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는 질문을 만나는 여정
취업할까 창업할까?
줄곧 창업만 해오셨는데요. 취업하실 생각은 해본 적 없나요? 내가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있는데요. 그 문제를 누군가 해결하고 있다면 그곳을 찾아가 함께 하자고 할 것이고, 누구도 해결하고 있지 않다면 내가 나서서 해결해요. 전자가 취업이고 후자가 창업이라고 생각해요. 중요한 건, 취업할 건지 창업할 건지 선택하기 이전에 어떤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를 생각한다는 거예요. -모 대학교 강연 Q&A 중
비즈니스의 본질은 문제 해결이다.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고 그 대가로써 돈을 받는 것이 기업이 하는 일이다. 고객이 느끼는 문제가 무엇인지 발견하고 정의한 후, 그것을 해결하는 데에 모든 자본과 노력을 쏟아부어야 한다. "그냥 내가 좋아서 만들었는데 돈을 많이 벌었어요" 단언컨대 그런 인과 관계는 없다. 본인이 좋아서 만든 것(product)이 누군가에게(market) 필요한 것(fit)이었기 때문에 돈을 번 것이다. 상품을 시장의 니즈에 맞추는 것, Product Market Fit이라고 한다.
카페나 한번 해볼까?
2000년대 중반까지도 제주는 자연경관을 감상한 후, 제주식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고 기념품 샵에서 제주여행 기념품을 구매하는 것이 여행의 주요 코스였다. 버스/택시 관광 시대의 유산이다. 2000년대 중반, 서울은 가로수길을 시작으로 수많은 카페거리들이 생산되기 시작했고 카페 투어는 2030 여성들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2010년, 이주민이 급증하면서 제주 곳곳에 주인장의 취향을 담은 매력적인 카페들이 많아졌다. 서울에서는 볼 수 없던 제주만의 특색이 담긴 카페들은 2030 여성 여행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때 생긴, 1세대 카페들은 2030 여행자의 니즈를 해결해주었기 때문에 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이다. 카페가 성업하면서 '나도 카페나 한번 해볼까?'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돌기 시작했다. 3,400곳. 2019년, 제주시와 서귀포시에 등록된 카페(커피전문점과 커피 판매가 가능한 휴게음식점)의 수다. 제주는 인구 1인당 카페 수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우후죽순, 파죽지세다. 오늘날, 제주에 있는 수 천 개의 카페는 과연 시장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있을까? 2018년 한 해동안 제주에서 폐업한 카페는 349곳이며 증가 추세에 있다.
돈 없이 좋은 집에 살 수 없을까?
입도하고 해가 바뀌어 2017년, 신구간(신이 하늘로 모두 올라가 제주도민들이 이사하는 시기)이 되었다. 살던 집의 계약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 한 달, 한 달 서바이벌 제주 살이를 시작했던 터라 결정을 내려야 했다. 서울로 다시 돌아갈 생각을 하니 머릿속이 아득했다. 제주에서 더 살아보기로 했다. 이제 어떻게 (잘) 살 것인가를 생각할 차례, '돈 없이 좋은 집에 살 수 없을까?'라는 생각을 했고 진지하게 해결해보기로 했다.
제주에 머문 6개월 동안 한 달에 3번은 육지의 지인들이 제주를 찾았다. 원룸에 살았기 때문에 집까지 내어주는 일은 없었지만 해맑게 무계획임을 밝힌 지인들에게 숙소부터 맛집까지 내가 자주 가는 코스들에 대해 상세한 정보를 제공했고 개인 차량으로 가이드를 해주기도 했다. 생각보다 자주 온다. 초기 이주민들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 피로도가 상당하다. 통계 자료를 찾아봤다. 제주 관광객의 연간 방문 횟수가 3회 정도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문제 정의 : 제주를 자주 찾는 여행자들은 계획을 세우는 것을 귀찮아한다.
