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떡

월요일의 글쓰기(주제: 겨울 간식)

by Dahl Lee달리

엄마의 작은 손에는 하얗고 작은 점 같은 흉터들이 가득하다. 기름이 튀어 생긴 화상 흉터다.

대학시절, 엄마는 겨울마다 호떡장사를 했다고 한다. 학비를 대기 위해서였다.

내 엄마는 눈이 호수처럼 크고 프랑스 인형처럼 섬세하게 생긴, 작고 예쁜 여자다. 호떡을 먹는 일도 굽는 일도, 전혀 어울리지 않게 생겼다.


태어날 때부터 약했던 엄마는 첫울음을 터뜨릴 힘도 없었다. 외할머니는 태어난 아기가 곧 죽을 줄 알고 차가운 윗목에 밀어놨다고 한다. 죽지 않고 살아난 엄마는 비실비실 마르고 허약하지만 끈질긴 아이로 자라났다. 커다란 눈에 툭하면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히는 아이로.


엄마는 비위가 약해서 못 먹는 음식이 많았다. 시어머니인 내 할머니를 평생 모시고 사셨는데, 할머니가 살아 계실 동안은 우리 집의 요리사는 할머니셨다. 엄마는 할머니께서 요리해 주는 음식을 주로 드시기만 하는 입장이셨다. 할머니께서 감자탕이나 백숙 같은 고기요리를 해주시면 엄마는 거의 드시지 못했다. 입에 맞는 음식도 소화력이 좋지 않기에 언제나 드시는 둥 마는 둥 했다. 요리가 큰 자부심이셨던 할머니에게는 엄마의 그런 면이 예쁘게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 엄마가 대학 때 음식 장사를 했다. 음식에 취미가 없는 사람이 하는 음식 장사라. 얼마나 잘됐을까 싶긴 한데 의외로 잘 됐던 것 같다. 대충 만들어도 평타는 치는 음식이라 그랬을까? 경제적으로 무능한 아버지를 둔 공부 욕심이 많던 예쁜 문학소녀. 중학교 고등학교 과정도 혼자 돈을 벌어 검정고시로 마쳐야 했던 엄마는 대학에 가서도 학창 시절을 온전히 누리지 못했다. 방학이면 스스로 학비를 벌어야 했으니까. 가정 형편은 그렇다 치고, 하루 종일 맡을 기름냄새와 손에 튀는 뜨거운 기름을 생각하면 나는 하루도 못할 일 같은데 엄마는 즐겁게 했던 것 같다. 엄마는 항상 긍정적인 사람이니까. 엄마는 내 엄마여서가 아니라 참 대단한 사람이다. 해야 되는 일이라면 아무리 힘들어도, 그 일이 설령 하루 종일 호떡을 굽는 일이라도 불평하는 법이 없는 사람.


나는 엄마보다 힘도 세고 키도 몸집도 더 크다. 그럼에도 상처받을까 봐 항상 몸을 사리는 사람이다. 화상이 무서워서 불을 쓰는 요리 자체를 피해버리는 사람.

정작 작고 여린 엄마는 자기가 다칠 걱정은 안 하며 매일을 사는 것 같다. 설거지도 맨손으로 잘하고, 뜨거운 기름에 호떡도 굽고, 무거운 것도 번쩍 들고. 아빠가 다치셨을 때도 엄마는 꿋꿋하시기만 했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 걸까?

엄마는 늘 내가 자신을 많이 닮았다고 했다. 언젠가 내게 "너는 내 분신이야"라고 하시던 엄마. 철이 없던 나는 반항심에 "아니야! 나는 그냥 나야!"라고 화를 냈었지.


나는 이제 우리 엄마를 닮고 싶다. 엄마처럼 매일을 씩씩하게 살고 싶다. 호떡을 굽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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