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내가 열중했던 한 젊은 여성 작가가 있다. 그의 책이라면 닥치는 대로 다 사 읽었다. 책을 읽으며 태어나서 거의 처음으로, 이글거리는 질투심으로 속이 쓰렸다. 내가 쓰고 싶던 글을 그녀가 쓰고 있었다. 무명인이 에세이스트로 성공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나보다 훨씬 어린데도 일찌감치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완성해서 어느새 두터운 팬층을 가지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고생만 하셨던 본인의 부모님을 자기가 직접 차린 출판사 직원으로 쓰고 있다는 근황에 속이 뒤틀렸다. 나는 아직도 부모님의 피를 빨아먹는 못된 자식이라는 열등감 때문이었다. 저 인생이 내 것이었어야 했는데.
그러다가 어느샌가 그녀에게, 그녀의 글에 질려버렸는데, 그 이유를 생각해 보았더니 성공이 거듭할수록 조금씩 드러나는 그녀의 자기애 때문이었다. '나는 이렇게 잘 차려먹고, 야무지고, 나와 주변인을 잘 돌보는 사람이다. 나는 온 가족의 사랑을 실컷 받으며 자랐고, 이제는 그 사랑을 나눠주고 있다. 제대로 산다는 건 이런 것이다.'
아이고 지랄 염병하는구나. 내 안의 꼰대가 참지 못하고 고개를 쳐들었다. 더 살아봐라, 인생이 계속 장밋빛인가. 네가 북(!)을 덜 맞아봤구나.
느끼한 치즈케이크에 질려 신김치를 퍼먹는 기분으로 나는 한동안 사노 요코의 글을 읽었다. 엉망진창인 삶과 자기 자신의 못난 모습에 대해 냉소적으로 써 내려가는 그녀의 글이 더 위로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래도 나 자신이, 그리고 내가 경험한 세상이 그녀의 세상만큼 엉망진창이라서일지도. 혹은 나 역시 그녀만큼 사는 일의 쓸쓸함과 죽음에 대해 자주 생각하는 사람이라서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