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맥주 BIG WAVE
취해서 하는 말은 진짜다. 취중찐담.
-
맥주 쯤이야 3000cc 정도는 가볍다는 나인데, 침대를 등지고 마시는 맥주는 한 캔에 눈 앞이 빙글이다.
빙글빙글.
내 눈에서 가장 가까운 화면은 아이패드.
눈이 피로해지지 않게 노오랗게 바꿔둔 화면에는 문장이 적혀나가고 있다.
뒤의 화면은 4살 먹은 게이밍 컴퓨터의 화면이다.
어째서 터치가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터치가 되는 고사양의 노트북이다.
게이밍 노트북을 꼭 사라고 하던 한 살 많은 선배님들의 말을 받들어 구매한, 힘쎈 컴퓨터.
적어도 4년 전에는 그랬다.
에잇 꺼져. 나 아이맥 갖고싶단 말이야.
못생기게 푸른 화면에서는 알 수 없는 정보가 담긴 PPT가 열심히 넘겨지고 있다.
넘기는 사람은 원격으로 수업하시는 교수님이다.
아직 얼굴을 한 번도 뵙지 못했는데, 목소리가 꽤 젊으시다.
강의의 내용이 심상치 않아 학교 커뮤니티에 강의명을 검색해보니,
브런치에 담기에는 너무 날 것인 욕설이 잔뜩이다.
이래서 학교에는 친구가 많아야하는데.
내 귀와 눈은 고통을 피해 브런치라는 그늘 속으로 숨었다.
그래도 화면 속 내용에서 배울 것이 있나 살핀다.
많은 기술들은 사용에 따라 수익이 체증한다.
수익 체증은 하나 혹은 소수의 기업들이 대부분의 시장을 지배하는 승자가 독식하는 시장을 출현시키기도 함.
절대 한 명이 돈을 다 끌어모으게 냅두지 않는다.
자본주의 시장체제는 잔인하다.
나는 그런 잔인한 체제의 맨 꼭대기에 한번쯤 올라가는 것을 꿈꾸는 또 다른 소비자이다.
살짝 알딸딸한 소비자.
최초 진입자들이 더 높은 실패율을 경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최초진입자들은 막대한 R&D 비용을 부담해야 하며, 소비자 불확실성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용기를 내서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었는데, 용기를 낸 것이 무색하게 실패를 하게 된다니.
만들기 위해 쏟아부은 시간과 비용은 오로지 창작자의 책임이 된다.
세상에 없는 것이라, 받아들이는 사람도 세상엔 별로 없다.
어렵다.
Porter의 five force 모형을 말씀하시는 교수님의 음성이 뒤늦게 귀에 들어온다.
질리도록 들은 그 이름 포터.
경영학도라면 꼭 알아야한다는 모형이라는 말도, 질리게 들었다.
나를 분석하고 이해관계자를 분석하기.
아무것도 모르겠는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