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심에 쓰고서 보내지는 못한 편지
정민님은 제 롤모델입니다. (이하 호칭은 '님’이라고 하겠습니다) 사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최근의' 롤모델입니다. 이제까지 제가 마음 속에 품었던 선생님들이 수없이 많습니다. 바라보고 있자면 아주 다양한 이유로 질투가 나버리는 사람들이죠. 그리도 많은데 왜 굳이 나에게만 편지를 쓰냐 물으신다면, 현재는 그 선생님들 중에 님이 제일 부럽기 때문입니다. 당황스러우신가요?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어제 밤에 님이 출연하신 토크쇼를 보았습니다. 금연을 주제로 1시간 45분 이상을 이야기하셨죠. 그 자리에서 유일하게 금연을 하고 있지 않은 사람이었습니다. 맞은편의 두 사람은 3년 이상 금연을 성공한 사람, 옆 사람은 담배로 죽어가는 이들을 매일 보는 의사였는데요. 담배가 얼마나 해로운지, 담배를 피는게 개인으로서도 국가로서도 얼마나 손해인 일인지, 담배를 끊으면 이로운 점이 얼마나 많은지를 같이 들었잖아요. 저는 방송을 다 듣지도 않았는데 금연을 결심했거든요. 인생 리뉴얼 시기를 지나고 있기도 하니까. 니코틴과 관련된 것들을 모두 끌어모아 일반쓰레기 봉투에 넣어버리고 멈췄던 영상을 재생했는데요. 호스트가 유일한 흡연자인 님에게 "정민씨, 금연하고 싶단 생각은 안드세요?" 비슷한 질문을 물었을 때 "당장은 얼른 나가서 한 대 물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드는데요. 니코틴의 해로움을 당장 잘 체감하지 못하고 살면 그대로도 괜찮은 것 아닐까요" 말하는 모습에 저는 이마를 탁 치고 말았습니다.
님이야말로 소신있는 사람이에요. 저는 금연 선배님들과 의사선생의 말 몇마디에 니코틴과의 9년 우정을 별 대책 없이 끊어버렸는데 말이죠. 좋고 나쁜 것에 정답이 있겠냐만은, 저도 이왕이면 설득이 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거든요. 특히 제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더더욱이요.
배우 활동을 1년 쉬고 출판사 일에 매진하겠다는 선언도 부러워 죽을 뻔 했습니다. 저는 근 5년간은 신년 목표가 책 한 권 내보기였는데, 그것마저도 우선순위에서 5년간 밀리고 있거든요. 제일 하고 싶은 일을 제일 빨리 잊고 미뤄두는 제 앞에, 글이 좋고 책이 좋으니까 책을 쓰고 출판사까지 차리는 당신. 그 재능과 실행력과 열정과 재력이 몽땅 다 저의 것보다 좋아보여 짜증납니다. 이상적이기 그지 없습니다.
님이 미워서 부리는 질투가 아님은 이해하시죠? 롤모델을 미워할리가 없습니다. 님을 너무 너무 부러워하는, 그저 부러워만 하는 제가 미울 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 부러움이란 감정에 집중해보기로 했습니다. 반년동안 준비하던 전문자격증은 합격자 영상을 보면 하품만 나왔는데, 님같은 사람은 작은 소식만 들어도 '아 저거 내가 먼저 했어야하는데’하는 원초적인 한탄을 하니까요. 저도 님이랑 비슷한 길을 걸어가는게 당장의 정답 같아서요. 감사할 뿐입니다.
님만의 연기를 하고 님만의 글을 쓰고 님만의 행보를 걷는 데에는 다 님만의 뚜렷하고 단단한 취향이나 가치관이 있기 때문이란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게 저절로 쌓였을리도 없고, 아파야만 했던 시기도 있으셨겠지요?(유퀴즈 봐서 이미 잘 알기는 합니다) 당장은 하루 아침에 님처럼 될 수 없으니까, 저도 일단은 무언가 부지런히 해야겠습니다. 그리고 그 무언가는 분명 제가 좋아하는 것들에 관한 일이여야겠습니다. 님은 제게 북두칠성이네요. 높은 곳에서 예쁘게 빛나는 모습, 오래 오래 보고 싶습니다. 그럼 저도 언덕 위 집에서 예쁜 조명 하나 켜두고 사는 삶 정도까지는 나아갈 수 있을지도? 우리 모두 화이팅.
당신을 동경하는 사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