 좀 나긴 했지만 어김없이 나는 이 곳에서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추크슈피체가 바로 오스트리아 국경과 맞닿아 있어 내친김에 국경을 넘어 오스트리아 땅을 잠깐이나마 밟을 수 있었다.
정상을 밟아보고 내려와 아이브 호수에 잠시 머물기로 한다. 주변 빙하들이 서서히 녹아 생긴 아이브 호수는 주변 빛으로 물들여 시시각각 색이 변하는 것이 무착이나 아름다웠다. 아이브 호수를 바라보면서 천천히 호수 주변을 트래킹 하는데, 중간중간 백사장에 앉아 따스한 아이브 호수의 바람을 맞이하는 유럽인들을 보니 하루 정도는 이런 곳에 있어도 좋겠다.. 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정상 그냥 조용히 그곳을 거니다 오기로 한다. 고요한 호수 공기를 마시며 트래킹 하기를 한 시간여, 나는 다시 가르미슈 파르텐키르헨으로 돌아가기 위한 열차를 탄다.
추크슈피체를 마지막으로 바이에른 일정은 마무리하고 내일은 슈투트가르트로 가게 된다. 이제 진짜 여행의 막바지를 달리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이번 추크슈피체 여정이 인상적이었고 홀가분한 기분이 들었다. 독일 여행에서 제대로 된 클라이맥스를 찍어버린 듯, Top of Germany라는 별칭에 걸맞게 나에게도 추크슈피체는 이번 독일 여행에서 정점이었다. 그동안 아껴가며 고생을 좀 했지만 그 고생은 이번 여정으로 씻은 듯이 사라졌다. 그리고 남은 여정은 이제 마무리 잘하기로, 다음날이면 마지막 거점으로 향한다.
PHOTOGRAPHY BY LEBEN TRAVELER (삶랑자)
TEXT BY LEBEN TRAVELER (삶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