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사랑 이젠 안녕

Goodbye to Romance

by 글싸라기

2-11화 (마지막화) 내사랑 이젠 안녕.


“은정 씨 괜찮아요?”

긴 이야기를 마친 은정의 뒷모습이 다소 떨리는 것을 눈치챈 선우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다가갔다. 아니나 다를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하지만 입가에는 따뜻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네, 괜찮아요. 오랜만에 아빠를 생각하니 좀 울컥했네요.”

“먼저 원고를 읽고 왔지만 직접 들으니 저도 마음이 먹먹합니다. 이런 일들이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는 게.”

은정이 언제 그랬냐는 듯 눈물을 훔치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선우를 바라봤다.

“나, 울면 안 돼요. 아빠랑 약속했거든요. 이제 저녁도 다 됐는데, 부대찌개에 소주 한 잔 어때요?”

당황스러운 식사 초대였다. 그것도 이렇게 먹먹한 과거를 말하고 있는 여자와 그 이야기를 들은 내가 하하 호호 하며 소주잔을 기울이다니, 선우는 그다지 내키지는 않았지만 마다 할 정도는 아니었다.

“부대찌개에 소주 한 잔이라.. 오늘 작가님이랑 풀코스로 가는데요?”

“뭐 어때요 괜찮아요. 부대찌개는 전문 요리사가 직접 와서 해 주실 테니까요.”

“전문 요리사요?”

“네, 우리 엄마요.”

“네? 어머니가 오신다구요?”

“제가 쓴 글을 읽어보시고는 괜한 짓거리를 했다고 하셨지만 사실 내심 좋아하셨답니다. 아빠를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으니까요. 우리 엄마가 제일 잘 하는 게 부대찌개거든요. 아빠도 유일하게 부대찌개만큼은 인정하신 요리입니다.”

“아, 하하.”

은정이 주방에서 냄비에 물을 올리고 재료 준비를 하던 중, 초인종이 울렸고 잠시 후 한 여인이 거실로 들어섰다.

“엄마 오셨어요? 편집장님 오셨어요.”

비교적 아담한 체구의 은미가 부드러운 미소로 선우에게 인사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어머님. 반갑습니다. 이렇게 직접 뵙다니...”

“상상했던 것과 많이 다르죠?”

“아니요, 그런 뜻이 아니라 신기해서요. 좀 전까지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아, 그러셨군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저녁 금방 됩니다.”

은미는 겉옷을 벗은 뒤 팔을 걷고서 주방으로 들어갔다. 선우는 은정에게 다가가서 귓속말을 했다.

“어머님 건강은 이제 괜찮으신 거죠?”

“네, 아빠 덕분에요. 아빠를 생각해서라도 건강하셔야 된다고 늘 입버릇처럼 말씀하시거든요.”

주방에서는 어느덧 햄과 소시지가 잘 어우러진 제법 얼큰한 냄새가 진동했다.

“자, 이리 오세요. 차린 건 없지만 맛있게 드세요.”

먹음직스러운 부대찌개와 각종 밑반찬 그리고 김치가 정갈하게 차려져 있었고, 은정이 냉장고에서 소주를 꺼내서 식탁에 올려두자 은미가 한마디 했다.

“넌 술 마시면 안 되는 애가 이젠 소주까지 마시니?”

“엄마 표 부대찌개잖아. 그리고 오늘은 좀 특별한 날이라서 그래요. 아빠가 이 음식을 얼마나 좋아했어. 오늘만 봐줘요.”

“으이구 아빠 핑계는... 오늘만이야.”

“알았어요.”

“편집장님 제가 한잔 드려도 될까요?

“네 감사합니다.”

“엄마는? 엄마도 한 잔?”

“그래 딱 한 잔만 하자. 네 말대로 아빠 생각하면서 건배할까?”

“좋아요!”

“사랑하는 우리...”

“봉봉이를 위해서!”

“너 버릇없이..”

“하하하.”

“호호.”

세 사람이 함께한 저녁식사 자리는 평소 찬혁이 그토록 바라던 밝은 웃음소리와 따뜻한 분위기가 넘치는 따뜻한 시간이었다. 이때 거실 창밖으로 알 수 없는 새 한 마리가 휘파람을 불며 스쳐 지나가자, 예쁜 리본을 달고 있는 곰 인형이 미소를 지은 채 날아가는 새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지개색 머플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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