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이는 겁이 많은 아이라 케이지 안에 있는 게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고 쉼터 자원봉사자가 조언해줘서 한 동안 안방에 자리를 잡고 케이지 안에 쿠션과 담요를 깔고 놔주었다. 그리고 경계심을 낮춰주기 위해 아는 척하지 말고 당분간 밥하고 물만 챙겨주라고 해서 한 동안 그렇게 했던 것 같다.
지금도 그렇지만 누가 쳐다보거나 앞에 있으면 밥을 먹지 않을 정도로 경계심이 높은 아이라 주변에 아무도 없어야 한참 뒤에 몰래 나와(네발이 다 나오려고도 안 해서 케이지 바로 앞에 밥그릇을 놔줘야 함) 먹고 다시 들어갔다.
집에 천방지축 6세 여자아이가 있어서 그런지 한참이 지나도 좀처럼 케이지 밖으로 나올 생각을 안 하길래 좀 더 우리와 적응력을 높여주기 위해 아내와 상의해서 해가 잘 드는 거실 창가로 옮겨주었다. 그런데 좋은 방법은 아니었는지 가족들이 거실에 생활하니까 아예 케이지 밖으로 나오지 않고 모두 방으로 들어가는 밤이 되어서야 잠깐 나와 밥을 먹고 물을 마시고 다시 들어가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얼마간 지나니까 조금은 편해졌는지 케이지 안에서는 옆으로 누워서 편안한 자세로 누워있을 정도까지는 되었다. 우리도 있는 듯 없는 듯하는 콩이가 신경은 쓰였지만 억지로 케이지 밖으로 나오게 하려고 들면 그 자리에서 오줌을 싸고 사시나무 떨듯 떨며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 때문에 그냥 그대로 놔둘 수밖에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배변이었다. 지금껏 실내에서 생활을 한 번도 해본 적 없고 패드도 전혀 모르는 아이라 집에서는 그냥 참고 참다가 급해서 아무 데나 볼일을 봤다. 함께 지내기 위해서는 실내 배변을 가르쳐야 하고 당분간(중성화 수술 전까지)은 산책도 시키지 말라는 쉼터의 조언에 따라 참다가 아무 데나 배변을 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오래 참으면 4-5일씩 참는데 패드를 깔아줘도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콩이는 패드를 이용하지 못했다.
잘하지 못한다는 것을 아는 것일까? 배변을 실수할 때마다 콩이의 표정은 더욱 기가 죽어 보이고 슬퍼 보였다. 그리고 그렇게 오래 참으면 신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말라는 쉼터의 조언이 있었지만 밖으로 데리고 나가기로 하고 케이지(중형견용이라 꽤 크다)째로 들어서 집 앞에 화단으로 데리고 가 볼일을 보게 해 줬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