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비를 쓰지 않고 매출을 높이는 법
고객이자 직원
애플은 이광석이라는 고객을 23년간 단 한 번도 놓친 적이 없다. 중학교 때, 처음 매킨토시 데스크탑을 사용한 이래로 나는 지금까지 컴퓨터와 핸드폰은 줄곧 애플의 제품만 사용한다. 구매뿐 아니라 주변 지인들에게는 직원인양 열성적으로 제품과 브랜드를 광고하기도 한다. 타사에서는 23년간 나와 같은 앱등이들을 자사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 높은 광고비를 지불했을 것이다. 오늘날 브랜드의 충성고객은 흡사 아이돌 가수들의 팬과 비슷하다. 가수의 공연을 보기 위해 전날부터 콘서트장 앞에 텐트를 치고 노숙하는 모습은 애플이나 나이키의 제품 출시일에 똑같이 연출된다. 충성을 넘어 열광적인 고객인 팬은 신규 고객 발굴에 들어가는 홍보 비용을 상쇄하고 지속적으로 매출을 창출하며 가장 강력한 바이럴을 만드는 마케터의 역할까지 한다. 고객이자 직원인 것이다.
공간 비즈니스에도 팬과 유사한 역할을 하는 고객이 있다. 자주 오는 손님, 바로 단골이다. 충성고객을 만드는 것은 온/오프라인 비즈니스를 막론하고 중요한 사업 활동이다. 내가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 부모님께서는 단골 장사만 잘해도 먹고사는 데는 문제없다. 는 말을 해주셨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고객유지율이 5% 상승하면 수익률이 95%까지 오를 수 있다고 한다. 단골을 잡아라. 라며 아들 걱정을 에둘러해 주셨지만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조언을 해주신 것이다. 동네의 작은 카페라 할지라도, 자주 찾는 단골을 넘어 팬으로 만든다면 커피 한잔이 아니라 커피를 마시는 모든 경험을 판매할 수 있다.
가상의 팬, 페르소나
타겟이 집단의 특성을 정의하는 것이라면 페르소나는 집단 내에 있는, 우리의 상품에 가장 열광할 가상의 인물을 만드는 것이다. 쉽게 말해, 가게를 열었는데 누군가 찾아왔고 서로 한참을 신나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또 올게요 하고 나간 손님이 있다고 할 때, 그 사람을 미리 그려보는 것이다. 타겟 설정은 사업의 큰 방향을 설정하는데 중요한 근거가 될 수는 있으나 공간 기획과 초기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데에는 페르소나를 설정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
타겟 : 20-30대 여성 여행자
페르소나 : 연남동에 거주하고 강남에 위치한 대기업에 다니며 제주에 1년에 3회가량 방문하는 34살의 싱글 여성, 나혼산님.
페르소나는 타겟보다 훨씬 더 구체적이다. 연남동, 대기업, 34살, 싱글, 여성, 나혼산.이라는 단어를 통해 총 8가지의 특성을 부여함으로써 고객을 구체화했다. 각각의 단어들은 일반적으로 인식되는 의미가 있다. 예를 들어, 연남동은 작지만 취향이 분명한 가게들이 많고 젊고 다양성 높은 문화를 가진 홍대 상권과도 가까운 지역이다. 강남에 있는 회사를 다니면서 먼 거리의 연남동에 거처를 마련한 것은 나혼산님의 취향을 가늠하게 한다. 대기업, 34살 싱글 여성의 단어도 마찬가지로 머릿속으로 인지되는 직관적 의미들이 있다. 단어들을 열거하는 것이 힘들다면, 이런 방법을 쓰는 것도 좋다. 나의 지인들 중 내가 만든 상품에 가장 열광해줄 사람이 누굴까. 를 떠올려보는 것.
사용자에서 참여자로
베드라디오 1층에 위치한 bar를 오픈할 당시 설정했던 페르소나의 특성 중 하나가 '취미는 스케이트보딩'이었다. 가게 바로 앞에 넓은 광장이 있어 입지의 장점이 있었고, 역동적인 길거리 문화라는 점에서 브랜드의 결에도 맞았기 때문이다. 페르소나를 겨냥한 공간 기획을 마치고 오픈을 앞둔 어느 날, 초기 마케팅 전략을 구상하다가 오픈 파티를 지역의 커뮤니티와 함께 해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커뮤니티를 만나 함께 파티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가오픈 때 찾아온 손님(롱보드 동호회 회원)에게는 의견을 물어보며 기획의 피드백을 받기도 했다. 커뮤니티와 함께 만든 오픈 파티는 성황리에 마무리되었고 이때 참여한 커뮤니티 회원들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방문했다. 고객을 사용자에서 참여자로 바꾸는 것은 초기 브랜드가 고객을 확보하는 데에 매우 유효한 전략이다. 브랜드의 취지와 이를 실행에 옮기는 주체(사람)에 감응한 고객은 결과물의 완성도가 낮더라도 과정과 태도에 큰 가치를 두기 때문에 계속 찾아온다. 과정의 참여까지 이루어진다면, 고객은 브랜드의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다. 가장 든든한 아군, 팬이 되는 것이다.
고객생애가치가 높은 팬
23년간-앞으로도-애플의 팬인 나는 고객생애가치가 매우 높은 고객이다. 낮은 고객획득비용(광고비)으로 높은 매출을 발생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앱등이를 보유한 애플은 고객유지비율이 높은 브랜드이다. 광고를 하지 않고도 고객이 알아서 찾아오고 Lock-in 되어 지속적으로 매출을 발생시켜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좀 더 가까운 예를 들어보자. 4년 전, 커피 OO이라는 카페를 친구를 통해 알게 되었다. 지금도 카페를 가기 위해 집을 나서면 가장 먼저 떠올리고 방문한다. 커피뿐 아니라 그곳에서 판매하는 원두도 자주 구매하며 제주를 방문하는 지인들에게 열변을 토하며 소개한다. 꼭 가보라고. 커피 OO에서 한 일은 내가 좋아할 만한 것들을 떠올리며 공간을 만든 일이 전부일 것이다. 그 결과, 커피 OO은 4년째 높은 고객생애가치를 가진 팬 한명을 갖게 되었고 그곳은 늘 만석이다.
1) 가게를 열면 손님들이 올까?
2) 내 가게에 어떤 손님이 오면 좋을까?
공간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1)을 2)로 바꾸기만 해도 훨씬 높은 성공률을 가질 것이다. 2)의 질문을 통해 구체적인 손님의 모습을 그려보고 그 손님이 감동, 아니 열광할 공간/브랜드로 만들어내는 것이 팬을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이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공간을 방문하는 것보다 특정 소수를 자주 방문하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고객생애가치 : 소비자 한 명이 하나의 상품 혹은 기업의 고객으로 남아있는 기간 동안 발생하는 수익의 총합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