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는 공간의 비밀

by 르코

사람

제주에 어느 멋진 상점이 생겼다는 소리를 듣고 인스타 프로필을 찾아 들어가서 소개글을 보던 중, 너무 기가 차서 한참을 그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곳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친절 없음’. 오늘날 가게의 간판이라 할 수 있는 인스타 프로필, 그러니까 가게 앞에 대문짝만 하게 ‘우리는 당신에게 베풀 친절이 없으니 기대 말고 조용히 살 것만 사가 시라’고 써 붙여 놓은 것이다. 묻고 싶다. 과연 고객은 당신에게 어떤 존재인가. 이미 ‘나’라는 고객 한 명을 잃은 셈인데 방문도 전에 존중받지 못한 느낌이 들어 영 불쾌하지 않을 수 없다. 티비로 유명세를 타서, 얼마나 진상 손님들이 왔기에 저럴까. 싶은 측은지심을 거두고 보아야 한다. 아니 정확히는 구분해서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 왜냐하면, 친절을 베풀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것과 친절 자체를 거부하는 행위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기 때문이다.


존중

고객은 장사(또는 사업)가 성립하는 기본 요건이자 전제이다. 대형마트에서 진상을 부려도 고객은 왕이라 무조건 사과하던 쌍팔년도 시절은 갔다. 되려 진상 고객의 행동이 유튜브에 올라 또 다른 고객들로부터 역풍을 맞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극단적인 비난의 문화는 지양해야겠지만, 고객이든 사업주든 누가 우위에 있는 것이 아닌 동등하게 서로를 ‘존중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상담사도 누군가의 가족입니다.”라고 시작하는 고객 센터의 통화음이 자리 잡은 것만 보아도 상호 존중의 문화는 확산되어 가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다. 고객은 왕이 아니라 ‘사람’이다. 떠받들어야 될 의무는 없으나 당신의 가게를 찾아 준, 또는 찾아 줄 사람에 대한 존중의 태도는 ‘기본’이 되어야 한다.


진심

“손님이 오면 음식을 만들어서 내고 돈을 받는 일이 기계적으로 반복될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점차 막국수만 팔 수는 없다는 생각이 강해졌습니다. 그러자, 국수를 먹는 ‘사람’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가격을 올리지 않는 대신 가치를 올리고자 했습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손님이 없는데 손님이 우리를 기억해줄 리가 없습니다.”


최근 책과 미디어를 통해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고기리 막국수의 사례를 보자. 이곳에는 ‘고객’은 없고 대신 ‘사람’이 있다. '어느 한적한 시골에서 진심을 다해 소소하게 장사하니까 저렇게 할 수 있지'라는 합리화는 통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루 1,000그릇, 연 매출 30억의 고속 성장을 만들어가고 있는 가게이자 기업이기 때문이다. 테이블을 더 놓는 대신에 식당 곳곳에 휴게 공간을 만들면서 이런 이유를 들어놓았다. '소외와 단절의 시대를 살아가는 분들에게 이웃과 함께 있다는 안도감’을 주기 위함'. 휴게 공간 하나에도 진심으로 배려하려는 태도가 있다.


진정성

“진정성은 자기다움의 윤리다. 자기가 한 말과 행동이 진짜 자기의 것이어야 하고 서로 어긋남이 없어야 한다. 그 핵심은 약속의 이행과 공동체의 신뢰에 달려있다. 이게 무너지면 위선이다. 그래서 ‘도덕성보다 실천하기 어려운 과제가 진정성’이라고 실리콘 밸리의 대부 존 헤네시도 ‘어른은 어떻게 성장하는가'에서 토로하지 않았던가. “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송영길 님 인터뷰 중


진화한 데이터와 전방위적 디지털 연결은 사람들의 참과 거짓을 손쉽게 구별해낸다. 잘 나가는 아이돌의 과거 일진 전력이 까발려져 하루아침에 팀에서 사라지는 세상이다. 비단 유명인에 국한되는 것도 아니다. 채용을 할 때, 지원자의 SNS 피드를 10분만 훑으면 자소서의 허점을 발견할 수 있다. 과거에는 연예인과 같은 편집된 사람이 권력을 가지는 사회였다면 현대사회는 맥락이 적나라하게 드러남으로써 ‘진성성 있는 사람’만이 살아남는다.


다시 찾는 공간의 비밀은 우리가 뻔하다는 말로 가려버린, 기본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