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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싸라기 Mar 12. 2023

글쓰기를 하면 좋은점.


아주 오래전 National Velvet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아무리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해도 기억하기 힘든 영화일 것이다. 영화 평론가들도 알고 있기가 쉽지 않을, 그런 오래된 영화이다. 주인공은 엘리자베스 테일러.주인공 이름만으로도 오랜 된 영화라고 생각하겠지만 그중에서도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어릴 적에 데뷔한 작품이니 아주아주 오래된 영화다. 영화 줄거리는 한 소녀와 한 마리 경주마와의 애틋한 사랑을 그려낸 스토리인데, 내 나이 20대일 때 우연히 TV에서 보고는 스토리와 영상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때 그 영화를 잊기 싫어서 글로 남기고 싶은 충동을 처음으로 느꼈다.

A4용지를 꺼내서 연필을 쥐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두 줄 정도 쓰다가 막혀버리고는 글쓰기를 한참 동안 잊어버리고 살았다. 오랫동안 글쓰기를 쉽게 잊어버리고 다시 실행하지 못하는 이유를 최근 들어서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무슨 일이든지 그렇지만 모든 일에 있어서 꾸준히 유지될 수 있는 것은 금방 식어버리는 열정도 아니고, 상황에 따라서 변할 수 있는 동기부여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간절함이다.


모두가 입버릇처럼 동기부여와 열정을 성공의 필수 요소로 말한다. 그러나 작은 일이든 큰일이든 꾸준함이 결여되어 지속할 수 없다면 결국 최종 목적지인 성공에 이를 수 없게 된다. 처음에 글을 쓰기 위해 펜을 잡았다가 포기를 하게 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였던 것이다. 왜 그 영화를 글로 남겨야 하는지 정확한 목적도 없었으며, 글을 쓰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함도 없었던 것이다. 그 글을 쓰지 않아도 누군가에게 야단을 맞거나, 기한 내에 쓰지 않는다고 해서 먹고사는데 지장이 생긴다든지 혹은 이것만이 유일한 생업이라는 절박함이 없던 것이다.


그러면 지금은 어떠한가.

한마디로 절박하다 못해서 매일이 후회의 연속이다. 그동안 무엇을 하고 살았는지 자신이 미워질 지경이다. 이런 반성은 책을 읽을 때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독서를 단순히 지식을 얻는 행위라고만 생각했었고, 나와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책은 거들떠도 보지 않고 지낸 오랜 시간을 허송세월 했었다. 이제는 아무리 피곤해도 하루에 한 장이라도 읽고 자려고 애를 쓰면서 느끼는 점 하나는 지식도 중요하지만 더욱 크게 느끼는 것은 독서를 하면 할수록 나 자신 스스로의 부족함을 깨닫게 해준다는 것이다. 후회와 함께 감사함을 느끼는 순간이다. 최소한 죽기 전에 깨닫게 된 것에 대한 감사다. 한평생을 책 사는 돈으로 술을 사 먹는 게 낫다고 생각했던 이 중년 사내의 조그만 경차와 머리맡에는 이제 책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목표는 뚜렷하다. 소설가 되는 것 그것도 많은 사람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는 그래서 영화나 드라마로도 제작이 되는 그런 소설가가 목표다. 이렇게 늦게 시작한 독서와 글쓰기를 하면서 혹시라도 나와 같은 사람이 있다면 꼭 해주고픈 이야기가 있어서 몇 자 적어보기로 했다.


머리가 정리된다.

오래전 나와 같이 글쓰기와는 전혀 무관한 사람이 글을 쓰기 시작하면 눈앞이 막막해진다.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처음부터 막힌다. 당연한 결과다. 글을 쓰다는 것은 뇌의 근육을 키우는 일인데 운동을 안 하던 사람이 갑자기 운동기구 앞에 섰으니 막막한 것과 같은 이유다. 이렇게 막막할 때는 운동할 때와 똑같이 걷기부터 하는 것이다. 즉 일기를 써도 좋고 독후감도 좋은 방법이다. 그렇게 쓰다가보면 상상력의 힘이 길러지면서 에세이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처음으로 드는 생각이 "어? 내가 생각을 하고 있네?"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냥 생각이 아닌 생각을 하고 정리를 하게 되는 것이다. 머릿속에서 정리를 하지 않고는 스토리를 이어나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처럼 말이다. 지금도 나는 아직 배울 것도 많고 필력도 낮아서 부끄럽지만 그래도 처음 블로그에 글을 올린 것을 보면 지금과는 대조적이다. 부끄러울 정도로 지금보다는 미숙했다. 그러나 나는 창피함보다는 나름 대견하다고 생각한다. 그때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고, 앞으로의 내가 있을 테니까 말이다.


