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안 하고 빈둥거리고 싶은 마음도 크지만 한 편으로는 13년 전 처음 동생들과 함께 카페 탐방을 나섰던 그날의 날씨와 사뭇 비슷해서 설레는 마음도 크다.
식음료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모아 일요일 오후에 거리를 거닌다는 의미로, 'Sunday Afternoon Avenue'라는 모임을 만들어서 블로그 활동을 하다가 우연히 홍대 카카오봄에 들른 것이 계기가 되어 본격적으로 초콜릿 블로거로 활동을 했고, 돌이켜보면 더 깊이 있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커져서 결국 책까지 내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늘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실천에 옮기기는 쉽지 않은 일. 마음 맞는 사람을 찾는 것도 쉽지 않지만, 나처럼 음식에 대한 경험과 생각들을 글로 표현하는 기질을 가진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은 더더욱 쉽지가 않다.
그러던 중 가끔 여러 조언을 구하러 오는 카페 쪽에 관심이 많은 예전 단골손님과 얘기를 하다 무심코 던진 한 마디.
"내일 초콜릿 카페나 같이 갈래요? "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그리고 요즘은 굳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뭐 어떻냐는 생각도 많은 분위기지만, 설마 내가 초콜릿 작가가 될 수 있을까라는 막연한 기대감만 가졌던 그 당시 펼쳤던 작은 움직임들이 결국 나를 여기까지 이끌었고 그러한 것들을 다시금 증명해 보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 작은 글 하나가, 작은 행동 하나가 쌓이고 쌓여서 큰 모습이 만들어지는 것을 일찍이 경험해봤기 때문에 어쩌면 지금 블로그는 새로운 성장과정을 보여주는 블로그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때는 초콜릿 작가가 꿈이었지만, 지금은 더 나아가 초콜릿을 만드는 초콜릿 메이커가 꿈이다.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의도와 생각들을 되도록 많은 이들에게 전달하다 보면 또 다른 길이 생기지 않을까.
일단 되든 안 되든 내 생각들을 하나씩 펼쳐 보이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이 누군가에게 도달했을 때 '새로운 길이 열리는 것'과 예측 불가능한 상황들이 어우러져 인생이라는 총합을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도전 그 자체는 성공과 실패 여부를 떠나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가장 재밌는 놀이가 아닐까 싶다.
서론이 참 길었는데, 사실 약속 장소인 카카오봄에 출발하기 앞서 집에서 생각난 김에 막 끄적여봤다.
나의 특기나 재능이라고 말할 수 있는 몰랐던 부분인데, 생각나면 그 자리에서 글을 길게 쓸 수 있는 것이 내 능력이자, 가끔은 그 능력을 밖으로 표출시키지 않으면 나름 스트레스를 받게 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