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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y R May 22. 2016

스타벅스 커피 얼음 논란

커피 원가, 전쟁의 서막 1

지난 5월 초, 커피업계에는 이슈가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스타벅의 아이스커피 메뉴에 커피보다 얼음의 양이 더 많아 소비자를 속였다며 미국 일리노이주에 거주하는 스테이시 핀커스라는 여성이 스타벅스를 상대로 57억(500만 달러) 원짜리 소송을 제기한 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된 일 일까요?  일단 관련 기사를 링크합니다.


관련기사 참고:

http://www.viva100.com/main/view.php?key=20160502010000569

스타벅스는 이에 대해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는데 이 기사의 외면과는 달리 이면에 숨겨진 한잔의 커피에 대한 이야기를 살펴보겠습니다.


아이스커피의 용량에 얼음을 포함시켜야 하는 걸까?  


먼저 우리가 사 먹는 한 잔의 커피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경우 에스프레소를 기준으로 물과 적당한 비율로 섞고 얼음을 추가해서 만듭니다. 보통 16oz(1oz는 30ml) 페트 컵이 레귤러 사이즈로 쓰이며 저가 커피를 제외하고 2500원에서 5000원 미만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그럼 원가를 계산하기 위해 원재료를 나열해보면,  에스프레소 + 물 + 얼음 + 테이크아웃 용기(페트 컵, 뚜껑, 스트로 포함) 중에 물과 얼음은 원가화 하기가 까다롭기 때문에 에스프레소와 테이크아웃 용기만을 원가에 포함시켜서 계산하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럼 에스프레소 1샷(2샷을 넣어주는 곳도 많습니다.)을 기준으로 에스프레소 원가와 테이크아웃 용기의 원가는 얼마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에스프레소 1샷은 원두 7g-9g을 곱게 갈아서 에스프레소 머신에 투입해서 추출합니다. 그럼 원두 7-9g은 얼마일까요? 원두커피의 가격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대략적으로 계산해보겠습니다. 1kg(1000g) 로스팅이 된 원두를 30,000원에 납품받았다면 1g의 원두는 30원이 원가입니다. 


그럼 7-9g이 쓰였다면 210원~270원이 에스프레소 1샷의 원가가 됩니다. 그다음인 테이크아웃 용기(컵, 뚜껑, 스트로, 종이컵홀더)의 원가는 얼마일까요?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서 알아보았더니 대부분 100개에서 1000개 단위로만 판매하고 있었고 개당 단가는 컵은 50원, 뚜껑은 25원, 스트로는 개별 포장된 것이 10원, 종이컵 홀더는 17원 정도입니다. 


그럼 총합계는 에스프레소 210~270원 + 컵 50원 + 뚜껑 25원 + 스트로 10원 + 종이컵 홀더 17원=312~372원이 제품의 원가가 되겠습니다. 그럼 아메리카노를 아무리 싸게 팔아도 제품 원가에 비해 마진율이 엄청 크기 때문에 커피전문점을 운영하시는 분들은 모두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일까요? 모두 부자가 되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커피 한 잔의 가격에는 커피 원재료의 가격뿐만 아니라 다양한 비용(초기 투자비용, 임대료, 인건비, 재료비, 소모품비, 수도세, 전기세, 인터넷, 등등)을 계산해서 포함시켜야 하는데 단순히 재료비의 원가만을 따져서 계산해서 마치 커피전문점의 점주가 폭리를 취하는 것처럼 언론과 미디어는 꽤 자주, 심심풀이 오징어처럼 잊힐만하면 꺼내 들어 왜곡된 보도를 합니다. 


그러므로 커피 한 잔의 원가에는 원재료의 매입 가격과 각 가게마다의 사정에 따라 책정되는 것이라고 알아두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니 얼음을 많이 넣었다고 폭리를 취하는 것 아니냐고 따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스타벅스는 정말 아무런 잘못이 없는 것일까?



스타벅스의 어이없다는 반응의 이면에는 두 가지가 논리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아이스음료에 얼음을 빼면 아이스음료로서의 정체성이 없어진다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한 여름에 아주 차갑게 마실 수 있는 아이스커피를 원하지 미지근한 커피를 원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스음료에 얼음을 채워 넣는 것을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용량의 표시에 대해서 법적 기준에 대해서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스타벅스의 메뉴판에는 음료의 총 제공량만을 표시하고 있고, 개별적인 원재료에 대해서는 고시하고 있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럴 의무가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표시한다고 해도 매번 메뉴를 제조할 때 계량을 해서 만드는 일은 쉽지도 않고 그걸 법제화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 이유는 법제화하게 되면 스타벅스에게만 적용할 수 없고 모든 커피와 음식을 만들어 파는 곳에 적용되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스타벅스 같은 커다란 기업은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가능할지 모르지만 작은 기업이나 개인이 운영하는 영세한 곳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이번 소송에서 스타벅스는 본인들의 레시피대로 정확한 용량을 지키고 제조하고 있는지 밝혀야 하고 검증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로 인해 곤욕을 치르게 될지도 모르는 것이고 결국 소송의 승패 여부에 관계없이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이건 주가가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이 갈 것을 염려해 정확한 메뉴의 용량을 고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아마 한국은 그렇지 않겠지만) 


그렇다면 스타벅스는 또다시 업계의 프런티어라는 수식어를 재확인하게 되어 위기를 기회로 삼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리고 또 소송을 제기한 당사자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열심히 스타벅스 커피를 다시 사 먹어 줄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소비자의 정당한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부당하다고 생각되어지는 것들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고 보상받기 위해서 소송을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조금만 넓게 생각해본다면 그로 인해서 다른 한쪽에서는 피해받는 사람이 생겨나고 그 사람이 내 주위에 가까운 사람이라면 나의 권익을 위한다는 것이 결국 나만을 위한 이기적인 모습이 되어버리는 것은 아닐까요?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이슈에 우리는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하고 판단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 아닌지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원가만을 따지지 않고 가치를 따지는 세상을 지향하기를 바라며


저는 늘 세상에 일어나는 일들은 양면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이 개인을 위한 일이 모두를 위하는 일이 될 수도 없고 또 다수를 위하는 일이 모두를 위하는 일이 될 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대화하고 협의하고 조율하고 나누고 타협합니다. 


나를 생각하는 일이 나만을 생각하지 않게 되고 우리를 생각하는 일이 너희들의 반대말이 아니고 모두를 생각하는 일이 되는 세상을 생각해봅니다. 그렇게 맛있는 커피 한 잔이 가치 있게 소비되는 날을 꿈 꾸어 봅니다.


커피 읽어주는 남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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