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수치로 읽는 초콜릿 소비 문화
초콜릿의 소비는 단순한 기호를 넘어 사회가 지닌 아비투스를 드러낸다. 같은 카카오와 설탕으로 만든 작은 조각이지만, 그것을 어떻게 먹고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가는 국가마다 전혀 다르다.
유럽은 여전히 세계 초콜릿 시장의 중심이다. 스위스는 1인당 연간 약 11kg, 독일은 9.1kg, 아일랜드는 9.8kg의 초콜릿을 소비한다.1) 이 수치는 개인이 직접 먹는 양뿐 아니라, 선물과 기념일에 구입하는 양까지 포함되어 있다. 그렇기에 유럽에서 높은 소비량은 단순한 단맛의 탐닉이 아니라 초콜릿이 일상 속 교양과 예절, 그리고 사회적 기호품으로 깊숙이 자리 잡았다는 증거로 해석할 수 있다.
아시아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일본은 약 2.2kg으로,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 같은 의례적 문화와 선물 관습이 큰 역할을 한다.2) 한국은 그보다 1/3 수준인 약 0.7kg 수준으로 조사되며3), 여전히 특정 이벤트인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 중심의 집단적 선물 소비가 크게 작용한다. 중국 본토의 평균은 0.2~1.2kg으로 낮지만, 홍콩과 마카오는 각각 2.6kg, 3.8kg에 달한다4). 최근 중국 대도시에서 선물용·프리미엄 초콜릿 수요가 급증하면서 카카오 가격 상승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세계 시장 규모를 보아도 이러한 차이는 뚜렷하다. 2023년 글로벌 초콜릿 시장은 약 1,193억 달러 규모였으며, 2030년에는 1,567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5) 이 중 유럽이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7%를 차지해 압도적 비중을 보인다. 한국 시장은 2023년 9억 1,230만 달러에서 2030년 12억 800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연평균 성장률은 4.1%로 글로벌 추세와 유사하다.6) 그러나 여전히 절대 규모가 작아, 초콜릿이 교양 소비로 자리잡기보다는 여전히 ‘상징적 소비’로서 특정 시기에 맞춰 선물하거나 인증하는 소비에 머무는 구조를 보여준다.
소비의 이면에는 언제나 생산의 그림자가 있다. 소비량과 시장 규모만으로는 초콜릿의 진실을 다 알 수 없으며, 생산국과 소비국 사이의 격차를 함께 살펴야 한다.
생산 구조의 불균형 또한 데이터로 드러난다. 전 세계 카카오 원재료의 약 60~70%가 서아프리카(코트디부아르, 가나 등)에서 생산되는데, 이 지역 농부들의 수익은 낮은 반면, 유럽과 미국의 대형 초콜릿 기업들이 부가가치를 독점한다. 기후 위기로 인한 흉작이 반복되면서 카카오 가격이 폭등했음에도, 최종 소비국 기업들은 가격 인상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며 이익을 유지한 반면, 생산국 농부들은 더 큰 불안을 떠안는 구조다.7)
결국, 초콜릿 문화는 단순한 미각의 문제가 아니다. 유럽에서 초콜릿은 교양의 전승으로, 미국에서는 산업화와 혁신의 상징으로, 일본에서는 의례와 관계의 코드로, 한국에서는 여전히 이벤트 중심적이고 선물용 소비로 자리한다. 중국은 본토에서는 낮은 소비를 보이지만, 대도시와 홍콩·마카오는 이미 프리미엄 시장이 크게 성장해 카카오 수급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문화적 차이는 소비량과 시장 규모, 그리고 생산 구조라는 객관적 데이터 속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한 조각의 초콜릿을 어떻게 소비하느냐는 곧 그 사회가 무엇을 교양으로 삼고 어떤 세계관을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라 할 수 있다. 이렇듯, 초콜릿 문화의 차이를 살펴보는 일은 결국 세계 각국의 아비투스를 읽어내는 가장 흥미로운 방법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1) Hill Country Chocolate, ‘Which Country Eats the Most Chocolate,’ 2024.
2) Kadence International, Taste of Chocolate Around Asia, 2023.
3) Stats Feed (X.com), ‘Annual Chocolate Consumption Per Capita,’ 2024.
4) Daxue Consulting, Chocolate Market in China, 2022.
5) Grand View Research, Chocolate Market Size Report, 2023–.
6) Grand View Research, South Korea Chocolate Market Outlook, 2023.
7) AP News, ‘Cocoa Prices Surge Amid Climate Challenges,’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