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ocker 9화.

9화 악마에게 영혼을 팔다.

by 글싸라기

날이 갈수록 가요계의 혁명은 점점 더 거세게 휘몰아쳤다. 모든 장르의 음악의 중간 간주에는 기타 애드립이 들어갈 파트에 랩이 자리 잡았다. 심지어 발라드에까지...

랩이 등장하기 전에 나는 기타 애드립이 난무하던 락음악에 불만이 많았다. 반드시 필요할 때만 그리고 곡에 대한 충실하고도 집중되어 있는 기타리스트가 네 마디가 되었건 스무 마디가 되었건 간에 정말 애드립 다운 애드립이 삽입되어야 하는데 무의미하고 무미건조하게 형식적으로 마디 수만 채우기 위한 형식적인 속주만으로 마치 음식에 양념을 필요 이상으로 과하게 첨가된 것처럼 매우 껄끄럽고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그렇게 뭔가 잘못되어가는 것들이 바뀌기는커녕 그 자리를 랩이라는 테크닉이 바꿔치기하고 자리를 잡은 것으로 생각한 것이었다.

이러한 음악시장과 국내의 변화에 의기소침해지고 불만만 늘어갔다. 게다가 노래방이라는 문화가 밤무대에까지 영향을 줬다. 많은 연주자들이 반주기계에 밀려서 그나마 연명하던 일자리까지 없어지고 말았다. 이 시기에 나는 도라에몽이 소개해 준 스탠드바에서 일당 3만원을 받아 가며 악기 연주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반드시 다시 올 기회를 믿고 밤무대에서 연주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가족들이 다시 인천에 모여서 살기 시작했다. 보수적인 형의 성격이 현실적으로 도움이 돼서인지 이직을 하지 않고 한 직장에 오래 다니게 되면서 조금은 형편이 나아진 것이다. 오후 5시 부평에서 1호선을 타고 광명시까지 이동하면서 택시를 타야 했고 가죽케이스로 된 베이스 소프트 케이스를 뒷자리에 밀어 넣고 앞자리에 몸을 싣고서 주머니에서 캡틴 큐를 꺼내어 뚜껑을 돌려서 따내고는 거침없이 절반쯤을 목구멍으로 흘려보낸다. 그렇게 생소한 모습을 택시운전사가 놀란 눈으로 지켜보더니 한마디 꺼낸다.

"와 대단하십니다...."

택시 기사의 칭찬 같지만 왠지 퉁명스러운 말투에 나는 심드렁해져서 택시 기사의 얼굴도 쳐다보지 않고 대꾸한다.

"뭐가요?"

"악기를 보니 음악 하시는 분 같은데... 이른 시간부터 술을.... 멋져 보이시네요. 근데 속은 괜찮으세요? 그렇게 깡으로..."

"뭐 하루 이틀도 아닌데요 뭘.. 하안동으로 가주세요."

나 역시 그다지 친절하지 않은 말투가 나오다 보니 택시 기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차를 출발시킨다.

달리는 차창을 내리고 바람을 맞아본다. 시원한 바람과 해 질 녘 노을이 슬프도록 아름답다. 연락이 끊긴 철이와 매일 밤 술에 찌들어가는 자신을 생각하니 마음속이 답답해진다. 다시 한 모금을 들이켠다.목구멍부터 식도로 흘러들어가는 알코올이 불기둥을 뿜으며 목젖을 자극한다. 그래도 이렇게 술이라도 밀어 넣으니 답답한 마음이 조금은 후련해진다. 저녁 7시부터 자정까지 술에 취한 사람들이 흥에 겨워 부르는 노래에 맞춰서 반주를 해주고 아침까지 연주자들과 술판을 벌이고, 새벽이 돼서야 출근하는 사람들 사이를 거꾸로 거슬러가며 술에 취한 나의 발걸음은 집으로 향한다. 그렇게 나의 꿈은 위태롭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오래된 가정 주택 아래의 반지하. 큰 방 하나 작은방 하나로 이루어진 집. 고개를 숙이며 집으로 들어선다. 검은색 연탄 사이사이에 거미줄이 늘어져있다. 안방인 큰 방을 지나서 오래되다 못해 뻣뻣해진 장판이 바닥에 깔려있는 어두운 골목 같은 작은방으로 간다.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눅눅하며 습한 묘지 같은 작은방 입구. 작은방 입구를 합판으로 만들어진 문이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열린다. 당장 쓸 물건이 아닌 것들로 방의 절반이 채워져있고 오래된 밥상을 책상처럼 쓰고 있으며 이부자리는 어젯밤에 일어난 모양 그대로 널브러져 있다. 무거운 베이스 소프트 케이스를 바닥 구석에 밀쳐놓고 털썩 주저앉는다.

"시부럴....이대로 끝나는 것인가?"

의미 없는 혼잣말을 내뱉으며 술에 절어버린 입술에 담배를 가져가 어금니로 필터를 깨물어서 문다. 찌릿한 니콘틴의 쓴맛이 어금니를 타고 혀 가장자리부터 혀끝으로 전해진다. 한숨을 닮은 하얀 담배연기가 무덤같이 어두운 방안 위로 물감이 번지듯이 퍼져간다. 두 손을 뒤로 뻗어서 바닥에 기대고 고개를 숙이자 눈앞이 흐릿해진다.

"음악으로 성공해야 해... 난 세계 최고의 베이시스트가 될 거야!"

그렇게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리고 굳게 다문 입술을 대신하여 가슴속으로 외쳤다. 철이는 음악을 그만두었고 음향 공부에 열심이라고 전해왔으며, 국내 음악시장은 락밴드의 편이 아니었고, 집안은 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가난과 빚에 허덕였다. 무겁게 상체를 일으켜 세우고는 하얀 초 두 개를 꺼내어 밥상 위 가장자리에 하나씩 불을 붙여서 세워두었다. 고개를 숙인 채 눈을 힘주어 뜬 상태로 저주 같은 주문을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린다.

"내... 영혼을 바칩니다. 내 영혼을 가져가소서.... 대신 세계 최고의 음악가로! 세계 최고의 베이시스트로 만들어 주소서. 그렇게 만 된다면 영혼과 더불어 어떤 댓가를 치루더라도 원망하지 않겠습니다."

그러고는 이내 양쪽 집게손가락을 들어서 하늘을 향해 들어 올린다. 낭떠러지에 선 매마른 영혼의 몸부림이자 악마와의 거래를 위한 슬픈 마지막 선택을 하며 기절을 하듯이 바닥에 쓰러지고 만다. 방안에는 두 자루의 촛불만이 어둠 속에 소진된 영혼을 비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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