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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 소비를 교양으로 끌어올리기 (3-3)

3-3. 스타벅스·벤츠·두바이 초콜릿 — 집단적 아비투스의 거울

by 르쇼콜라 아비투스

3부 - 소비를 교양으로 끌어올리기

3-3. 스타벅스, 벤츠, 두바이 초콜릿


집단적 아비투스의 거울

소비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사회적 기호를 해석하고 공유하는 언어다. 스타벅스의 컵, 벤츠의 엠블럼, 두바이 초콜릿의 화려함은 각각 다른 시대의 상징자본을 담고 있지만, 그것이 곧 개인의 취향이나 교양을 증명해 주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상징물이 어떤 장(field)에서 유효하게 작동하는가와, 그것을 소비하는 집단이 어떤 자본 구조를 통해 구별짓기를 시도하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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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시대: 스타벅스의 사회적 무대

1999년 한국에 들어온 스타벅스는 단순한 커피 브랜드가 아니라 새로운 생활양식의 상징이었다. 커피 한 잔은 ‘나는 도시에 속한 세련된 사람이다’라는 신호가 되었고, 매장은 도시적 자아를 연출하는 무대였다. 이는 공간의 소비를 통해 상징자본을 획득하는 아날로그적 방식이었다. 물리적 장소에 참여하는 행위 자체가 집단적 아비투스를 드러내는 실천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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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 시대: 벤츠의 성공 코드

2000년대 이후 벤츠는 한국 사회에서 성공을 표상하는 산업적 코드로 자리 잡았다. 자동차는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사회적 권위를 상징하는 트로피로 기능했다. 이 시기 소비자는 개인의 취향보다 집단이 정한 ‘성공의 언어’에 편입되기를 원했다. 자동차는 곧 경제자본과 상징자본이 결합된 산업적 상징물이 되었고, 이는 산업화된 한국 사회의 집단적 아비투스를 재생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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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SNS 시대: 두바이 초콜릿의 과시적 기호품

2020년대 들어 두바이 초콜릿은 SNS 기반 소비의 전형으로 부상했다. 인스타그램·틱톡을 통해 ‘트렌드 아이템’으로 급속히 확산되었으며, 금박과 피스타치오, 이국적 포장 같은 시각적 요소가 강조되었다. 소비자들은 이를 맛의 경험이 아니라 ‘찍고 올리기 위한 상징’으로 소비했다. 이는 초콜릿이 지닌 풍미보다 인증과 과시라는 상징자본이 우위를 점하는 사례였다. 역사적으로 카카오와 무관한 두바이에서 만들어진 이 아이템이 한국 사회에서 빠르게 소멸한 사실은, 디지털 장(field) 속에서 집단적 아비투스가 얼마나 빠르게 변화하는지를 보여준다.



연속선상의 해석

세 가지 사례는 서로 다른 시대를 대표하지만 하나의 연속선 위에 놓인다.

스타벅스(아날로그 공간의 상징) → 벤츠(산업화 시대의 성공 코드) → 두바이 초콜릿(SNS 시대의 과시적 기호품)


이 연속선은 한국 사회의 소비가 장소 중심 → 물질 중심 → 이미지 중심으로 이동했음을 드러낸다. 그러나 변화한 것은 형식일 뿐, 집단적 아비투스는 여전히 개인의 취향보다 집단이 정한 신호를 우선시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 소비의 대상은 변했지만, 구별짓기의 논리는 시대를 관통하며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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