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그라인더의 종류와 특징
문득 과연 좋은 커피 그라인더란 어떤 것인가? 하는 물음이 스스로에게 생기더군요. 과거(15년 전)에 오래전부터 바리스타로 일해왔고 커피 프랜차이즈 회사를 거쳐 지금의 커피머신과 그라인더를 수입해서 판매하고 있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필자에게 이 질문은 사실 간단하게 대답하기는 어려운 질문입니다.
그럼에도 커피 그라인더란 장비가 도대체 어떤 장비고 어떤 그라인더가 좋은 그라인더인지 단순하게 이야기하기는 어렵겠지만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선에서 이야기를 하고 싶어 졌습니다.
커피의 세계로 처음 입문하는 사람들에게도, 이미 커피 그라인더를 사용하면서 더 맛있는 커피를 즐기고 싶어 하는 사람들과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면서 고객에게 더 나은 커피를 만들어 제공하고 싶은 샵 오너들에게도 부족하지만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는 커피 그라인더에 대한 가이드가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말이죠.
그래서 커피 그라인더에 대해서 종류는 어떤 것이 있는지, 또 칼날의 종류, 용도의 차이, 등을 알아보고 또 커피 그라인더에 대해 사람들이 갖고 있는 오해와 오류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도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커피 그라인더의 종류와 차이점
커피 그라인더는 간단히 말하면 로스팅(볶은)한 원두를 추출방식에 맞게끔 분쇄를 해주는 도구입니다. 커피를 추출하는 방법과 또 분쇄를 하는 방식에 따라 그라인더는 모양도 다르고 부르는 이름도 제각기 달라지게 되는데요. 커피 그라인더에는 어떤 종류들이 있는지, 또 그에 맞는 추출방법은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1. 핸드 밀(Hand Mill)
맷돌처럼 손으로 직접 칼날을 돌려서 커피를 갈아내는 방식의 수동 그라인더를 말합니다. 커피 그라인더의 최초의 방식, 즉 원조라고 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 옛날 터키 제국(오스만튀르크 제국)이 멸망한 후 유럽 전역을 포함 전 세계로 커피가 퍼져 나간 이후부터 전기가 발명되어 전동 그라인더가 나오기 전까지 커피를 마시기 위해 아주 오랫동안 사용되어왔던 커피 도구가 바로 핸드 밀입니다.
전동 그라인더가 나온 뒤부터는 찾는 사람이 적어 사라질 위기도 있었지만 엔틱 한 디자인과 아담한 사이즈로 소품용으로 구매하거나 아날로그 취향의 사용자들에게는 여전히 꾸준히 사랑받는 아이템이기도 합니다.
보통 핸드 밀은 코니컬이라고 하는 원뿔 형태의 칼날 방식이 많고 재질은 세라믹이나 스테인리스 등 여러 소재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아마도 중세시대에는 쇠를 세밀하게 가공하는 기술이 없어 돌로 된 재질을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맷돌처럼 말이죠.
어쨌든 아담하고 엔틱 한 디자인이긴 하지만 손으로 직접 돌려야 하기 때문에 불편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며 힘이 많이 드는 것 때문에 편리함을 생각하거나 업소용으로 사용할 생각이 있는 분들에게는 핸드 밀은 좋은 경험을 가져다주기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최근에는 일부 커피 매니아들 사이에서 고강도 소재의 칼날을 사용해 균일한 분쇄가 가능하다는 제품들도 있지만 가격도 비싼 편이고 전기를 사용할 수 없는 환경에서 소량으로만 사용하거나 개인적으로 사용할 목적이 아니라면 구매하시기 전에 반드시 위에 언급한 내용을 다시 한번 읽으시고 심사숙고하시길 바랍니다.
2. 에스프레소 전용 그라인더(Espresso Grinder)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기 위한 기구인 에스프레소 머신과 함께 사용되는 장비로 높은 온도와 고압력으로 빠른 시간 내에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커피머신을 위해 아주 고운 입자로 분쇄를 할 수 있는 성능을 갖추고 있는 커피 그라인더입니다.
에스프레소 머신과 그라인더를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에스프레소라는 커피를 이해하고 넘어가야 합니다. 그러나 에스프레소에 대한 이야기(에스프레소도 나중에 다시 한번 다루고 싶다)는 간단하게 이야기할 수 없기 때문에 비교적 잘 설명한 자료가 있어 링크로 대신하겠습니다.
