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과 2025년의 대화
2018년의 나에게.
꿈 같은 60일이 흘러갔다. 많은 변화가 있었다. 창백해보일 정도로 하얬던 내 발이 거뭇거뭇 거칠어졌고 얼굴의 주근깨가 늘었다. 이곳은 내 눈을 여러번 의심해봐야 할 정도로 비현실적으로 아름답다. 나도 안다. 이렇게 완벽한 행복의 시간이 앞으로 흔치는 않을 것을. 두 달이라는 시간을 온전히 나만의 행복을 위해 쓰게 될 기회는 앞으로 10년,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오랫동안 없을지도 모른다. 내 자취방이 있는 곳에서부터 지구 반바퀴만큼을 돌아 자리한 해변에 앉아, 왼쪽에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형형색색의 저택들, 오른쪽에는 빨갛고 거대한 금문교, 머리 위는 눈부시게 쨍한 하늘, 눈 앞은 쉴 새 없이 모래사장에 부딫치는 파도에 둘러싸여- 아무 걱정없이 타를 두들기는 이상은을 곧 그리워하게 되겠지. 현재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만큼 애틋해질 22살의 여름은 넘치는 풍요, 다 못 담을 감사함과 벅차오르는 감동, 행복의 물결로 가득찼다. 이 기억의 조각들은 곱게 담아 넣어두고서 지치고 힘이 들면 하나하나 꺼내보며 마음을 다잡아야겠다. 말이라는 그릇에는 다 담지 못할만큼 귀중한 행복이고, 성장이었다.
나는 절대 2018년을 잊지 못한다.
2018년의 내가.
2025년의 나에게.
7년도 꿈처럼 흘렀다. 변화는 계속 이어졌다. 서른 살을 앞둔 여자의 발은 바닥이 점점 딱딱해진다. 얼굴의 주근깨 위에 또 다른 주근깨가 생겨 피부과를 다니기도 했다. 잡티가 잘 생기는 피부는 변화가 없다. 7년 전의 내가 ‘완벽한 행복의 시간’을 누렸다니, 와중에 했던 잔인한 생각도 틀리지 않았다니. 두 달이라는 시간, 2018년 이후에도 나만의 행복을 위해 쓸 기회는 있었다. 어쩌면 더 길게도 썼다. 그게 자의로 인해서였는지는 불투명하지만. 22살의 여름, 바다 앞에서 행복 어쩌구 감동 어쩌구를 써대며 참 귀한 시간이고 경험이지, 했지만 사실 이 여름이 진짜 끝나지는 않을 거라고 믿었다. ‘뭐야, 또 이렇게 올거였잖아? 시시하네~’ 하길 바랐다. 다만 그러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없지 않으니, 풍요의 지속성에 대해선 최대한 단호한 자세를 취해야만 했다. 그러나 웬걸, 현실은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잔인함보다 언제나 한 단계 더 혹독했다. 전염병으로 사람들이 죽어나갈 줄도, 이렇게나 성실한 내가 20대 후반에 직장이 없을 줄도 몰랐으니까. 그래서인지 블로그에 남긴 여행 일기는 시간이 흐르는만큼 더 귀중해졌다.
절대 잊지 못하는 것들에 물성을 주고 싶었다.
그러니까 책을 만들어야겠단 생각도 자그마치 7년을 했다. 이제는 생각을 놓아줄 때.
2025년의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