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에 감동하는가?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_메리 앤 스타니스제프스키>를 읽고

by 르코
[사례]
삼국시대의 세공기술의 정수를 볼 수 있는 [한국의 보물]전(가칭)이 L미술관에서 개막한다. 평소 만나기 힘든 국보급 작품 '금동입불상(가칭)'이 공개된다는 말에 김씨는 전시 개막일에 맞춰 미술관을 찾았다. 교과서에서만 보던 국보급 보물을 눈으로 확인하니 예술품이 주는 아우라에 압도되어 한동안 멍하니 작품을 바라봤다. 며칠 후, 김씨는 친구와 만나 [한국의 보물]전으로 한참 수다를 떨다 친구의 부탁으로 결국 전시를 함께 보기로 했다. 한 달 뒤, 친구와 다시 L미술관을 찾은 김씨는 들뜬 마음으로 전시를 관람했다. 전시에 대한 입소문이 많이 나서 인지 작품 앞에는 사람들로 붐볐다. 한참을 기다려 마주한 금동입불상. 김씨와 최씨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정말 아름답지 않아?"

전시가 종료되고 얼마 후, 김씨는 큐레이터인 지인을 통해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됐다.

"너 그거 알아? [한국의 보물]전에서 공개했던 금동입불상.. 처음 보름 동안만 진품이었고 그 이후부터는 레플리카replica였대.."


1. 우리는 미술관에서 어떤 작품 앞에 머무는가?

미국 샌디에이고 지역의 작은 미술관에서 관람객의 관람 행태를 연구하기 위해 관객이 작품 앞에 머무는 시간을 쉐도잉 리서치를 통해 알아봤다. 결과는 작품당 평균 4초였다. 몇 년 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도 비슷한 조사를 진행했는데 작품당 관람 시간이 평균 0.2초였다. 규모가 크고 작품이 많다는 차이는 있겠지만, 이 결과에 의하면 미술관은 그저 조용하고 새하얀white cube 산책로일 뿐이다. 사람들이 미술관을 찾는 것은 작품을 감상하기 위한 것일까? 아니면 일종의 파노플리 효과panoplie effect일까?

미술관에서 가장 먼저 우리의 선택을 받는 작품은 대중매체를 통해 자주 노출되거나, 책(교과서나 미술사)에 등장했거나, 작품 설명서에 '국보'라고 적혀있거나, 그리고 작가의 대표 작품이라고 브로셔에 적혀있을 확률이 높다. (작품이) 주요하거나, (작가가) 유명하거나, 더 넗게는 미술관 자체의 외부적 요인-제도라는 사회적 검증의 절차를 거친-이 우리의 주체적 감상을 방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떤 경우에는 예술이 그러한 수단으로써 사용될 수 있겠으나, 이로 인해 우리는 많은 경우, 예술이 제공하는 고도의 미적 가치와 엄격하고 급진적인 사회 비판의 메시지를 알아채지 못하게 된다.


2. 미술관에 놓인 것은 모두 예술작품이 될수 있는가?

미술관안경.jpg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에 놓인 안경과 관람객

TJ 카야탄이라는 17세 소년이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바닥에 안경을 놓아두고 작품 설명서를 붙여두고 관람객의 행동을 관찰했다.이런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장난이라니..카야탄은 예술가가 아니라 이 지역에 사는 그저 호기심이 많은 아이일 뿐인데, 미술관을 '놀이터이자 실험실'로 생각할 수 있는 이들의 사고와 문화가 부러울 따름이다. 결과는 위 사진과 같다. 사람들이 모였고 무릎을 꿇고 사진을 찍는 사람까지 등장했다. 책에서 글쓴이는 '일반적으로는 미술가가 창작한 작품은 미술의 여러 제도(화랑, 미술사, 출판, 박물관)를 통해 가치가 증폭된 후에 작품이 된다'라고 서술했다. 미술뿐 아니라 어떤 현상과 사물이든 제도를 통해 경계와 관념이 생겨난다. 미술의 큰 흐름이 주변성을 가지고 변화, 발전하는 것과는 별개로 '감상'은 작품과 관객의 독립적인 관계 맺기가 되어야 한다. 한 개인의 감상에 있어, 제도에 의한 개입이나 이것이 우선하게 된다면 미술관의 모든 것-걸어다니는 사람, 우는 아이, 벽의 페인트 등-을 예술 작품으로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른다.


3. 미술관은 레플리카로 교체된다는 사실을 관람객에게 알려야 할까?

[정의]
레플리카: 원작자가 자신의 작품을 동일한 재료·방법·기술을 이용하여 똑같은 모양과 크기로 원작을 재현하는 것으로, 미술·공예 등의 많은 분야에서 행해진다. 원작자가 직접 만들지 않고 엄격한 감독하에 제작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는 귀중한 작품의 복제를 위해서나 작가의 작품 기술을 습득하기 위한 경우이다. 또 문화재의 형상과 색채를 복원하려는 목적으로 시도되기도 한다. _출처:두산백과

*[사례]에서는 원작자가 아닌 복제 전문가에 의해 만들어진 경우를 예로 듦

김씨는 금동입불상을 보며 원본과 복제품의 차이와는 상관없이 동일한 감동(특정 상황에 대한 가설로써 동일하다고 가정함)을 경험했다. 최씨는 복제품을 보며 마찬가지로 감동을 받았다. 원본은 보름간만 전시된다는 사실을 미술관이 사전에 공지했었더라면 상황은 어떻게 바뀌게 될까? 그리고, 미술관은 관객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하는 것일까?

위 [정의]에 따르면 레플리카의 이용 목적은 작품의 보존, 기술 습득, 복원 세가지이다. [사례]에서는 '보존'에 해당하는 이유로 레플리카를 사용했는데, 교체를 고지한다고 하여 전시의 목적인 대중에게 '알리고 교육하는 것'에 문제가 생기진 않는다. 다만, 유명 작품을 보기 위해 미술관을 찾는 관람객이 대다수인 점을 감안하면, 미술관은 '다수의 향유'라는 대의적 명분으로 합리화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마르셸 뒤샹의 변기, 카야탄의 안경, L미술관의 금동입불상(레플리카)은 무엇이 다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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