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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참아보고 아니면 한방에 터뜨리세요.

자신에게 명분을 주세요. 

저는 살면서 병원 한번 가지 않을 만큼 건강하진 못한 편입니다. 오히려 병원을 좀 자주 다니는 경향이 있죠. 왜냐하면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어서 매년 환절기마다 이비인후과에 단골로 다니곤 했습니다. 

다만 큰 수술이나 장기 입원 또는 통원치료를 해야 할 만큼의 병을 앓은 적도 없죠.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중3 때 무릎의 연골이 손상되었던 것 정도였습니다. 겁이 있는 편이라 골절은 경험해 보지 못했네요. 입원이라는 것도 장염으로 반나절 입원한 게 전부 일 정도로 심하게 아픈 적은 별로 없었습니다. 


인생에서 병원에 입원한 것은 얼마 전 담낭에 담석이 있어서 제거 수술받느라고 일주일 정도 지냈던 적이 있습니다. 정말 별거 아닌 수술이라고 하던데요. 맹장보다도 쉬운 거다. 그래도 막상 수술실에 가니 겁이 나더군요. 

수술실의 서늘한 공기. 주변에서 들리는 말. 차가운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

다행히 지금 멀쩡하게 글을 쓰고 있으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오늘 저의 하루를 생각하니 갑자기 어떤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이솝우화인지 기억도 안 나고 스토리도 가물가물 하지만 사자인지 호랑이 인지 발인지 목구멍인지에 가시가 박혀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아파하고 있었는데 토끼인지 쥐인 지가 도와줘서 나중에 은혜를 갚았던가 아니면 잡아먹으려고 하다가 함정에 빠졌다던가? 하여간 그 큰 호랑이나 사자가 작은 가시 때문에 엄청 고생한 이야기였습니다.  


지금 제 상황이 딱 그렇거든요. 왼쪽 발 앞꿈치에 티눈이 2개 있어서 어느 순간에 맨발로 다니면 좀 거북하더라고요. 아프진 않지만 그래도 신경은 쓰이고 그렇다고 다니는데 문제는 없고 그렇게 일주일을 지내다가 어제저녁부터 조금 느낌이 강하게 오더라고요. 그래서 더 방치하면 안 좋을 것 같은 느낌에 오늘 아침에 피부과에 들려서 레이저 치료를 받고 왔습니다. 정말 치료받은 면적은 손톱의 32/1 정도? 매우 작은 점 수준입니다. 그런데 그 점 두 개 때문에 출근도 못했습니다. 상처를 딛지 않으려고 걷다 보면 걸음걸이도 이상하고 발에 힘을 너무 주다 보니 오래 걸을 수가 없었습니다.  다행히 제가 급하게 어디 가지 않아도 되니 망정이지 큰 낭패를 볼 뻔했네요. 아마도 이번 주까지 버텼으면 좀 더 악화되었겠죠.


살면서 이런 일이 있죠. 딱히 뭐라고 하기는 그렇고 그렇지만 엄청나게 신경은 거슬리게 만드는 것이 있습니다. 그게 사람일 수도 있고 소리일 수도 있고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죠. 자전거를 즐겨 타는 저는 자전거에서 소리가 반복적으로 들리면 그렇게 싫더라고요. 딱히 자전거가 굴러가는데 문제는 없지만요. 


이런 일이 직장생활이나 인간관계에서도 발생할 수 있죠. 이게 심각하거나 누가 봐도 큰일이라면 당연히 컴플레인하거나 개선을 요청할 텐데. 그 정도는 아니고 그렇다고 내가 감내하고 지내자니 이거 손해 보는 느낌이고 앞으로도 걱정되고. 뭐라고 하긴 좀 그렇지만 그냥 넘어가기도 꺼림칙한 일들. 괜히 이야기했다가 불편해지는 거 아닌가 해서 넘어가려고 마음먹다가도 가슴 한구석은 여전히 뭔가 막힌듯한 답답한 기분.


제 생각에는 조금은 견뎌보다가 터뜨리는 게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참아 보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을 때 이야기해야 논리적으로나 감정적으로 제대로 이야기할 수 있거든요. 마음 한구석에 이야기해도 되나 싶은 마음이 있으면 자신의 불편함을 강력하게 이야기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참았다가 아니다 싶을 때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큰소리 내면서 격한 감정으로 이야기하라는 말씀은 아닙니다. 차분하게 진중하지만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야기해야죠.


참으면 약도 되지만 독도 됩니다. 별거 아니라도 몸이 아프다는 신호를 보내기 시작하면 분명히 우리는 치료를 해줘야 하거든요. 사람의 감정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묻어두고 방치하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될지도 모르거든요. 너무 오래 묵혀두진 마세요. 불편함에 익숙해지면 다른 종류의 불편함이 더해질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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