애월의 정원이 있는 이층 집을 계약했다. 제주에 내 별장, 빌라세렌디피티로 슬로건과 네이밍을 정했다. 6박을 선 결제한 후, 원할 때 언제든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멤버십 숙박 상품을 기획했다. 1년에 3번 정도 제주를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제주에 관리인이 있는, 자신의 별장이 생기는 것이다. 숙소 예약과 여행 정보 검색을 해야 하는 귀찮음을 해결해주는 동시에 제주 로컬 동행(이광석)도 얻을 수 있는 상품이다. 1년 간의 총 투자 비용(보증금, 연세, 가구집기 구매, 운영비)을 충당함과 동시에 혼자 지내는 일수를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정원 13명만 모집하기로 했다. 1년간 78박 손님이 쓰게 된다. 나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서울 출장을 간다. 즉, 1년 중 11개월은 혼자 집을 사용하고 1개월은 친구들과 심심하지 않게 여행을 하며 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소개서를 제작하여 우선은 지인들의 단톡 방에 먼저 뿌려 반응을 보기로 했다. 이틀 만에 40명이 신청했다.
지금보다 좀 더 넓고 좋은 집에서 살고 싶다는 개인의 니즈를 시장의 니즈와 연결함으로써 개인과 고객의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었다.
질문을 만나는 여정
우물 안에서 우물 밖을 꿈꾸는 상상력이 발동될 때, 가장 먼저 일어나는 지적 활동이 바로 '질문'이다. 반면에, 자신이 머무는 우물 안으로만 시선이 향해 있을 때 작동되는 지적 활동은 '대답'이다. 지금 우리의 현실적인 문제는 '대답'의 기능으로 닿을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에 이미 도달해버렸기 때문에 그다음을 노려야 하는데, 계속 우물 안에만 머무르려 하거나 우물 안에 머물던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 최진석 <노장적 생각. 2018년 2월 13일 자 매일신문 칼럼 중에서 >
사물이나 현상을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을 관찰이라고 한다. 관찰을 통해 얻은 사실에 '왜'라고 질문하게 되면 재밌는 일이 벌어진다. 누구에게나 보이는 것(정보)이 나에게만 보이는 것(인사이트)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누군가의 치열한 질문으로 얻어진 대답을 향유하며 산다. 집에 있는 커피머신은, 집에서도 카페처럼 원두커피를 마시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누군가의 질문에서 나온 대답이다. 반면, 미술관에는 질문만 놓여있다. 현대미술 작품을 보며 '이게 뭘 의미하는 거지?'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만져볼 수도 없이 멀찌감치 서서 눈 앞에 놓인 사물(작품)의 의미를 계속해서 묻는다.
1) 이 작품 어때? 너무 아름다워.
2) 뭘 보고 아름답다고 느낀 거야? 음... 색감
3) 어떤 색을 아름답다고 느껴? 깊은 파란색이 특히 아름다운 것 같아
4) 어떤 이유로, 깊은 파란색을 아름답다고 느끼는 거야? 어릴 적에 바닷가 근처에서 살았는데, 학교 마치면 항상 친구들과 수영하고 놀았어. 생각해보니 해지기 전 바다가 딱 이 색감이었던 것 같아.
계속된 질문이 파란색이라는 시각 정보를 바닷가 소년의 유년시절 회상이라는 인사이트로 바꾸었다. 비즈니스는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 아니라 계속해서 질문을 만나는 여정이다.
망치는 손으로 못을 쉽게 박기 위해 만들어진 도구이다. 끝은 무겁고 뭉툭하며 손잡이 부분은 가볍고 길다. 형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능에 따라 결정된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 Form follows function. 시카고학파이자 기능주의 건축가, 루이스 헨리 설리반이 남긴 말이다. Business follows problem. 비즈니스는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 그 자체이다. 그 말은, 해결할 문제가 없이는 비즈니스가 성립될 수 없다는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