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peat visitor를 만들어내고 있는가

제주 여행 3.0 시대의 키워드

by 르코

휴식이 필요한 대한민국과 힐링의 섬

제주도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살고 싶은 도시 부동의 1위. 내국인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여행지 1위이다. 제주에 대한 도시인들의 정서를 가장 잘 담은 노래는 역시 제주도 푸른 밤이 아닐까. "떠나요 둘이서. 아파트 담벼락보다는 바달 볼 수 있는 창문이 좋아요. 도시의 침묵보다는 바다의 속삭임이 좋아요." 1988년 발매되었지만 아직도 우리 입에 흥얼거림이 남아있다. OECD 국가 중 노동시간 탑 3을 놓치지 않는 민족에게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자연 유산을 가진 섬, 제주도가 있어 정말 다행이다.

1970년대 제주 관광개발계획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며 제주 관광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국내에서 가장 높은 산인 한라산을 비롯해 바다, 동굴, 폭포, 오름, 곶자왈, 귤밭, 마목장 등 육지에서는 볼 수 없는 제주만의 신비한 자연 풍경들은 빠른 경제 성장의 반대급부로써 일과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와 치유가 되어주었다. 50년이 지난 지금도, 자연경관 감상은 제주 주요 활동 1위에 오를 만큼 제주를 찾는 여행자들에게는 필수 방문지이다. 여행 목적 1위는 단연 휴식이다.


인스타그래머블의 시대

집 어딘가 있는 가족 앨범을 뒤져보면 중학교 시절 가족 여행으로 갔던 때의 제주 여행 사진이 한 가득이다. 여행에서 남는 게 사진뿐일까만은 기록의 수단으로써 사진만 한 것이 없음은 사실이다. 오늘날 사진은 기록보다는 자랑의 수단으로 활용된다.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은 인스타그램에 찍어 올릴 예쁜 사진을 찍기에 적합한.이라는 의미의 신조어이다. 인증의 장이 된 인스타그램은 바이럴 효과가 매우 높아서 공간 운영자들에도 가게를 알리는 주요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과거 제주는 대형 음식점들을 중심으로, 한 때 네이버 블로그 광고가 필수 홍보 수단이었지만 대행사를 통하거나 높은 광고비용을 지불해야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요즘은 젊고 감각 있는 운영자들이 비교적 쉽고 비용이 들지 않는(혹은 저렴한) 인스타그램으로 직접 가게를 알린다. 가게 간판을 달듯이 인스타 계정 개설은 필수가 되었다.


배경을 파는 공간

바야흐로 포토존 전쟁이다. 제주의 자연 풍경이 보이는 곳에 자리 잡은 가게는 큼지막한 창문을 내었고, 그렇지 않은 가게들은 꽃을 심거나 멋스러운 소품들로 공간을 꾸몄다. 메뉴는 혀보다는 눈이 즐겁다. 식당은 음식을 팔고, 카페는 커피를 파는 곳이지만 인스타그램의 등장 이후부터는 인증을 위한 '배경'을 팔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스타그래머블의 현상은 공간이 가진 본연의 임무를 앗아갔을 뿐 아니라 세 가지 측면에서 제주의 공간 퀄리티를 지속적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1) 공간의 획일화. 인스타그램은 유행하는 공간스타일을 반복 생산한다. 인테리어 전문 업체에서조차 인스타그램(혹은 핀터레스트)에서 예뻐 보이는(?) 스타일을 그대로 가져다가 설계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운영자의 의도(why), 컨셉, 콘텐츠의 맥락 없이 만들어진 공간은 지속 가능할 수 없다.

2) 0에 수렴하는 재방문율. 어떤 공간에 들어서서 와. 이쁘다를 연발하고 나갈 경우, 새로움이 주는 자극에 의한 것일 확률이 높다. 새로움은 단 한 번만 줄 수 있는 가치이다. 공간 기획 시, 와우 이펙트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한 경우가 있다. 브랜드 팝업 스토어나 전시공간인데 이 곳은 한 번만 오게 만들면 되는 공간들이다.

