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알못이라도 괜찮아

트레바리 아트씨 후기

by 르코
제가 예술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예술아와 아트씨를 처음 시작했을 때, 독후감과 토론에서 가장 많이 나왔던 말은 ‘예알못’이었다. 뜻밖의 고해성사를 하고서야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게 되는 건, 예술과 우리의 거리. '딱 그만큼의 거리'를 보여주는 것과 같았다.

트레바리 예술아와 아트씨는 예술의 경험을 ‘보다'에서 ‘말하다'로 확장하는 연습을 하는 곳으로 생각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예술이 작가에게 있어 ‘표현'의 한 방법이 듯, 관객도 그것을 감상할 때, ‘표현'의 과정을 경험한다면 예술을 바라보는 시야가 조금 더 넓어질 것이다. 잘 몰라도 된다. 대상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만 그것을 이해하는 것은 아니며 내 감상은 옳고 그름이 없다. '딱 그만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서는 예술사를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내 감상을 털어놓으면 될 일이다.


답은 없는 거겠지만...

어떤 경우에는-혹은 이번 아트씨 모임에서는- 많은 분들이 의견을 말할 때, 답이 없음을 전제했다. 에곤 실레가 생각하는 성, 미, 윤리에 대한 토론은 답이 없다. 그래서 답을 한다기보다는 본질에 더 접근한 질문을 다시 찾아봐야 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논의의 범위는 무한히 확장되고, 가장 본질에 접근하는 순간, 예술이 내 삶에 던지는 메시지를 발견하거나 작가가 곧 ‘나’ 임을 인식할 수 있게 된다.


맹인모상.

장님 10명이 코끼리를 만지는데 내가 만진 것이 코끼리라고 우기지(확정하지) 않는다면 10명은 코끼리의 모양새를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해낼 수도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번 아트씨 모임의 발제와 토론은 매우 의미 있었다. 그동안의 시즌에서, 예술 입문자에게 표현의 연습을 하는 시간이었다면 이제 그보다는 조금 더 깊이 예술에 접근해도 좋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새 시즌을 앞두고 새로운 방법으로 클럽을 운영하는 데 있어 훌륭한 사례를 만들어 준 금번 아트씨 모임 참석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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