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바다를 여행한 친구에게 보낸 편지
친구야 바다 잘 보고 있니!
네가 적어준 편지를 읽고서 답장을 안 쓸 수가 없네. 나는 비록 네게 정성 담긴 손 편지를 받았지만... 대신 엄지에 사랑을 가득 묻혀 적어 본다.
나는 너와의 이번 여행이 무척 기대되고. 설렜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어. 너는 내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사실 나는 바다 앞에서 되게 재미없고 쓸데없이 진지해. 그런 나 스스로가 아직도 낯설어. 분명 여행하기 좋은 상대는 아닐 텐데, 혹시나 즐겁게 뛰어노는 여행을 생각했을 네가 실망하고. 축축 처질까 봐 생각이 많았어.
기차 안에서 지난 이틀을 돌아보니, 나는 정말 내 걱정 그대로, 필요 이상으로 가라앉아있었더라고. 내 기분이 너한테 옮았을까 싶어 미안 한 마음이 들었어.
하지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내가 부끄러워하는 내 모습은 마음이 편할 때 나온다는 거야. 너와 있을 때 내 마음은 엄청 편하다는 거야. 그러니까 영광인 줄 알아라 뭐 그런 재수 없는 뜻이 아니라...!
난 아직 나 스스로와 더 친해져야 할 것 같아.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야. 그런데 또 나만의 숙제이기도 하니, 네게는 마냥 미안한 마음만 들어. 여행 내내 조용했던 게 혹시 우리 사이에 오해가 될까 걱정되어 쓰는 말이야.
편지에 날 멋지다고 써줘서 정말 고마워. 나는 너랑 얘기 나눌 때마다 스스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기회가 생겨. 그걸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
무뚝뚝하고 재미없는 친구랑 같이 3일간 여행해 줘서 고마워.
앞으로도 우리 서로에게 서로가 큰 힘이 되는 존재라면 참 좋겠다.
또 힘들어지면 떠나자! 안 힘들어도 떠나고
쓰다 보니 쓸데없이 많은 생각을 하고 사나 싶다. 그래서 결론은.
여행 즐거웠고
음주는 적당하게
앞으로도 행복하자
널 사랑하는 사람들 중 하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