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최근 유튜브에서 일본에서 유행 중인 헬스장 하나를 보았습니다. 이름은 chocoZAP.
이 브랜드가 내건 메시지는 단순했습니다.
“뭘 그렇게 피곤하게 해.”
“그냥 대충 해.”
“안 하는 것보다는 낫잖아.”
처음에는 조금 가볍게 들렸습니다. 운동을 ‘대충’ 하라니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 말은 운동을 가볍게 만들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운동을 시작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전략이었습니다.
헬스장을 가는 행위는 언제부터인가 의지가 강한 사람만 도전하는 프로젝트처럼 느껴집니다. PT를 등록해야 할 것 같고, 루틴을 완벽하게 짜야할 것 같고, 식단도 철저히 관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chocoZAP은 그 부담을 통째로 낮춰버렸습니다.
조금만 해도 된다.
짧게 해도 된다.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기준을 낮추자 시작이 쉬워졌습니다.
완벽 대신 출석.
고강도 대신 지속성.
의지 대신 접근성.
사람들은 운동을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시작을 미루고 있었던 건 아닐까요.
이 장면을 보면서 떠오른 건, 이직이었습니다.
영어 점수를 조금 더 올리고 지원하겠다.
경력을 조금 더 쌓고 도전하겠다.
이력서를 100% 완성한 뒤에 지원하겠다.
물론 이직은 내 커리어를 결정짓는 아주 중요한 결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중해야 하고, 순간의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방향성을 잡은 상태에서 진행해야 합니다.
하지만 사람이 살다 보면 정말 다양한 상황을 직면하게 됩니다. 마음 편하게 즐겁게 다니던 직장에서 조만간 나가야 하는 일이 생길지 모릅니다. 자의든 타의든.
그렇기 때문에 이직은 막연하게 “하면 좋겠다”의 문제가 아니라,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하는 선택지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지금 이직을 준비한다면 나는 어떤 준비를 할 수 있는가. 이 질문은 평소에도 스스로에게 던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누가 봐도 경쟁력을 가진 이력서와 경력을 만들고 이직한다는 것은 정말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완벽하게 준비해서 완벽하게 이직한다. 이상적인 그림이죠.
그런데 ‘완벽’이라는 기준은 누가 정하는 걸까요.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해도 기업은 충분하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내가 완벽하다고 느껴도 기업은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완벽은 명확하게 보이는 도달해야 할 지점이라기보다, 어쩌면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기준일지도 모릅니다.
준비에는 통제감이 있습니다. 사람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지면 크게 흔들립니다.
준비 과정은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하느냐 마느냐, 무엇을 하느냐를 내가 정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노력하면 나아질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조금 더 하면 괜찮아질 것 같은 기대도 생깁니다.
하지만 실행은 다릅니다.
실행 전까지는 선택권이 내게 있지만, 일단 실행하고 나면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이 많습니다. 다이빙대에서 뛸지 말지는 내 결정이지만, 한 번 뛰고 나면 남은 것은 떨어지는 과정뿐입니다.
지원서를 넣는 순간 결과는 내 손을 떠납니다. 내가 원하지 않는 결과를 받게 될까 봐 불안하기도 합니다. 혹시 더 보완할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우리는 실행 대신 준비를 선택합니다.
준비는 안전합니다.
실행은 불확실합니다.
하지만 준비 기간이 길어질수록, 준비 과정이 복잡해질수록 시작은 더 어려워집니다.
“안 하는 것보단 낫잖아.”
이 문장은 가볍게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말은 기준을 낮춰주는 문장입니다.
이직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무작정 지원하라는 뜻도 아닙니다. 다만 완벽해질 때까지 기다리느라 멈춰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자는 이야기입니다.
이력서를 한 번 보내보는 것.
시장에서 나의 위치를 점검해 보는 것.
면접을 통해 피드백을 받아보는 것.
그 한 번이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려줍니다.
헬스도, 콘텐츠도, 이직도 결국 같습니다. 완벽하게 시작한 사람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시작한 사람이 쌓아갑니다.
헤드헌터로 일하면서 느낀 것은 이것입니다.
완벽을 준비하다 기회를 놓친 사람보다, “조금 더 준비하고 하겠다”는 말을 반복하다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이 더 많았습니다. 현실이 급하지 않다는 이유로, 지금도 다닐 만하다는 이유로, 준비라는 이름 아래 움직이지 않은 경우입니다.
어쩌면 우리를 멈추는 것은 부족함이 아니라 안도감일지도 모릅니다.
완벽한 준비가 아니라,
한 번의 실행.
안 하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하는 편이 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