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노비라는 제도가 존재한 적이 있었다. 요즘은 어떤가? 형태만 바뀌었을 뿐 오늘날에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곳이 바로 직장이다. 상하관계가 존재하고, 자신의 속마음과 다르게 윗사람 눈치를 보며 아부도 조금은 떨고 눈치껏 행동해야 도태되지 않고 그 무리에서 살아남기 때문이다. 오히려 예전의 노비보다 어떤 면에서는 지독한 단체가 아닌가 말이다. 자신을 죽이다 못해 자존감까지 무너뜨리면서도 살아가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오늘도 “나”라는 존재는 없는 곳. 그곳이 바로 직장이다. 필자의 전 직장 예를 들어보겠다.
중소기업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소기업인 이곳은 직원이 7명인 가족 같은 직장이었다. 직장 내 분위기도 말 그대로 가족 같은 분위기로 굳이 나쁘게 표현하자면 직장 분위기보다는 내키지 않아도 웃어야 하고 먹기 싫은 술도 같이 먹고 어울리며 거짓 웃음이라도 지어야 하는 그런 곳이었다. 그런 곳이었기에 입사 3개월 동안은 억지로라도 그런 분위기에 동참을 했지만 억지로 해야만 하는 것이 얼마나 가겠는가. 혹자는 나보고 철이 덜 들었다라거나 직장생활이 원래 그런 거지 호강에 겨운 소리를 늘어놓는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무슨 일이든지 당사자가 아니면 함부로 단정 짓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결국 나는 4개월째 되는 달에 결심을 했다. 개인 사정으로 회식이나 술자리에 참석이 곤란할 경우에는 거침없이 거부를 했으며, 나 자신의 발전을 위하여 담배도 끊을 결심을 하고 쉬는 시간에는 독서를 하게 되는 시간이 잦다 보니 동료들의 수근 거림이 느껴질 만큼 커졌고, 그 분위기는 점점 냉랭하고 차가워졌으며 어느 날엔가 회식 통보 자체도 전달해주지 않거나 같은 작업을 하더라도 작업시간에 대한 기준을 유독 나에게만 타이트하게 적용하는 등 차별이 점점 심해졌다. 한마디로 외톨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차별은 점점 심해졌으며, 드디어 작성한 지 얼마 안 된 근로계약서까지 들이밀면서 본인들이 작성하고 도장까지 찍은 것까지도 무효로 하겠다고 하며 낮은 금액으로 다시 계약서를 작성하자고 협박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나는 물론 거부를 했지만 막무가내로 시간마다 새로운 계약서를 면전에 들이밀고 괴롭혔다. 그냥 퇴사하라는 것이었다. 결국 높은 언성이 오고 가는 상황과 시끄러운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고 합의하에 퇴사를 하였다. 이렇듯 중소기업 공장의 실태는 자신의 생각과 주장은 물론 직급이 우위에 있는 사람들의 분위기나 마음에 들기 위해 원하지도 않는 행동까지 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중소기업이든 대기업이든 먹고 살아가려면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이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살아가더라도 대책은 있어야 하지 않은가? 늙어서 정년퇴직할 때까지 그렇게 살아가는 게 맞는 것인가? 그렇게 살아가면서 술과 담배로 위안 삼는 것이 어쩔 수 없는 것이며 남들처럼 사는 것이기에 당당한 것인가? 그렇게 평생을 자존심과 영혼까지 팔아가며 훗날 '나는 평생을 근면 성실하게 스스로를 인내하고 이겨냈다.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라고 하면 후회 없는 인생이라고 자신하는가? 그렇게 회사를 다니는 동안 그 많은 스트레스와 그것을 이겨내려고 술, 담배를 해온 덕분에 병에 걸려 저 세상으로 먼저 떠나거나 아니면 병원에서 기나긴 투병생활을 안 하는 것만도 다행히 아닐까 생각한다.
위의 내용은 필자가 겪은 불합리하고 억울한 일들 중에 가장 낮은 수위였다. 근로기준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의 약점을 빌미로 약속을 어기거나 모르쇠로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변칙적으로 적용하여 운영하는 회사가 아직도 태반이다. 실상이 이러한데도 술이 달고 담배가 위안이 되는가? 이제 적어도 나 자신의 자존감을 찾고 부조리한 노동현실에 억울함이 없도록 나 스스로 당장의 달콤한 노예의 본능으로부터 멀어지려 노력하고 미래를 준비하는데 온 힘을 다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