에스프레소라는 커피를 이해하지 못하면 지금부터 이야기할 내용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으니 꼭 한 번 링크된 자료를 읽어보시고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링크:위키백과-에스프레소란?
에스프레소용 그라인더는 높은 압력으로 추출할 수 있는 커피머신에 사용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커피를 매우 가늘게 분쇄할 수 있는 성능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강도 높은 소재를 가지고 날카롭게 연마된 칼날을 사용해서 만들게 됩니다. 전기모터를 사용하여 칼날을 고속으로 회전시키고 그렇게 분쇄된 커피를 밖으로 토출 시켜 이른바"포터 필터"라고 하는 곳에 담아 커피머신에 장착하여 커피를 추출하게 되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가정용에 비해 업소용 그라인더는 칼날의 크기도, 모터의 사양도 크고 내구성이 좋은 부품들을 사용해서 단계별로 만들게 됩니다. 그렇게 만들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업소마다 매일 사용하는 양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규모가 작아 적은 양의 커피를 사용하는 곳과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양의 커피를 갈아내야 하는 대형 샵들이 요구하고 필요로 하는 성능과 내구성이 제각각 다르기 때문에 한 가지 이상의 사양으로 만들게 되는 것이죠.
에스프레소 전용 그라인더는 크게 두 가지 타입으로 방식을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분쇄된 커피가 작은 통(Doser)에 먼저 담겨 있고 통 아래쪽에 달려있는 레버를 잡아당겨 커피를 밖으로 내보내는 "반자동 방식(Manual 혹은 Doser)"과 디지털 타이머를 이용해 사용자가 작동하는 시간을 직접 세팅할 수 있으며 별도의 저장을 하지 않고 그때그때 1회분의 사용량만 바로 밖으로 나오게 하는 "전자동 방식(on Demand 혹은 Electronic)"이 있습니다.
반자동 방식의 그라인더는 분쇄된 커피가 Doser라고 하는 저장공간에 쌓여 있고 doser 아래에 달려있는 레버를 당기면 doser 안에 쌓여있는 일정 양의 커피가 밖으로 나오는 방식입니다. 에스프레소와 에스프레소 머신이 발명되고부터 상당히 오랜 기간 커피 그라인더는 이러한 방식으로 사용되어 왔고 또 이런 방식으로 진화되어 왔습니다.
반자동 그라인더의 가장 큰 장점은 사양에 따라 분쇄되는 커피가 밖으로 토출 되면서 뭉치는 현상이 있는데 Doser 안으로 떨어지면서 뭉쳐있는 커피가 고르게 펴지게 된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뭉치는 현상이 있고 뭉쳐 있는 상태로 에스프레소가 추출되면 좋지 않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현재 바리스타들은 뭉쳐있는 커피를 고르게 펴주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거나 도구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전자동 그라인더가 이미 오래전에 만들어져 사용되고 있었지만 바리스타들에게 큰 관심을 받지 못한 이유 중에 하나도 이 뭉침 현상이 있기 때문에 이런 이유를 생각하면 반자동 그라인더의 장점은 많지는 않아도 확실하긴 한 것 같습니다.
그에 반해 전자동 그라인더는 한 동안 사용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아 왔습니다. 하지만 전자동 그라인더는 시대의 흐름을 타고 커피 그라인더에 대해 과학적인 접근이 가능해지면서 기술의 발달로 성능과 더불어 다양한 편리성까지 장착하게 되면서 현재에 상용되어 있는 하이엔드급의 전자동 그라인더는 반자동 그라인더의 장점을 무시할 정도로 뛰어난 장점과 성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빠르고, 뭉침 현상을 없애고, 편차를 최소화하고, 고른 분쇄가 가능해졌으며 분쇄되는 커피의 온도까지도 제어할 수 있는 그라인더가 상용화되면서 바야흐로 전자동 그라인더의 시대가 활짝 열리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장시간 서서 일하고 바 안에서의 움직임이 많은 바리스타들의 피로도를 줄여 줄 수 있을 만큼 편리해졌다는 것은 최근 전자동 그라인더의 사용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해주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전자동 그라인더는 지금 보다도 더 다양한 성능과 편리성 그리고 뛰어난 디자인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을 것입니다. 최근에 업계에서 들리는 얘기에 따르면 무게를 인식하는 그라인더의 개발이 완료되어 테스트 중에 있다고 하니 어떤 그라인더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지 기대가 됩니다.
