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11개월의 여정
과연 그것이 옳은가?
좌절과 두려움으로 뒤범벅된이 밤을 보내고 나면 새벽에 일어나 달리기를 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어느 가수의 희망에 찬 노래 가삿말을 따라 부르며 밤새 온몸에 깃든 부정적인 생각들을 땀과 함께 씻어 내곤 했다. 어느덧 몇 년의 시간이 흘렀고 변한 것이라면, 달리기를 하지 않아도 아침이 되면 미래에 대한 긍정의 생각들로 채울 수 있게 됐다. 나의 아침은 늘 그렇게 맞이해야 했다.
나는 그릇이 큰 사람이 아니다. 항상 지금 가진 능력으로는 불가능한 것을 꿈꿔야 그곳에 다다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우리가 말하는 '도전'일 것이다. 4년 11개월의 시간 동안 나는 매일 불가능한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희망을 붙잡으며 내 그릇의 크기를 키우기 위해 달려왔다. 감상에 젖어 지난 시간의 소회를 적기에는 그동안의 가르침이 너무 많다. 그리고 내 도전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는 이 소중한 시간의 끝에 점을 하나 찍고 내 그릇에 담을 내용물을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직진으로 달려 가며 놓친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한참을 달리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내 그릇에 담긴 내용물보다 남들이 바라보는 그릇의 크기가 더 중요해져 있었다.
조직의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마음을 다 잡을 확고한 신념과, 방향을 알려줄 철학이 필요했다. 옳은지 그른지 판단하기 보다, 옳다고 믿는 신념과 철학. 꼭 있어야만 했다. 모든 결정은 그것이 만들어 내고 구성원을 이끌게 하기 때문이다. 전진을 위해 묻어 두었던 질문을 이제는 해야 할 것 같다. 과연 그것이 옳은지 말이다.
내가 가장 적임자인가?
회사에는 각자 맡은 역할이 있다. 구성원들이, 능력과 성향에 따라 꼭 맞는 자리에 있을 때, 1+1은 ‘2’가 아니라 ‘3’ 혹은 그 이상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자라는 것처럼 회사도 자라고, 날씨가 변하는 것처럼 시장의 환경도 하루가 다르게 변해 간다. 오늘 입은 옷을 매년 입고 있을 수는 없다. 옷이 작아지거나 추워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아기가 어미의 젖을 먹다 이유식을 먹고 쌀밥을 먹게 되는 것처럼 초창기 회사와 성장기 회사는 서로 다른 형태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대표는 두 가지를 꼭 해야 한다. 1. 꿈을 꿀 것. 2. 돈을 만들 것. 이 두 가지 중 어느 하나도 어느 것도 게을리 해선 안되지만, 그중 꿈을 잃는 것는 매우 위험한 일이다. 회사의 위기는 돈이 없을 때가 아니라 리더가 꿈을 잃은 순간 시작된다. 시장의 변화를 예측하고, 구성원들에게 수정된 방향과 그 목적지를 지속적으로 알려주는 것은 리더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어린아이에게 아무리 많은 식량과 옷이 있어도, 시간이 지나면 먹을 수도, 입을 수도 없다. 적당한 식량과 큰 꿈이 필요할 뿐이다.
회사는 항상 변화해야 한다. 당연한 것들이, 편해지는 것들이 하나, 둘 늘어갈 때, 회사의 생존율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시장은 가혹하리 만치 빠르게 변하고 우리는 그것에 빠르게 대응해야만 한다. 작년 약 두달여간 회사의 비전을 새로이 하고자 일손을 잠시 놓고 생각의 시간을 가졌다. 그 고민의 결과, 오늘날의 경제상황에서, 회사의 미래를 위해서는 지금 당장 변화가 필요함을 깨달았고, 새로운 비전과 장기적인 탱고마이크의 청사진을 그려 냈다. 그리고 그 비전을 앞에 두고 중요한 질문을 했다. '이 비전으로 구성원들을 이끌어 가기에 여전히 내가 가장 적임자 인가?'
2016년 1월4일 부로 나는 대표의 자리에서 물러 난다. 내가 꿈을 잃어서가 아니다. 새로운 회사의 비전(꿈)을 실현해 나가기에 더욱 적임자가 있기 때문이다. 리더는 회사의 비전을 가장 잘 이해하고 인사이트를 지닌 사람이어야만 한다. 나는 여전히 이 곳에서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생각이다. 대표가 아닌 또 다른 자리에서 탱고마이크의 비전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일할 생각이다. 대표라는 자리가 곧 그릇의 크기를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큰 그릇에 썩은물이 담겨 있다면 많은 사람들을 위험에 빠트리게 될 것이다. 그래서 안에 담을 것들을 더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그릇이 커 갈 수 있다. 겉치레는 걷어 내고 다시 하나씩 질문하고 담아내고, 또 질문하고 담아내 볼 생각이다.
고생했다. 이광석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