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많은 김퐁당씨

경험의 확장

by 르코

Eat, Play, Stay

투숙객들과의 대화와 관찰을 통해 얻은 정보로 가상 여행자, 김퐁당씨의 하루를 구성해보면 이렇다.

9시쯤 기상. 숙소에서 제공하는 아침 식사(1)를 간단하게 하고 짐을 싸서 서둘러 나갈 채비를 한다. 점심 식사 장소로 가는 중간에 사려니 숲길(2)을 잠깐 들른다. 점심을 먹고(3), 동백꽃으로 유명한 테마파크(4)에서 사진을 찍고, 다시 사진 찍기 좋은 카페(5)를 가서 디저트와 커피를 마신다. 저녁으로 흑돼지(6)를 먹고, 동문시장에 들러 딱새우 회와 한라산 소주를 사서 협재의 호텔로 이동한다. 숙소에서 테이크아웃 해온 것들을 먹고(7) 12시경 잠을 잔다(8).

-Eat : 아침, 점심, 간식, 저녁, 야식
-Play : 사려니숲길, 테마파크
-Stay : 호텔

김퐁당씨는 하루에 8가지의 경험(x)을 했다. 많이도 했다. 경험을 3가지로 분류하면 Eat 5x, Play 2x, Stay 1x이다.(Play는 제주 방문객 실태조사에서 분류하는 관광/문화, 오락/운동에 해당함). 김퐁당씨의 하루의 경험이 공간단위로 분절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여행자들은 숙소를 제외하면, 한 공간에서 한 가지의 경험을 하고 있고 각 공간에서의 체류시간이 짧음을 추측할 수 있다.


분절된 여행 경험과 비즈니스

바쁘게 여행을 마치고 복귀한 투숙객들과 대화를 하다가, 제주가 서울보다 정확히 3배 크다는 거 아세요?라고 알려주면 반응이 모두 비슷하다. 그렇게 큰가요? 와! 내일 가볼 곳 추천해주세요. 응? 아무렴, 동에서 서로, 제주시에서 서귀포시로. 목적지가 어디 있든 즐겁기만 한 여행자로서는 체감하기 힘든 면적이다. 혹은 알 필요 없는 TMI 거나. 위에서 언급한 여행자들의 특성으로 인해 제주는 렌터카와 여행정보 비즈니스가 발달했다. 목적지를 가기 위해서는 3가지가 필요하다. 1) 목적지 정보, 2) 원츠, 3) 이동수단. 식사를 하기 위해 정보를 찾고, 그곳이 맘에 들면, 이동을 한다. 과거에는 공항에 비치된 브로셔 스탠드가 1)과 2)의 역할을 했고 지금은 네이버와 인스타그램이 대체하고 있다. 2만 9천대의 렌터카(3)는 여행자들이 가장 애용하는 이동수단이다.


공급자 니즈의 경험 설계

제주의 서쪽에 위치한 테마파크의 공간 리뉴얼 기획을 위해 현장으로 6개월간 출퇴근을 한 적이 있다. 외딴곳에 위치해 있어, 점심식사는 파크 내 푸드코트의 식당을 이용하곤 했다. 담당자로부터 테마파크 하루 입장객이 1,000명 정도라 들었는데, 족히 300평은 되어 보이는 푸드코트를 직원들 몇 명만 이용한다. 입점했던 유명 프랜차이즈는 이미 철수를 했고 식당 하나만 덩그러니 운영 중이었다. 테마파크의 F&B 매출이 10%면 괜찮은 정도라 들었는데 그곳은 0.5%는 되려나. 테마파크에 만들어진 푸드코트는 과연 공급자의 니즈일까 고객의 니즈일까. 테마파크가 제공하는 Play경험이 달성된 후에는 단순히 허기짐만 해결하는 Eat의 공간은 여행자의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두 가지의 경험(Play+Eat)을 동시에 제공하는 것은 공간 비즈니스에서 객단가를 높이기 위한 매우 중요한 수단이다. 하루에 8가지 다채로운 경험을 해야 하는 바쁜 여행자의 니즈는 아니지만 말이다. 여행자를 한 공간에 3시간가량 붙잡을 수 있는 콘텐츠는 무엇일까. 여행자의 기동력이 극에 달하는 낮시간의 더블 x는 가능할까.