생각이 풍부해지고,성숙해 진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느끼는 변화 중에 또 한 가지는 생각의 폭과 양이 넓어짐을 느끼는 것이다. 글쓰기 전에는 일차원적인 사고나 본능적인 욕구에만 관심이 집중되다 보니, 사고 자체가 단순하고 깊이가 없었다. 그러나, 글을 쓰면서 더 잘 쓰고 싶은 생각과 이왕이면 다른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고 나아가서는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멋진 글을 쓰고 싶은 욕구가 생기면서 두뇌는 그것에 맞추어서 매우 활발하게 작동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산책처럼 걸으면서 생각을 하게 되면 자신도 놀랄만한 아이디어도 떠오르며 다양한 각도로도 사물을 생각하고 느끼게 되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독서에서 필요한 양분을 얻고 사색을 통하여 근사한 재료를 얻어서 멋들어지고 맛깔난 단어와 문장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놀라운 점은 글 쓰다 보면 자신을 객관화하게 되고 자신과 대화를 시도하게 된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지난 시간들 속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과의 허물없는 대화. 사상가들만이 자신과의 대화가 가능한 것이 아니다. 자신과의 진솔한 대화가 많아지고 스스로 택한 고독 속에서 자신과의 대화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 된다. 자신과의 진솔한 대화 없이는 만족할 만한 글은 절대로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글쓰기는 과거의 나와의 화해이며, 현재의 나에 대한 사랑이다.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고, 표현력이 발달한다.

바쁘게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사소한 바람결에 나부끼는 나뭇가지들. 도로 위의 차가 지나가며 내는 소음과 공사하느라 끊긴 인도 위의 보도블럭의 짜증스러움 등.

살아가면서 보이는 수많은 의미 없는듯한 풍경이나 짜증스러운 상황들... 과연 글을 쓰기 전과 후는 이런 일상들이 어떻게 달라져 보일 수 있을까?

흔하게 보는 풍경이나 여러 가지 일상의 상황들에 대해서 다양하고도 여러 가지 각도에서 관찰하게 되고 집중을 하게 된다. 이전에는 자기중심적으로만 보거나 느꼈다면 이제는 제3자 입장에서 느끼고 보게 되며, 무의미하거나 무생물에 대해서도 철학적으로 접근하거나, 인디언 신화처럼 의미나 생명력을 부여하여 표현하게 되는 것이다. 좋은 글에는 인간의 5감이 표현되어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야기 흐름 안에 상황이나 등장인물의 감정이나 움직임 등에 대해서 적절하면서도 간결한 5감의 표현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생동감과 글에 대한 매력에 빠지게 만든다. 물론 작가의 개성이나 추구하는 바에 따라서 다양하게 표현된다. 이렇듯 독서와 산책과 여행으로 인풋이 이루어지고 자신과의 대화와 명상 등으로 깊이와 폭을 넓히는 작업의 결과물이 글쓰기이다. 모든 성공의 기초는 독서이며, 성공의 확신은 글쓰기부터 시작된다.





(글을 마치며)


 매일매일 죽어라.

이 소제목은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다. 인간은 항상 더 나은 미래를 지향한다. 계획을 세우고 미래의 성공하는 자신을 그리며, 희망 속에서 하루하루를 꿈꾸며 살아간다. 어쩌면 삶의 원동력이 된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한 모습이다. 그러나 인간의 욕심은 그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도 모르게 현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허황된 것만을 쫓게 된다.자신에게 자문해 보라. 나는 내일을 아는가? 아니 몇 시간 뒤의 일을 아는가? 흔히들 한치도 모르는 인간이라는 표현을 한다. 백 년도 못 살면서 천년을 바라는 인간. 희망과 욕심은 분명 다르다 그 점을 알아야 한다.


우리도 언젠가는 죽는다. 이러한 분명한 명제를 인식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자신 안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숙연하다 못해서 차분해지면서 무리한 계획이나 욕심이 사라지고 오로지 오늘 하루 바로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우리들은 평소에 시간을 물 쓰듯이 쓴다. 당연히 나중은 또 있을 것이고 내일을 올 테니까.하루 동안 일과를 마치고 잔뜩 쌓인 스트레스 때문에 또는 보상심리 때문에 음주로 즐기고, 여가시간을 TV 시청이나 온라인게임을 한다. 심지어 출퇴근 시간에 무료함을 달래기 위하여 모바일 게임도 한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나서는 후회를 한다. 특히 연말이면 한 해 동안 무엇을 한 건가 하고 한탄을 한다. 그렇게 매번 반복을 한다.


변해야 한다. 작은 것부터 실천하려고 노력을 해야 한다. 내일이면 죽는다고 생각해 보라. 오늘 술을 마시고 휴대폰을 보며 게임을 할 수 있겠는가? 나의 글쓰기도 어쩌면 이러한 자신과의 질문을 통해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지금까지 나열한 시간 낭비를 중년 때까지 해 왔으며, 좋아하는 일도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그렇게 허송세월을 하며 중년이 되었고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늦었지만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독서를 시작하면서 글쓰기만이 유일한 탈출구라고 생각했고, 소설가라는 새로운 목표가 생긴 것이다. 오늘이 지나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자신을 채찍질하고, 멋지고 새로운 계획보다는 오랫동안 몸에 밴 잘못된 습관을 조금씩 고치는 것으로 매시간마다 매일 아침마다 그리고 저녁마다 자신을 점검한다. 설령 마음먹은 대로 안되고 매번 실패를 할지라도 말이다. 매일 아침 당연하게 주어진 하루가 아닌 너무나도 감사한 하루라는 기회가 선물처럼 느껴진다. 어제의 나는 죽었다. 오늘 다시 태어났다. 내일은 생각하지 않는다. 오직 오늘 하루 즐겁게 또, 열심히 내 할 일을 충실히 하며 감사함으로 살아간다. 거창한 의미 따위는 없다. 매일 죽어야 하고 매일 다시 태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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