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더 좋은가?

트레바리 예술아_황병기_깊은밤, 그 가야금 소리

by 르코

몇 년 전, 현대무용을 하시는 지인으로부터 공연 초대를 받았다. 다행히 그날은 저녁식사 약속도, 재즈 공연을 볼 일도 없었기에(또는 사회적 관계의 원만한 유지를 위해) 공연장을 찾았다. 1년에 미술관을 한 번도 가지 않는 사람이 90%가 넘는데, 현대 무용은 오죽할까, 태어나 처음 경험한 현대무용 공연은 감상이라기보다는 노력이었고, 감상평은 희소함과 엘리트적 문화인식이 적절히 버무려져 ‘나 현대무용 봤어'라는 단순 경험만으로도 뿌듯함을 주기에 충분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감독님으로부터 문자가 날아들었다.

“새로운 문화에 마음의 한자리를 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날 국악과 대중음악이 하나의 지점에서 만나기 위해서는, 국악 작곡가들이 대중음악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민중의 노래를 창작하고, 대중음악의 작곡가와 가수들은 국악을 배우고 그 음악 어법과 창법을 체득함으로써, 다 같이 현대 우리 민중의 노래를 창조하려는 새로운 바람부터 일어나야만 한다.’ -책 내용 중
국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국악 전공자이든, 애호가이든–많아지기 위해서는 나와 같은 일반인들이 흔히 겪게 되는 대중음악에 국악이 더 많이 녹아있어야 한다.-독후감 중 발췌

국악이 대중화되길 바라는 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애플뮤직 재생목록에는 그것이 없거나 오랫동안 자리하지 못한다.

‘황 선생님의 글에 따르면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에는 산보하던 중에도 어디선가 들려오는 가야금 소리에 걸음을 멈추는 일이 있었고.. 중략‘ -독후감 중 발췌


길 가는데 조용한 와중에 가야금 소리만 들리면 좋으련만 이어폰을 꽂아야 할 만큼 우리는 ‘듣기'의 자유를 침해받고 살고 있다. 국악의 대중화, 혹은 세계화에 대한 논의가 좀 더 효력을 가지는 출발점은 국악이 왜 ‘더' 좋은가? 에 대해 자문으로 부터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핵심은 ‘더'이다. 한정된 시간, 습관, 비용안에서 우리는 무한대로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없다. ‘우리 것은 좋은 것'이라는 감정에의 호소가 아닌 합리적 판단에 의한 선택-지속 가능한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는-이 될 수 있으려면 창작자와 소비자에게는 재즈보다, 디즈니 영화보다 좋은 이유가 있어야만 한다. 세상 모든 음악이 대중화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가야금은 사랑방 음악이라 소리가 멀리 울려 퍼지지 않아. 작은 방안에서 들을 때 그 소리가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작은 사랑방인 트레바리 아지트에서 울려 퍼지는 가야금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어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하다.’ -독후감 중 발췌

소리가 멀리 울려 퍼지지 않는 가야금이라 더 멋스럽다. 대중화의 본질은 확산(접근성)이 아니라 차별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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