더블 x를 만드는 숙박업

조식이 맛있는 게하, 파티 게하라는 문구를 들어봤을 것이다. 게스트하우스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차별화된 브랜딩을 위해 사용되다가 이제는 하나의 장르가 되어버렸다. 조식 사진을 보고 게하를 선택하고, 파티가 열리는 지를 확인한 후 예약을 하는 여행자들이 많다. 숙박업의 경우, 공간 비즈니스 중 여행자를 가장 오래 붙잡아 둘 수 있기 때문에 수면 공간 외, 부가적인 경험을 제공하여 수익을 확대할 수 있다. 수면의 전 후 경험을 연결하여 더블 x, 나아가 트리플 x의 경험도 가능하다. 호텔과 조식은 이미 검증된 연결 경험이며 펍 pub이나 바 Bar를 운영하여 부가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호스텔을 기획할 당시, 브랜드 측면뿐 아니라 수익 측면에서도 1층의 Bar가 가중 중요했다. 인벤토리가 정해진(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방은 하루에 1개밖에 팔 수 없다) 객실에 비해 F&B는 테이블의 회전율을 높이거나 객단가를 높일 수 있는 여건이 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전체 면적의 2.8%인 Bar에서 전체 대비 30%의 매출이 나왔다. F&B가 객실보다 평당 15배 높은 수익률을 만들어냈단 의미이다. 이쯤되면 F&B 하려고 객실 만드는 수준. 초기 시설투자/유지비까지 고려한다면 숙박업에서 F&B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경험의 연결과 확장

더블 x는 숙박업만의 영역일까. 고객을 찾아오게 하는 데까지의 비용(마케팅/홍보/브랜딩)이 갈수록 높아지는 시장 상황에서, 한번 찾은 고객을 Lock in 하는 전략은 온/오프라인 비즈니스를 막론한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부동산 개발 비즈니스에서는 면적이라는 한계로 인해 단위 면적에서의 수익률을 높이는 노력이 사업의 핵심이다.

서울보다 3배나 큰 면적의 제주, 높은 기동성의 이동수단을 가진 여행객이다 보니 여행자를 lock in 하기 위한 지역 단위의 노력도 활발하다. 제주의 원도심이 대표적이다. 동문시장이 일 2만 명이 찾지만 5분 거리의 산지천이 텅텅 비는 상황에서, 여행객을 잡아두기 위해 리노베이션 스쿨과 로컬 크리에이터 사업 등을 통해 매력적인 공간 사업자를 발굴, 새로운 수요를 만들고 기존 여행자들을 스프레드 하고자 노력한다. 기업의 경우는 플레이스 캠프, 981 파크, 해녀의 부엌이 여행자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성산에 위치한 호텔, 플레이스 캠프는 Not just a Hotel.이라는 슬로건에서 알 수 있듯, 잠만 자는 곳을 거부한다. 전체 부지에서 객실 규모는 최소화하고 중앙에 대규모 광장을 조성하여 Play+Place의 컨셉을 공간적으로 구현했다. 뿐만 아니라 맛집 골목, 원데이 클래스, 야외 액티비티, 영화제, 야시장 등 콘텐츠 회사인가 싶을 정도의 웰메이드 콘텐츠로 여행자들을 붙잡아두고 있다. 'New ear of Fun'의 가치를 표방하는 무동력 레이싱 테마파크, 981 파크는 IT기술을 통해 경험의 연결을 만들어내고 있다. 난이도 별로 주행 코스가 주어지고 랩타임에 따라 상위 코스를 주행할 수 있다. 유저의 등급에 따라 공간의 경험과 서비스를 달리 설계해 고객으로 하여금 등업하도록 유도한다. 게임의 속성인 성장과 리워드로 고객의 체류시간을 높이고 재방문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요괴 라면, 로봇 카페 등을 선보이며 F&B에서도 매력적인 콘텐츠를 구성했다. 구좌에 자리 잡은 해녀의 부엌은 해녀들의 공연Play을 보면서 다이닝Eat을 즐기는 극장식 레스토랑이다. 제주의 해녀 집안에서 자란 김하원 대표는 한예종의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후, 제주로 내려와 구좌의 버려진 활선어판장을 리모델링하여 공간을 오픈했다. 해녀라는 하나의 콘텐츠로 2가지의 경험을 만들어 냄으로써 경험의 연결을 넘어, 확장을 이뤄낸 사례라 할 수 있다.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라는 슬로건은 여행 시장의 변화를 읽어낸 에어비앤비의 미친 탁월함이다. 포스트 코로나에는 접촉이 많아지는 것을 기피하게 된다. 짧게 머물거나 한 번 다녀가는 고객을 위한 공간은 점차 사라질 수밖에 없다. 공급자의 니즈에 우선하여 한 공간에 2가지의 경험을 단순히 채워 넣는 것은 위험하다. 여행자의 Real Needs를 발견하고 공간의 컨셉에 따라 자연스럽게 고객 경험을 연결하거나 확장하는 설계가 중요하다.


김퐁당씨가 오래 머물고 다시 찾는 공간이 많아져서 바쁘지 않게 여행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