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아는 아직 29개월
채아가 3일 동안 밤에 고열로 시달리고 있다. 주말에 좀 무리했었는지 월요일에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이 편도선이 부어있다고 아마 더 부을 거라고 하시더니 아니나 다를까 3일을 연속으로 밤새 고열이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채아는 기본 체열이 37도가 넘기 때문에 평상시에 38도 정도는 해열제도 안 먹이고 쿨링 시트만 붙여줘도 땀 흘리며 곧 잘 조절하던 아이인데 이번 3일 동안은 37도에서 39.5도까지 순식간에 점프하며 열이 나는 바람에 밤새도록 옷을 벗기고 손수건에 물을 묻혀 온몸을 닦아주며 열을 식히려 잠도 못 자고 새벽까지 간호를 하고 있다.
올봄이 오고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아프지 않아서 이제 면역력이 생겨 이제 쭉 괜찮은가 보다 하고 마눌님이랑 지난 주중에 대화를 주고받은 적이 있는데 말이 씨가 된다고 곧바로 이렇게 아프고 말았다.
아이들은 어렸을 때 병치레를 많이 하면 면역력이 강해져 커서는 병치레가 덜하다고 하니까 그러려니 하려고 해도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힘없이 늘어져 있는 아이를 지켜보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진짜 맴이 찢어진다. 대신 아플 수도 없고... 아직 아기인데 신경 써주지 못한 것 같아서 죄책감이 쓰나미처럼 몰려온다.
그래도 오늘 아침에 다시 병원에 다녀오고 새로 지어온 항생제와 해열제를 먹고 1시간쯤 지나서 좀 괜찮아졌는지 요플레를 먹겠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끄덕끄덕 하는 게 아닌가. 요플레를 시작으로 고구마도 먹고 요구르트도 먹고 계란 프라이도 먹고 짜파게티까지 먹.. 응? 갑자기 엄청... 아무튼 다행이 잘 먹었다.
밥은 잘 먹었지만 아직 열이 잡히지 않아서 아마 오늘 밤이 고비가 될 듯한데 아무래도 새벽 근무 체제로 마눌님과 교대로 밤을 새워야 할 것 같다. 밤잠이 없는 편인 내가 야간에 아이를 보고 초저녁 잠이 많은 마눌님이 먼저 자고 새벽에 일어나 교대로 아이를 돌보는 2교대 자체 육아 돌봄 시스템으로 간호를 해야 할 것 같다.
어린아이가 있는 집은 늘 평온하다가도 순식간에 폭풍전야에 휩싸인다. 아차. 하는 순간에 아이는 컨디션이 급락한다. 환절기라 조심한다고 했는데도 주말에 아이에게는 힘든 일정이었는지 면역력이 떨어졌었나 본데 세심하지 못했다. 앞으로는 조금 더 세심하게 신경 써야지. 오늘 밤에 더욱 신경 써서 정성스럽게 간호해줘야지, 아빠가 채아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정성스런 간호로 보여주겠...
이제 29개월 된 아기니까 아직 세심함이 필요하다. 오늘도 초보아빠의 육아일기는 반성으로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