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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y R Sep 28. 2020

태안 1박 2일 가족 여행

시골밥상, 그리고 몽산포 해수욕장

태안 시골밥상, 그리고 몽산포 해수욕장


주말에 갑자기 맛조개 잡이가 가고 싶다는 생각이 떠올라 꽂히는 바람에 출발한 태안, 가는 길에 점심 먹으러 시골밥상에 들렀다. 소박한 밑반찬과 국만(인당 7천 원)으로도 식사가 가능하다. 우리는 생선구이와 간장게장을 추가로 주문해서 먹었다. 찬들이 모두 정갈하게 나오고 간이 적당해서 좋았다.

추가로 주문한 간장게장이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랐는데 태안에 간장게장집 넘쳐나고  맛집도 많지만 여기 간장게장은 짜지도 않고 비릿함도 없어서 너무 맛있게 먹었다. 그냥 간장 양념에 밥만 비벼도 순삭, 가격도 이 정도면 착하다. 다음에는 간장게장을 먹으러 다시 와야 할 곳.


이곳은 반려동물을 데리고 올 수 있는 전용좌석이 있는데 자리가 많지는 않은 듯 계속 물어보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사장님이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높으신 분이시거나 엄청 똑똑하신 분인 것 같았다. 웬만한 식당에는 반려동물이 입장 금지라 반려동물이 있는 사람들은 외딴 관광지에 이런 식당이 얼마나 반가웠을까.

여름에 오면 해수욕과 조개잡이를 동시에 할 수 있는 게 서해안의 장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여름에는 오지 못했고 추석이 가까워져야 오게 되었다. 바닷바람이 쌀쌀하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 몽산포는 햇살이 가득하고 푸른 하늘이 높은 날이어서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조개를 잡으러 온 여행객들이 꽤 많았다.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이 순간 조금 괴이한 광경이었다.

맛조개는 물때에 맞춰 간조에 들어가 갯벌을 조금씩 파다 보면 타원형, 혹은 열쇠 구멍 같은 모양의 구멍에 소금을 뿌리고 기다린다. 그러다가 조금 있으면 먼저 물을 토해내는 뿜어내고 기다란 몸체가 위로 쑤욱 올라오는데 맛조개가 있는 구멍을 발견했을 때의 희열과 벌 밖으로 튀어나온 조개를 살며시 잡고 뽑아내는 손맛 때문에 해마다 한 번 이상은 찾아오는 것 같다. 그리고 실제로 맛도 좋아 맛조개라고 불리기도 한다.


잘 잡는 요령이라고 하면 삽질을 많이 해야 하는데 일단 한 곳에 깊숙하고 넓게 구덩이를 파주면 주변에 물들이 구덩이로 고이는데 그 후에 구덩이를 중심으로 바깥쪽으로 모종삽을 들고 갯벌을 두툼하게 슬라이스 뜨듯이 파주다 보면 구멍들이 보인다.


처음에는 맛조개가 있는 곳인지, 꽃게가 지나다니는 곳인지 구별이 안되기도 하지만 몇 번 잡아보면 감이 온다. 그리고 빠져들어 한참을 잡다 보면 허리를 비롯해 온몸이 비명을 지르는 것도 모르고 조개잡이에 몰두하게 된다. 그리고 가끔 백합이나 바지락 같은 것들도 걸리기도 하니까 이 재미 또한 쏠쏠하다.


간조를 전후로 2시간씩 4시간은 체취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가 아닌 이상 2시간 하면 허리가 펴지지 않고 다음날 대둔근, 반건양근, 대퇴 이두… 아무튼 허벅지와 엉덩이 주변의 근육이 난리가 나기 때문에 처음이라면 적당히 하는 게 좋다. 물때는 바다 타임이라고 포털에 검색하면 지역별 물 때가 나오니까 언제든지 편리하게 확인할 수 있다.


기억할 텐데 태안은 2007년 서해안에서 사고가 나서 1만 킬로가 넘는 원유가 유출되어 서해안 일대의 해안 생태계가 오염되었던 최악의 일이 있었다. 이후 한 동안 서해안이 복구가 될 수 있을지 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로 처참했지만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대자연의 은혜로 어느새 서해안 갯벌은 자연생물이 가득하고 안전해 아이들과 함께 하기에는 최적의 관광지가 되어 돌아왔다.

잡은 조개는 해감이 안돼서 미리 준비해가지고 간 전어와, 조개, 돼지고기를 맛있게 바비큐로 먹고 다음날 아침, 대둔근과 반건양근, 그리고 대퇴 이두가 비명을 질렀지만 이렇게 좋은 날씨가 너무 귀해 며칠 더 있다가 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현실에 쌓여있는 일들을 처리하기 위해 일단 일상으로 복귀하기로 하고 아쉬움을 뒤로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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