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린 시절은 거의 흐리멍덩했다. 순간을 깊이 살지 못했던 것인지, 슬펐던 일이나 좋았던 일이나 도무지 선명하게 기억나는 일이 없다. 유일하게 생생하게 기억나는 순간들은 거의 글을 쓰는 순간에 대한 기억이다. 글을 쓰고 고치던 기억, 그리고 그때 느꼈던 감정들. 충만하게 피어오르던 기쁨, 내가 속한 공간과 시간을 뛰어넘어 무언가에 깊이 빠져드는 그 맛에 나는 깊이 압도당했다. 그리고 일찌감치 글쓰기를 평생의 업으로 삼기로 결정했다.
어른이 된 나는 먹고살기 위해 글쓰기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글쓰기는 나를 규정하는 본질적인 것이다. 글쓰기 없이는 나를 설명할 수 없다. 글쓰기는 여전히 내 안의 타오르는 불꽃이며 삶의 원동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