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의 공간 비즈니스

온라인을 이기는 오프라인

by 르코

돌아갈 수 없는 세상

올 1월부터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는 삶의 전 영역에서 가장 단기간에 가장 많은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동의 제한으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업계 중 하나는 여행 산업이다. 전체 GDP의 50% 이상을 관광산업에 의존하는 제주도 직격탄을 맞았다. 관광객이 전년도 대비 약 30% 줄어든 1,000만 명이 입도했다. 코로나 이전, 제주는 오버투어리즘이라는 우려가 나올 정도로 관광객 수용의 한계치를 웃돌고 있었다. 이에 아랑곳 않고, 늘어나는 방문객에 대한 기대감에 숙박업소, 렌터카, 음식점 등의 여행 인프라는 공급과잉 상태였다. 경쟁이 치열해진 시장에서 아슬아슬하게 버텨내고 있던 업체들이 많았던 터라 피해는 더욱 크게 다가왔다. 백신 개발의 소식이 들려왔다. 코로나 종식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와 전염의 공포 사이 어디쯤, 우리는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종식은 되찾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는,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포스트 코로나(혹은 위드 코로나)의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공간 비즈니스

코로나는 변화의 방향을 바꾼 것이 아니라 변화의 속도를 높였다. 예를 들어, 재택근무, 지역 중심, 온라인 스트리밍의 키워드는 코로나 이전에도 업계 화두이자 산업의 발전 방향으로 여겨졌다. 코로나는 천천히 다가오던 미래를 단숨에 앞당겼다. 2020년 한 해 동안 가장 성장한 기업 셋을 꼽으라면 줌, 당근마켓, 넷플릭스가 아닐까. 재택근무의 최대 수혜자는 원격 회의 서비스 줌이었으며 이동이 제한된 상황에서 이동을 최소화하고 신뢰할 수 있는 '동네'기반의 당근 마켓은 급격히 성장했다. 또한 코로나에 가장 취약한 환경인 영화관은 빠르게 넷플릭스로 대체되었다. 세 가지 서비스는 모두 온라인 서비스라는 공통점이 있다. 포스트 코로나에 온라인 비즈니스는 더욱 성장할 것이다. 역설적으로 공간 경험은 더욱 간절해질 것이다. 단, 코로나 시대의 문법에 맞게 온라인이 제공하지 못하는 경험을 제공한다면 말이다.


우연한 발견

Q.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공간에서 만나고 가치를 나누는 일은 변함없이 지속될 거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A. 물론입니다. 오프라인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가치는 따로 있습니다. 츠타야 서점을 예로 들어볼까요. 사람들은 언제나 온라인으로 책을 주문할 수 있습니다. 서점에서 산 책과 똑같죠. 하지만 우연히 들른 서점에서 책을 발견하는 경험은 다른 가치를 줍니다. 사람이 사는 것은 물건이 아닙니다. 서점을 들어가고 둘러보는 과정을 포함한 경험, 그리고 스토리텔링을 사는 겁니다. -준지 타니가와 JTQ대표

[출처: 중앙일보] 일본의 대표적 공간 기획자, "코로나 이후의 공간은 8가지가 달라진다"

온라인 경험이 더욱 가속화될 코로나 시대에 오프라인 공간은 어떤 역할을 해야 생존, 혹은 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까. 준지 타니가와는 렉서스·나이키·긴자 식스 등 유수의 브랜드와 협업해 온 일본의 대표적인 공간 기획자이다. 우리에게는 츠타야 서점을 만든 CCC그룹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더욱 유명하다. 그는 오프라인 서점은 '책을 발견하는 경험'이라는 (온라인과는) 다른 가치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구글이 본사에 빨래방을 만든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Serendipity, 우연한 발견은 오프라인 공간이 온라인보다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경험이다.


분산화

코로나는 일하는 방식에서도 변화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기업들이 빠르게 재택근무를 도입하고 있으며 업무 효율도 더욱 높아진 것으로 조사돼, 향후 뉴 노멀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재택근무는 출퇴근 시간을 없애고 불필요한 회의를 줄임으로써 업무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예기치 못한 단점도 있다. 가족과 함께 지내는 공간에서 일을 하다 보니 아이들로부터 업무의 방해를 받기도 한다. 이를 피해 카페를 가더라도 화상회의를 못하는 등의 어려움이 있다.

2019년 8월 문을 연 공유 오피스 집무실은 코로나 시기임에도 빠르게 확장 중에 있다. 대부분의 공유 오피스는 강남, 여의도, 광화문과 같은 중심 업무 지구에 위치해있으나 집무실은 정동, 서울대, 석촌(예정)과 같이 주거지역 내에 깊숙이 침투해있다. 집무실은 집 근처 사무실의 줄임말이다. 대형화, 과밀화되었던 공간들이 코로나로 인해 소형화, 분산화되고 있다.

호텔도 분산화의 사례가 있다. 일본 도쿄의 야나카 시장 근처 작은 마을은, 마을 전체가 하나의 호텔이다. 마을 곳곳에 위치한 하기소-하나레-타요리-레인보우 키친이 주요 기능을 담당한다. 숙소를 예약하면 하기소(리셉션)에서 숙소 안내와 동네 이용 안내를 받을 수 있다. 하나레는 게스트하우스로, 숙박의 기능만을 제공하며 타요리와 레인보우 키친은 F&B 공간이다. 마을 호텔을 수평적호텔이라고도 한다. 높은 건물에서의 수직적인 이동이 아니라 마을을 돌아다니며(수평적 이동) 머무는 것이다. 도심 공동화 현상의 대안으로 제시된 솔루션이지만 코로나 시대에 더욱 고도화될 필요가 있는 솔루션이다.


속수무책, 손을 묶인 듯이 어찌할 방책(方策)이 없어 꼼짝 못 하게 된다는 뜻으로, 뻔히 보면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꼼짝 못 한다는 뜻이다. 2020년 한 해를 가장 잘 표현한 사자성어가 아닐까. 거리에는 공실 된 가게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바람대로라면 내년 봄부터는 코로나의 공포가 조금씩 사그라들 것이고 비어있던 가게들은 새로운 주인을 맞이할 것이다. 종식은 되찾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뉴 노멀의 시대에 맞는 공간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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