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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 Jul 02. 2020

뉴욕 여행,
MoMa가 아닌 MoMath?

큐레이터가 들려주는 전시 이야기 - 미국 뉴욕 수학박물관

1편 - 미국 뉴욕 수학박물관 MoMath 


2019년 1월의 어느 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출근해 개미처럼 일을 하던 2년 차 직장인은 청천벽력 같은 제안을 듣게 된다. 한 해를 겨우 넘긴 주제에 가을에 열릴 전시의 기획을 맡고 싶지 않은지. 아니 대체 어느 회사가 햇병아리에게 몇 억짜리 업무를 주나 했는데 그곳이 내가 있는 여기였다니. 게다가 이미 계획된 주제의 카테고리는 수학과 과학. 같은 피를 나눈 거의 모두가 어문계열 교육자인 집안에서 태어났고 수능을 망치고 재수를 결심하며 뜬금없이 예체능에 뛰어든 나는, 충동적이나 지독한 문과생이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합법적으로(?) 다른 과목보다 수학과 과학을 쉽게 포기할 수 있었고, 교육과정을 마친 후엔 돈 계산도 귀찮아할 정도로 멀리하며 살았건만. 그런 내게 수학과 과학을 주제로 한 전시를 기획해야 하는 위기이자 기회가 생겼다니.


삶을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산을 뛰어넘지 않으면 발전이 없는 고비 같은 게 온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게 이 시점의 내게도 어김없이 적용되는 거였다. 지금의 능선을 넘겠다고 선언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발전이 더딘 인간으로 남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판은 깔렸고, 일은 벌어졌다. 새하얀 백지에서 시작해야 하는 상황. 우선 다른 사례라도 알아야겠다 싶어 가장 자신 있는 리서치부터 뛰어들었다. 국내의 경우, 주로 과학관에서 수학과 관련된 전시가 있었지만 내가 종사하고 있던 기관의 특성을 고려한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다.


한참을 헤매며 수학 전시와 과학 전시의 사이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던 중, 미국 뉴욕에 수학만을 주제로 한 박물관이 있다는 것 아닌가. 직감적으로 또 본능적으로, 이 곳을 가서 전시를 두 눈으로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어쩌면 기회의 땅 미국에서 내가 접하고 싶은 전시물을 직접 체험해보면 신선한 영감이 계시처럼 내릴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고. 그렇게 적금 하나를 해약했다.

2월 27일에 출발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을 결정을 한 건 1월 29일. 바람이 거세고 추운 겨울날이었다.   


M12278278. 뉴욕으로 향하는 내 항공권 번호. 2월 27일 오전 10시 50분에 인천을 출발한 비행기는 2월 27일 오전 10시 50분, JFK 공항에 도착했다. 14시간 비행 일정을 거쳐 나 홀로 뉴욕 여행. 

뉴욕 매디슨 스퀘어 공원 근방에 위치한 MoMath 입구. (19.2.28 기준 전면 수리 중)


무슨 깡으로 혼자 이렇게 겁도 없이 여행을 결정하는지 대체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인지 나조차도 알 수 없지만, 그렇게 티켓을 결제했고 가장 먼저 뉴욕의 수학박물관을 찾아갔다. 구글 지도에 의존하며 찾아간 MoMath는 건물이 전면 수리 중인 터라 Google Map에 코를 박고 있다가 그냥 지나칠 뻔했다. 이 근방이라는데, 대체 어디지? 하면서. 


큐레이터가 들려주는

뉴욕 수학박물관(MoMath)의 전시 관람 포인트 셋-

첫 번째, 

어린이를 포함한 가족 단위 방문객이라면 평일 오전은 피할 것. 주말 방문 추천!

박물관/미술관에서 근무하다보면 들려오는 다양한 민원 중 단체 관람객과 가족 관람객의 마찰 문제가 생각보다 꽤 많다. 특히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의 경우 연령대가 높은 단체와 함께 전시를 관람해야 할 경우 신체적인 부딪힘이 생길 수 있고 이를 신경쓰느라 정신적으로도 피로해지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기관이 단체 관람객의 관람 시간을 지정해 전시를 운영하기 때문에 이러한 점을 미리 확인한다면 불필요한 마찰을 피할 수 있다.

MoMath의 경우에는 9월부터 6월 중 평일에는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School Field Trips 목적의 단체 관람객이 굉장히 많다고 한다. 내가 방문했던 2월 28일 오전 시간에도 꽤 많은 수의 학생들이 체험을 즐기고 있었다. 나이가 어린 자녀와 함께 방문한다면 체구가 큰 학생 관람객에 치여 제대로 체험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미국의 학생들은 굉장히 열심히 때로는 격하게 관람을 즐기고 있었다.