3) 체류 시간 하락 :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고 업로드를 하는데에 걸리는 시간은 길지 않다. 고객이 오래 머무르게 만드는데 필요한 장치들이 필요없어지는 것이다. 값싸고 빠르게 만들어진 공간들이 늘어나게 된다. 수익적 측면에서도 단점이 있다. 이른 시간에 목적이 달성되면 부가적인 매출 창출의 기회가 사라진다. 인증의 목적이 달성된 고객(체리피커)에게 다른 활동은 중요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인스타그램이 효과적인 홍보의 수단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높은 의존도로 장기간 지속된다면 리스크가 증가한다. 흔히 뜨내기손님이라고 표현하는 일회성의 체리피커 고객들이 많다는 것은 고객생애가치가 현저히 낮다는 의미이다. 고객획득비용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마케팅 경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코로나가 촉진시킨 여행 트렌드

제주방문관광객 이동패턴 빅데이터 분석

과거 유명 관광지 중심의 이동 패턴에서 특정 지역을 선택한 후 머무르는 여행 패턴으로 바뀌고 있다. 위 그림의 8개의 지역은 빅데이터를 통한 관광객 이동패턴 분석에서 가장 밀도가 높은 지역, 즉 가장 관광객이 많이 찾는 핫 스팟이다. 클러스터 내 이동의 평균이 66.5%이며 클러스터 외 유입의 평균이 33.5%이다. 작년 기준, 거점 내에 머무르는 비율이 외부에서 유입되는 비율보다 2배가량 높게 나타난 것이다. 올해의 지표는 코로나의 영향으로 클러스터 내 이동이 더욱 높게 나타날 것이다.

스테이케이션 staycation은 멀리 떠나지 않고 가까운 곳이나 집 근방에서 휴가를 보내는 것을 뜻하는 말로, 2003년 캐나다 작가 폴 맥페드리즈(Paul McFedries)에 의해 처음 언급되었다. 2007년에서 2010년 사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을 받은 미국인들 사이에서 유행하였으며, 영국에서는 2009년 영국 파운드화의 약세로 인해 해외여행의 비용이 증가하면서 이러한 휴가 형태가 유행하였다.

얼마 전, 여가 액티비티 플랫폼 프립과 제주의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팅 기관인 넥스트 챌린지가 함께 재미있는 여행상품을 출시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일주일만"이라는 제목인데 얼핏 보고서 흔한 일주일 살기 상품인 줄 알았지만 세부 내용을 보고서는 참 시의적절하다는 생각을 했다. 항공권, 숙박 외에 코워킹 스페이스 이용권이 추가되었다. 워케이션 상품이다. ‘워케이션’(work-ation)은 ‘일(work)’과 ‘휴가(vacation)’를 합친 신조어로, 사무실이나 집이 아닌 곳에서 일과 휴가를 동시에 즐기는 것을 뜻한다. 코로나 19의 장기화로 인해 근로형태가 변화하고 원격 근무와 수업이 늘어남에 따라 새롭게 등장한 국내 여행 트렌드다.

코로나 이전에 등장한 스테이케이션과 이후에 등장한 워케이션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특징은 1) 특정한 지역에 거점 anchorage을 정하고 2) 이동을 최소화 stay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는 MZ세대의 시대에 발견되는 흐름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다시 올 생각이 있는가?

제주의 시대별 여행 트렌드

나는 어떤 공간을 방문하면 경험을 쪼개며 디깅 하는 취미가 있다. 맛, 조도, 서비스 태도, 마감재, 동선, 음악 등 공간의 총체적 경험을 만들어내는 요소들을 통해 공간에서 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유추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질문을 던진다. 다시 올 생각이 있나? 고객의 입장에서 최종적인 만족도를 가늠하는 것이다.

좋은 공간인가를 판단하는 기준은 고객이 갖고 있다. 고객은 전문가가 아니므로 일일이 판단하기보다는 오직 공간에서 느껴지는 총체적인 경험을 기반으로 만족의 여부를 판단한다. 고객의 만족도를 판단하는 궁극의 질문은 "다시 올 생각이 있는가?"가 아닐까. 첫 방문 이후에, 다시 오고 싶고 누군가에게 추천하고 싶다거나 혹은 나만 알고 싶을 정도로 애정이 생기는 공간이 있을 것이다. 핵심은 Repeat. 재방문이다.


제주의 공간은 2.0의 시기에 이미 변화의 방향을 짚어냈다. 코로나는 높은 속도로 변화해야 하는 이유를 제공해주었다. 당신의 공간은 Repeat visitor를 만들어내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야 할 때이다.



이미지 출처: https://unsplas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