3. 드립 전용 그라인더(Drip Grinder)
분쇄된 커피를 종이나 융, 혹은 금속의 재질의 필터에 넣고 뜨거운 물을 위에서 아래로 부어 통과시켜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을 드립 커피(Drip Coffee)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방식에 사용되는 커피를 분쇄해주는 그라인더를 드립 전용 그라인더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다양한 필터 종류들
필터 커피(Filter Coffee)라고도 하며 최근에는 드립 커피의 방식과 도구들이 다양해지면서 정해진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추출해서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드립 그라인더의 종류도 많아지고 발전하고 있습니다.
드립 전용 그라인더에 사용되는 칼날의 종류는 여러 가지가 사용되고 있는데 가정용에서는 코니컬 버가 많이 쓰이고 최근에는 가정용 그라인더에도 플랫 버가 종종 쓰이고 있습니다.
업소용 드립 전용 그라인더는 으깨듯이 갈아주는 "크러싱버"가 많이 사용되었는데 곱고 가늘게 분쇄는 되지 않지만 칼날이 크고 속도가 빠르고 드립 커피용으로 쓰기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초창기 한국에서는 드립 커피를 즐기던 일본의 영향을 받아 일본이나 대만, 중국 등에서 제작한 카피 제품이 국내에 주류를 이루고 사용되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미국이나 유럽의 리테일 그라인더의 용도가 드립 커피까지 확대되면서 드립 전용 그라인더를 별도로 구분해서 쓰지 않고 리테일 그라인더 하나로 쓰는 사용자와 샵이 많아지고 있어 드립 전용 그라인더는 설자리를 잃어갈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크러싱 버의 특성상 에스프레소용으로 가늘게 분쇄가 불가능하고 분쇄된 커피의 입자가 균일하지 못하다는 것과 최근 드립 커피의 방식이 다양해지고 분쇄 입자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다양한 분쇄가 가능한 그라인더가 필요하게 된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4. 리테일 그라인더(Retail Grinder)
드립 전용 그라인더와 비슷한 구조와 형태로 되어 있고 마찬가지로 커피전문점에서 드립 커피를 만드는 데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더치커피나 납품용으로 훨씬 많은 양의 커피를 단 시간에 갈아야 하거나 로스터리 샵에서 원두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원하는 분쇄도로 바로 즉석 해서 갈아 제공할 수 있어야 하는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리테일 그라인더의 분쇄 품질이 우수하다는 것이 알려져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많은 샵에서 싱글 에스프레소와 브루잉 커피용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그라인더 보다 더 큰 사이즈의 칼날을 사용하며 분쇄도를 즉석 해서 손쉽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드립용으로 뿐만 아니라 에스프레소용으로도 분쇄를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칼날의 방식도 드립 전용과는 다르며 칼날 끝이 물방울 모형으로 연마된 플랫 스타일의 "캐스팅버", 극강의 소재를 사용하고 섬세하게 칼날을 연마한 "플랫버" 등 다양한 칼날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내구성을 높이거나 칼날이 쉽게 무뎌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티타늄으로 코팅하기도 하고 칼날의 사이즈도 에스프레소용에 비해 큰 사이즈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대량의 커피를 균일하게 분쇄할 수 있으며 분쇄된 커피의 입자 분포도가 적어 미분이 적다는 것, 그리고 발열이 적은 것 등 아주 많은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이 구매하기에는 만만치 않은 고가의 가격대라는 것이 아쉬운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페셜티 커피를 취급하는 곳이나 커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샵에는 어김없이 하나 씩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리테일 그라인더는 샵 오너와 바리스타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리테일 그라인더의 관심은 앞으로도 식지 않고 계속될 것입니다. 스페셜티 커피를 취급하는 샵뿐만 아니라 납품을 위주로 하는 샵에도 꼭 필요한 아이템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많은 제품도 새로 출시될 것이고 많은 이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는 그라인더가 될 것이라는 것이 커피 읽어주는 남자의 생각입니다.
그라인더에 이야기는 1,2 편으로 나눠서 올리겠습니다. 다음 편은 커피 그라인더의 오해와 오류에 대한 글입니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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