2월 28일 오전, 단체로 방문한 학생들의 관람 모습

MoMath의 웹사이트에서 위와 같은 학생 단체뿐만 아니라 Summer Groups과 Homeschool Field Trips도 받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다양한 연령대의 단체 관람객이 평일 중 방문한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나와 같은 종사자가 체험자의 반응을 관찰하고 시사점을 얻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면 주말 동안 다른 가족 관람객과 함께 즐기는 편이 어린이의 안전 상 그리고 방문 체험의 효율 상 더 낫겠다.

+ MoMath / Field Trip에 관한 정보를 알 수 있는 웹사이트 링크


두 번째, Integrator(체험 안내원) 혹은 키오스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 

방문 당시 전시물이 운영되는 모습을 보고 매우 놀랐다. 

전시물의 체험 방법을 어린이 방문객 옆에서 알려주고 있는 Integrator

방대한 수학 개념 중 이 전시물에서는 어떤 내용에 대한 체험을 할 수 있는지 알려줄 일종의 도슨트 개념의 Integrator(웹사이트 내 명시된 호칭을 따름)가 꽤 많이 배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전시 해설로 관람객과 전시 사이의 소통을 맡은 도슨트가 널리 활용되기 마련이지만, MoMath의 경우 수과학적 배경지식을 공부한 자여야 자원봉사 차원 또는 직업으로서의 Integrator로 채용된다는 것을 웹사이트 내 공고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전시물을 체험하며 호기심이 드는 경우, 노란 상의를 입은 Integrator에게 적극적으로 질문하며 답변을 듣고 체험을 이어간다면 더욱 학구적인 방문 기억을 남길 수 있다.


만약 외국인과의 프리 토킹이 어려울 경우엔 거의 매 전시물 옆에 위치한 키오스크의 내용을 읽어보면 좋다. 아래 사진의 경우, 'Shapes of Space'라는 전시물에서는 무엇을 알고 체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기입되어 있고 다른 전시물에서도 체험에 활용된 수학적 개념의 심화 내용까지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위 전시물에 활용된 수학 개념을 연구한 학자에 대해서 탐구하거나, 한 전시물에 다양한 체험 내용이 포함되어 있을 경우 하나하나 사례를 살펴보며 관람객이 즐긴 체험에 대해 학습할 수 있다. Google 번역 어플 등을 이용하여 화면에 나오는 영문을 사진으로 찍어 국문으로 바뀐 내용을 읽으며 수학 개념을 익혀 전시를 체험한다면 더 다채롭고 뿌듯한 방문으로 남길 수 있을 것이다.

+ 구글 번역 어플 다운로드 링크 (아이폰 / 안드로이드)


세 번째, 웹사이트 내 수학 관련 이벤트를 확인해 더 재밌는 기억을 남겨볼 것!

박물관에 다녀온 후 뉴스레터를 구독하기 시작해 MoMath에서 쏟아지는 메일을 받아보며 이 기관 참 부지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와중에 MoMath friend와 enthusiasts, 이 얼마나 정겨운 관람객 호칭인지!)

MoMath 내에서 기획하는 다양한 이벤트가 저렇게 많다니! 뉴스레터 외 기관의 웹사이트에서 자세한 이벤트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명기되어 있다시피, 초등학교 입학 전의 어린이, 고등학생, 유아 등 다양한 연령을 대상으로 여러 활동이 준비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Paul Zeitz(San Fransisco 대학의 수학과 교수), Brian Hopkins(Saint Peter's 대학의 수학과 교수) 등의 수학 관련 전문가와 함께 하는 수업도 마련되어 있었다.

위 사진에서 보이는 파란 글씨의 링크를 웹사이트 내에서 클릭하면 아래와 같이 이벤트 참가를 신청할 수 있는 창이 나온다. (예시:2월 4일 진행되는 MathPlay)

방문하려는 시간과 여유가 되고 자녀가 수학에 관심이 있다면 위 정보를 활용해 더 야무지게 이벤트에 참여하여 즐거운 방문을 만들어보면 좋겠다. 

+ MoMath / Event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는 웹사이트 링크


수학박물관에 다녀온지 벌써 1년이 훌쩍 넘은 지금, 적금을 털어 떠났던 뉴욕행 비행기에서 박물관 하나 보겠다고 여행을 결정한 게 성급한 건 아니었을까 하며 소심한 마음을 다이어리에 적어내려가던 과거의 나에게 네 선택은 틀리지 않았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한국에 돌아와 실무의 현장에서 힘들고 막막할 때마다 이 짧았던 방문의 기억을 떠올리며 내 전시를 올릴 수 있었고 이런 열정으로 20대의 마지막을 보냈다는 사실에 스스로 굉장히 뿌듯했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내 여행은 거의 이런 식이었다. 두 눈으로 직접 보지 않으면 성에 차지 않는 성격에 무턱대고 끊었던 비행기표가 몇 장이던가. 앞으로 이어질 다음 전시 기행을 통해 때로는 즐겁고, 때로는 대책없고, 때로는 보람찼던 내 걸음의 지난 길을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향후 나의 인생에서 이렇게 재밌는 행보가 차곡차곡 더 쌓이게 되길 간절히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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